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 큰 정용진 부회장, ‘여자 컬링팀’ 위해 6년간 100억 원 쐈다 : 월간조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컬링 대표팀이 한국 컬링 역사상 최초로 은메달을 획득했다. 여자 컬링 대표팀은 메달 획득 외에도 '영미 신드롬' '팀킴'(팀원 전원이 김씨여서 해외 언론에서 붙인 이름) 등 숱한 화제를 낳았다.

이 모습을 누구보다 흐뭇하게 쳐다봤을 이가 있다. 바로 신세계그룹을 이끄는 정용진 부회장이다. '스포츠 마니아'로 잘 알려진 정 부회장은 국내 컬링이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설 수 있도록 물심양면 지원한 사람이다.

정용진 부회장이 컬링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이 창단 첫해인 2012년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4강 신화를 썼다. 해외에서는 선전했지만 국내에서 '컬링'은 인지도가 없는 스포츠였다. 컬링에 대한 지원이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고, 선수들은 경기장이 없어서 쇼트트랙 선수 사이에서 눈치를 보면서 훈련을 하고 있었다. 빗자루처럼 생긴 장비, 브룸을 살 돈이 없어 다른 나라 선수가 사용하다 버린 것을 주워서 사용했다.

올림픽 비인기 종목으로서의 설움을 고스란히 느끼던 선수들에게 먼저 손을 내민 것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었다. 당시 신세계 그룹은 여자 농구단을 매각한 뒤 후원할 스포츠를 찾고 있었다. 정 부회장은 컬링의 미래에 주목했다. 신세계 그룹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스케이트와 스키 외에 동계 레저스포츠가 없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감안할 때 비교적 좁은 공간에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컬링이 국민 동계스포츠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고 한다. 특히 컬링에서는 손기술이 가장 중요한 만큼, 우리나라 선수들의 강점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 부회장이 직접 컬링 지원을 지시해, 신세계 그룹은 지난 2012년 대한컬링경기연맹과 공식적으로 후원 협약을 체결했다. 신세계 그룹은 당시 평창올림픽을 목표로 협약을 체결해 연맹 운영비, 우수팀 훈련비 지원 등을 약속하며 지난 6년간 약 100억 원의 비용을 지원했다. 동계올림픽의 단기간 이슈를 만들기 위한 후원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컬링을 국내 대표 동계스포츠로 만들겠다는 각오가 있었다.

정 부회장의 의지는 지난해 첫선을 보인 전국 컬링 대회에서 엿볼 수 있다. 신세계 그룹은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기 무려 넉 달 전인 지난해 10월 4일부터 9일까지 대한컬링경기연맹과 함께 경북 의성에 위치한 컬링 전용 경기장에서 '제1회 신세계-이마트 전국 컬링대회'를 개최했다. 이는 넉 달 뒤에 있을 컬링 경기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선수들의 경기 경험을 쌓기 위해 진행된 행사였다. 신세계는 이 대회 남녀 대학과 일반부에서 1, 2, 3위 입상 팀에 최고 5000만 원을 지급했다. 정 부회장은 "컬링 경기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인기 스포츠가 되기를 희망한다. 컬링의 저변 확대와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도록 다양하게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신세계 그룹은 여자 컬링 대표팀의 예기치 않은 선전으로 홍보 효과를 누리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오는 3월 7~15일 전국 점포에 미니 컬링 경기장을 설치해 고객들이 컬링 경기를 체험할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비인기 종목을 미래를 내다보고 통 크게 지원한 정용진 부회장의 결정이 국내 동계올림픽 역사를 새롭게 썼다.

글=정혜연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