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앞에 '위안부 소녀상'이? 설립추진위, 학교-상인들과 충돌 : 월간조선

서울 신촌 홍익대 앞 공원에 '위안부 소녀상' 설치 문제를 놓고 건립 주최 측과 학교(홍대) 측, 상인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소녀상건립추진위원회는 3.1절에 맞춰 제막식을 진행하기 위해 28일 소녀상 설치를 강행하겠다며 트럭에 소녀상을 싣고 홍대 앞 공원으로 향했으나 홍익대 측과 주변 상인들이 이를 육탄 저지했고, 대치상태는 밤까지 이어졌다. 3월 1일 오전 현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추진위 측은 "젊은 층과 외국인이 많이 다녀 역사의식 고취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홍대와 상인 측은 "대학 앞에 특정 국가를 겨냥하는 조형물을 세우는 것은 무리" "왜 유흥가 한복판에 세워야 하나" 등의 입장을 보이며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이번 소녀상 건립은 마포구의회의 더불어민주당 소속 한 의원이 지난해부터 주도해 왔다. 지역에 '마포 평화의 소녀상 건립 추진위(추진위)'를 만들어 3000만 원을 모금했고, 3.1절에 제막식을 열 예정이었다.

애초 장소는 상암동... 외진 장소라 포기

애초 설치할 장소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일본군 주둔지였다. 국내 유일하게 남아 있는 일본군 관사인 마포구 상암동 일본국제학교 앞이다. 이곳은 경의선 수색역에서 열차를 타고 중국 등으로 끌려간 위안부들의 집합소여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그러나 교통편이 불편하고 인적이 드물다는 이유로 반대의견이 많았다.
이후 모금에 동참했던 사람들이 '홍대 걷고 싶은 거리' 광장에 설치할 것을 건의했다. 건립을 주도한 이봉수 구의원은 "젊은 층과 외국인이 많이 다녀 역사의식 고취에 효과가 있다. '역사 관광' 장소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자 홍대 상인회에서 반발했다. 한 상인은 "나도 위안부 문제 해결에 관심이 많고, 수요집회에 참석한 적도 있다. 하지만 위안부와 아무런 관계 없는 홍대 앞 유흥가에 소녀상을 세우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또 다른 상인은 "홍대 거리는 밤이면 술 취한 사람들이 넘쳐 오물 투척 등 사고라도 일어나면 논란만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평화의 소녀상은 전국 각지에 건립돼 있다.

이에 따라 추진위는 상권이 밀집한 '걷고 싶은 거리'에서 한 발 물러나 국유지인 홍대 앞 공원이 최종후보지로 선정하고, 설치를 강행하기로 했다.

이에 홍익대 측은 2월 26일 "대학 구성원 및 입주업체는 전혀 합의가 이뤄진 바 없는 불법적인 조형물 설치에 대해 반대한다"라는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마포구청에 제출했다.

의견서에서 홍익대는 "대학의 정문에 특정국가의 국민들이 거부감을 표하는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은 대학의 국제화 노력과 그 결과를 부정하고 훼손하는 행위"라며 "일본이 거부감을 드러내는 조형물을 대학의 정문에 설치하고 일본에 교류를 제안하는 것은 우리 대학의 양식과 신뢰성에 대한 자해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홍익대는 "조형물이 설치되는 정문 공원부지는 원래 대학의 소유였으나 외국인 방문객 급증과 지역주민 및 학생들의 안정과 편의성 제고를 위해 공원조성 부지로 대학에서 국가에 기부한 토지"라며 "앞서 원로교수가 본교 재학생들의 순국을 기리는 4.19기념탑을 정문 앞 공원에 조성하려고 했지만 학교 측이 허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홍익대는 구청이 주민 동의를 요구한 상태에서 동상 건립을 강행하는 행위는 불법임을 강조하며 "이봉수 구의원이 의원으로서 법을 지켜야 함에도 앞장서서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바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홍익대는 소녀상이 설치되면 시위집회 장소로 이용돼 학생들이 불편을 겪고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소녀상 건립 지점이 곧 시작될 학교 건물 공사현장과 가까워 동상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추진위 측은 삼일절에 제막식을 거행하겠다고 알렸다.

추진위 측 "설치 강행하겠다"

홍익대는 28일 오전 현재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상징하는 소녀상 설치를 막기 위해 건립 예정 장소에 대형 화분을 설치하고 교직원들의 차량을 주차시켜 사람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 그런데도 추진위 측은 화분을 들어내고서라도 설립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구의원은 "국유지이기 때문에 설치한다고 하더라도 큰 물의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다"라며 "오히려 홍익대 측이 국유지임에도 불구하고 화분을 깔아놓은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한편 홍익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소녀상이 설립돼야 한다는 것은 동의하지만 학생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와 장소를 마포구 의회 쪽으로 변경하는 의견을 전달했다"라며 중재안을 제시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