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북한 때문에 자식 잃은 천안함 유족들 비판하는 자국민 : 월간조선

진보 성향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 달린 댓글을 보고 놀랐다. 천안함 유족들이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방한(訪韓)에 대해 반발하는 것을 비판하는 내용이 다수였기 때문이다.

이성우 천안함 46용사 유족협의회 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왜 김영철이 한국 땅을 밟게 된 것이냐’는 유족 질문에 청와대가 만족할 만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추가 집단행동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유족협의회 차원에서 앞으로 항의 시위와 기자회견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일부에서 ‘천안함 폭침을 재조사하자’는 얘기가 나오는 것에 대해 “재조사를 해서 김영철이 주범으로 결론나면 정부·여당이 유족들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오늘의 유머 캡쳐.

이에 대해 ‘오늘의 유머’ 게시판에는 이런 내용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동XXXXX-천안함이 북한의 어뢰공격에 당한 것이 아니라 그냥 기뢰에 의한 폭발이면 유가족에게 불이익이라도 있나요?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그 당시 유족들은 침몰원인을 북한의 소행으로 만들고 싶어 했던 것 같은데…. 북한에 의한 침몰이면 더 명예롭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몰라도 무엇보다 정확한 진실이 밝혀지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천XXXX-죄송한데요. 천암함 유족이면 국민대표성이라도 가지십니까. 그래서 박 ㄹ 혜 같은 사람 지지해서 나라 망조 들게 하는 겁니까. 곧 감방 갈 이명박이가 국민을 위한 나라를 위해 노력했나요? 혹 분노와 선민의식에 괴물이 되시진 않으셨나요?

mXXXX-군대서 자식 잃은 부모들이 군대서 자식 잃게 하는 긴장상태를 개의치 않네.

따XXXX-유가족 대표라는 사람들 누군지 알아보면 뻔할 것 같네요.

mXXX-죽은 것도 억울한데, 인제 와서 진실이 밝혀져서 그 명예마저 잃을까 봐 버럭 하는 것이죠. 2014년은 절대 진실을 은폐할 정권이고 지금은 혹시나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정권이죠.>

오늘의 유머 캡쳐.

공개한 것은 극히 일부분이다. 내용을 종합하면 2014년 남북 장성급 군사 회담 때도 김영철이 북한 대표였는데 유족들이 그때는 가만히 있다가 왜 지금 와서 설치냐는 것이다. 이들은 유족들이 침몰원인을 북한의 소행으로 만들어, 자식을 명예로운 전사자로 만들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보고있다.

본인 가족이 북한의 공격으로 죽었을 때도 이런 글을 쓸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박근혜 정권 때 김영철이 북측 군 고위 관계자로서 판문점 남북 군사 회담에 참석한 것은 사실이다. 당시 우리 측은 남 도발 총책임자였던 김영철에게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을 인정하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유족들은 그런 그가 문재인 대통령이 평화올림픽이라고 명명한 평창올림픽 폐막식에 북한 대표로 온 것을 문제 삼는 것이다. 가장 큰 불효는 부모보다 먼저 죽는 것이라고 한다.

46명의 용사는 천안함 폭침의 주범 김영철 때문에 불효자가 됐다. 세상에 남은 부모들은 그런 김영철이 남한에 와서 설치게 한 정부를 비판하는 것이다. 이들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비난을 쏟아내는 자들의 정체가 궁금하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