평창올림픽경기장은 '냉동수산물창고' 신세를 면할 수 있을까 : 월간조선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나고 패럴림픽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천문학적 예산이 들어간 올림픽경기장들의 사후 활용 방안이 아직 정해지지 않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직전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평창의 준비 상황에 만족하면서도 한 가지 점에서는 우려를 표시했다고 한다. 올림픽 개막 직전까지도 경기장 사후 활용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 아무리 올림픽을 잘 치렀어도 그 시설이 이후 국가와 도시의 적자 원인이 된다면 올림픽의 성공과 명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멀리서 사례를 찾을 것 없이 인천 아시안게임이 2014년 대회 후 시설 활용을 제대로 하지 못해 인천시가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점만 봐도 자명하다.

13개 경기장 유지, 운영 주체는 미정

아직 정부(문화체육관광부)와 강원도, 대한올림픽위원회는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장의 활용 방안에 대해 고심만 하고 있을 뿐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원래 몇 곳 경기장은 향후 수요가 없어 폐쇄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일단 13개 경기장은 그대로 남겨둘 가능성이 크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평창올림픽을 치른 모든 경기장을 유지하기로 방침을 정한 상태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최근 "정부가 예산을 지원해서 평창올림픽 관련 시설들을 당초의 건립 목적대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릉 컬링센터와 아이스아레나는 시민체육시설로, 관동하키센터는 가톨릭관동대의 다목적 시설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휘닉스 스노우파크와 용평알파인경기장은 기존 스키장과 연계해 활용하고, 크로스컨트리센터와 바이애슬론센터는 강원도개발공사가 국내외 겨울스포츠 대회를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경기장 지속 시 연간 58억 원 적자

관건은 운영비용을 어디서 부담하느냐다. 정부와 강원도는 서로 “운영비용을 책임지기는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태다. 일반적으로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 등을 위해 새로 지은 경기장은 대회 후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해 왔다. 그러나 평창올림픽의 경우 대회 규모가 완전히 달라 강원도 혼자 부담을 지기는 무리다.

강원도는 스피드스케이팅, 아이스하키, 슬라이딩센터, 스키점프센터 등 4개 경기장 사후 활용 지원에 국비 지원 75%를 요청했지만 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정부 측 입장은 “적자가 예상돼 운영이 부담스러운 데다 다른 시도와 형평성 문제도 있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이 최근 강원도청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작성한 경기장 운영수지 분석결과에 따르면, 경기장을 계속 운영할 경우 운영비용 약 89억 원, 수익은 약 31억 원으로 연간 약 58억 원의 운영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정선알파인경기장이 계속 운영되면 매년 36억8200만 원의 적자가 발생해 총 적자 규모는 95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복원 계획을 갖고 있던 정선알파인경기장은 최근 강원도가 제출한 복원 계획이 부실하고, 재해에 취약하다는 이유로 산림청 중앙 산지위원회가 복원 보류 결정을 내린 상태다. 정선알파인경기장은 건설비용만 2034억 원이 들었다.

국내 한 업체는 강릉 스피드스케이팅장을 냉동창고로 활용하겠다는 제안을 한 바 있다.

스피드스케이팅장 냉동창고설은

지난해 '냉동창고 활용' 가능성으로 논란이 됐던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도 문체부는 컨벤션 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작년 초 한 국내 물류단지 조성 전문업체는 강원도 측에 “강릉스피드스케이팅장을 올림픽 이후 초저온, 친환경 냉동창고로 활용하겠다”는 제안서를 제출한 바 있다. 업체 측은 “경기장에 기본적으로 보냉 기능이 있어 이를 냉동창고로 개조하면 물류비를 줄이고 동해안에서 잡히는 수산물 신선도를 높여 수산물을 수도권에 공급하는 사업 수익성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또 일자리 창출이나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문체부 측은 “올림픽경기장을 냉동창고로 쓴다면 IOC에 뭐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며 스피드스케이팅장을 대형 컨벤션홀로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솔트레이크시티나 캐나다 밴쿠버는 경기장을 종합스포츠센터로 만들거나 스포츠 관련 체험, 관광 상품을 개발하는 식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국내 체육계 한 관계자는 “인구가 적은 강원도 지역이라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다 보니 정부나 강원도나 서로 미루기만 하는 상태”라며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만든 국민체육진흥공단처럼 사후 활용할 경기장을 관리할 운영 주체를 새로 만드는 방안도 올림픽 적자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관광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에서 스포츠와 관광을 연계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정부가 평창올림픽의 사후 관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성공한 올림픽’의 영광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온 국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