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스케이팅계 충격 폭로... "정재원은 이승훈의 탱크(바람막이)"였다? : 월간조선

24일 밤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 경기에서 이승훈 선수가 금메달을 따 국민을 열광케 했다. 그러나 그 뒤에는 메달권 선수들을 뒷받침하는 역할의 ‘탱크’(페이스메이커)들이 있었다.

한 전직 스케이트선수의 어머니 A씨는 26일 한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내 아이는 이승훈의 탱크(페이스메이커)였다"고 고백했다.

그는 자신의 아들이 "처음부터 빠르게 달려 나가 다른 선수들 힘을 빼놓는 역할을 했는데, 앞에 서면 공기 저항을 많이 받기 때문에 체력이 금세 떨어지고 뒤로 처진다"며 "그 사이 체력을 비축한 이승훈이 치고 나가서 1등을 하는 식"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매스스타트 경기를 보며 "아직도 그런 방식으로 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24일 경기는 이번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마지막 경기였다. 이승훈(30·대한항공), 정재원(17·동북고)이 출전했다. 정재원이 체력을 소진해가며 앞에서 달린 덕에 이승훈은 금메달을 땄다. 이른바 ‘페이스메이커’ 작전이었다.
정재원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희생이라는 단어보다는 팀 플레이였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A씨는 “정재원도 4년 뒤에 어찌될 지 모른다"고 단언했다.

A씨의 아들은 초등학교 저학년때부터 운동을 시작해 주니어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한체대 관계자들의 권유로 한체대에 입학했다. 평창올림픽 금메달을 따겠다던 아들은 갑자기 운동을 그만두겠다고 했다. 코치들이 몸상태와 상관없이 무리한 훈련을 시켰다는 것이다.

A씨는 한체대 입학 전 국제 대회에 출전해 "이승훈의 탱크가 됐다"고 주장했다.
“작전은 단순했어요. ‘이승훈 4관왕 만들기’ 아들에게 주어진 미션이었죠. 매스스타트가 국제경기 종목으로 채택된 지 얼마 안 됐던 때였어요. 앞에서 치고 나가는 선수가 한두 명 있는데, 그 간격이 너무 벌어지면 뒤에서 체력 아끼고 있던 이승훈도 나중에 따라잡기 힘들어져요. 2위권 그룹에서 1위와의 격차를 따라붙어주는 역할이 필요했던 거예요. 우리 아들은 그걸 몸이 부서져라 했어요.”

A씨의 아들은 결국 스피드스케이팅을 그만뒀다. 한체대 교수는 “스피드스케이팅이 하기 싫으면 쇼트트랙으로 전향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그러나 아들의 한 마디는 충격적이었다. “엄마, 내가 쇼트트랙 가면 거기 애들 끌어주는 거밖에 더 하겠어?”

2011년 대회에서도 두명의 선수가 이승훈의 체력 안배를 위해 ‘총알받이’로 나섰다. 16바퀴를 도는 경기에서 두 사람은 중후반까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레이스를 끌었다. 당시 경기 영상을 보면 “어린 선수들이 얼마나 끌어주느냐에 이승훈의 메달 색이 결정된다”는 해설이 나온다. 이승훈은 두 선수의 도움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2017~2018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 스케이팅 월드컵 시즌에서는 정재원이 탱크 역할을 맡았다. 지난해 11월 네덜란드 헤렌벤에서 열린 1차 대회와 12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4차 대회에서 이승훈과 정재원은 매스스타트 결승에 나란히 진출했다.

선수 부모들은 특정 선수를 위한 대다수의 희생을 강요하는 작전, 이를 따르지 않는 선수를 배제하는 관행 등의 이면에 전명규 빙상연맹 부회장(한체대 교수)가 있다고 지목한다.

빙상 실업팀 대부분도 전 교수의 손아귀에 있다는 게 선수 부모들의 주장이다. 한 스케이트맘은 “한체대와 빙상 파벌 한 축을 이룬 단국대 계열 코치가 있는 실업팀에 가면 전 교수와 완전 원수지간이 되는 것"이라며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한체대에 안 보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케이트맘이 모인 단체 메신저에서는 "‘그 나물에 그 밥’인 연맹 인사들 다 쳐내고 밥 데용 코치를 회장으로 앉히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나온다고 한다. 거스 히딩크 감독의 경우처럼 외국인이 개혁에 앞장서야 한다는 뜻이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