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메달' 딴 컬링 女 선수 5명은 모두 '경북 의성'의 딸! : 월간조선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웨덴과의 여자 컬링 결승전에서 우리나라 여자 컬링팀이 은메달을 획득하자 이들과 관련이 깊은 경북 의성이 주목받고 있다. 컬링 선수 5명과 감독 모두 김씨로 알려져 이 또한 화제를 낳고 있다.

동계올림픽이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여자 컬링 대표팀은 그리 주목을 받지 못했다. 컬링이란 종목이 북미나 유럽의 전유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첫 경기에서 일본에 패하면서 관심권에서 멀어지는 듯 하다가 이후 연승 행진을 이어가 국민적 관심을 받았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건 컬링 선수와 감독 모두 김씨라는 게 화제를 낳았다. 주장(스킵) 김은정, 리드 김영미, 세컨드 김선영, 서드 김경애, 후보 김초희, 감독 김민정까지 김씨 일색이다. 이중 김선영 선수와 김은정 선수는 '의성 김씨'고, 김영미 선수와 김경애 선수는 친자매다. 김영미-김경애 자매를 제외하곤 나머지 선수들은 혈연관계가 없다고 한다. 같은 김씨 성을 쓰기에 이들은 팀 이름도 ‘팀 킴(Team Kim)’이라고 했다.

이들의 성(姓)은 해외 언론에도 소개됐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은 지난 17일 “한국 여자컬링 선수들은 모두 똑같은 김씨”라고 소개하면서 한국 선수들 유니폼 뒤에 E.KIM, Y.KIM, S.KIM, K.KIM, C.KIM이라고 새겨진 사진을 첨부했다. ESPN은 “평창올림픽 한국 선수단 121명 중 34명이 김씨다. 김씨는 한국 인구의 약 5분의 1을 차지한다. 17세기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성은 귀족의 특권이었는데, 이후 성을 갖게 됐을 때 명망 있는 성인 김·이·박씨를 선택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이 컬링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재미있다. 의성여고를 다니던 김영미 선수가 친구 김은정 선수와 함께 방과 후 활동으로 컬링을 시작했다. 김영미 선수의 동생 김경애 선수는 컬링장에 놀러왔다가 얼떨결에 따라한 경우다. 김경애 선수의 친구 김선영 선수도 가세했다. 김초희 선수는 원래 경기도 출신이지만 의성으로 이사를 오면서 컬링에 합류했다고 한다. 이들 중 김초희 선수를 제외한 네 명은 모두 의성여중고 출신이기도 하다.

'팀 킴'이 파죽지세로 세계 1위 캐나다, 세계 2위 스위스를 물리친 데 이어 세계 4위이자 컬링 종주국 영국마저 쓸어버리자 국내 언론은 의성의 특산물인 마늘의 이름을 따 ‘갈릭 걸즈’라고 불렀다. 결국 은메달을 획득하자 이들은 '갈릭 걸즈' '의성이 낳은 딸'에서 일약 '대한민국 스타'로 거듭났다.

선수들의 활약 뒤에는 경북 의성 출신인 김경두(62) 전 대한컬링연맹 전 부회장의 땀과 눈물이 있었다고 한다. 사실상 ‘팀 킴’을 키운 이가 김경두 전 부회장이기 때문이다. 김 전 부회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빙상장에 페인트로 하우스를 그렸다가 쫓겨날 뻔한 적도 있다. 그래서 가족과 친구들을 다 끌어 모았다. 2006년 경북과 경북컬링협회의 도움을 받아 고향 의성에 국내 최초의 컬링전용경기장을 지었다”고 말했다.

김경두 전 부회장과 딸인 김민정 컬링 여자대표팀 감독.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김 전 부회장은 경상북도와 의성군을 설득해 14억원을 받아냈고 민자(民資)로 절반을 보태 이 경기장을 지었다고 한다. 그는 컬링 본고장인 캐나다로 가서 아무나 안 보여 주는 경기장 도면을 어떻게든 입수해 참고하고, 컬링장 건설에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은 누구든 쫓아가서 만났다고 한다.

그의 집념과 열정 덕에 의성컬링센터는 전문가들이 “전 세계 1500개 컬링장 중 상위 3% 안에 드는 수준”이라고 인정할 정도다. 의성컬링센터는 의성이 컬링의 메카로 자리 잡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곳에서 컬링을 배운 선수들이 전국으로 흩어져 팀을 만들었다.

컬링전용경기장은 ‘팀 킴’의 선수들이 컬링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 김 전 부회장은 선수들을 직접 국제대회를 데리고 다니며 심리치료 등 다양한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지금의 여자 대표팀을 키워냈다. 김 전 부회장이 '팀 킴의 아버지'인 셈이다.

참고로 김민정 여자 컬링 대표팀 감독의 부친이 김경두 전 부회장이며, 그의 남편 장반석씨는 운영하던 학원을 접고 컬링팀(믹스더블팀)을 지도하고 있다. 김 전 부회장의 아들 김민찬씨도 컬링 남자 대표팀 선수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