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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

경기도지사 孫鶴圭의 부드러운 권력의지

김성동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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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成東의 인간탐험] 경기도지사 孫鶴圭의 부드러운 권력의지 
  
『지금은 카리스마가 아니라 통합과 융합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대』 
  
● 경기도지사 취임 후 외자 120여 억 달러 유치
●『여론 조사에서 지금 지지율은 낮지만 초조하지 않다』
●『미래지향적 자유주의 세력이 우리 사회 중심돼야』

 

孫鶴圭
1947년 경기도 시흥 출생. 경기中·高 졸업. 서울大 정치학과 졸업. 영국 옥스퍼드大 정치학 박사. 한국기독교사회문제 연구원 원장, 인하大·서강大 정치외교학과 교수. 제 14代·15代 국회의원, 보건복지부 장관 역임. 
  
金成東 月刊朝鮮 기자 (ksdhan@chosun.com
 
수원으로 가는 전철 안에서
 
 설연휴 첫날인 2월8일, 기자는 경기도 수원으로 향했다. 이날 예정돼 있는 孫鶴圭(손학규·58) 경기도지사의 사회복지시설 방문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지하철역 가판대에 걸린 타블로이드판 시사주간지의 「SS신당 창당…」이라는 큼직한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경기도와 충청남도가 지난 1월27일 맺은 「지역 상생발전 협약」 때문에 나온 기사였다.
 
  「SS신당」이란 孫지사와 沈大平(심대평) 충남 지사의 영어 이름 첫 자를 조합해 만든 말이었다. 결국 두 사람이 연합해 다음 大權(대권) 창출에 나서게 되리라는 예측기사였다. 예측의 맞고 틀림을 떠나 孫지사의 일거수일투족이 이른바 「大權 행보」와 연관돼 비쳐지고 있음을 상징하는 기사였다.
 
  지하철 1호선 시청역에서 수원역까지 예상 소요 시간은 한 시간 남짓했다. 연휴라 그런지 지하철에는 빈자리가 많았다. 자리에 앉아 孫지사와 관련된 자료를 꺼내들었다. 제일 먼저 잡은 자료가 1월26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孫지사의 연두기자회견문이었다.
 
  기자회견문 표지의 제목은 「10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습니다」였다. 2005년 경기道政(도정) 최고의 목표를 일자리 창출로 놓고 2008년까지 10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내용이었다.
 
  孫지사는 지난 해 연말부터 大權을 위한 행보로 읽혀질 수 있는 정치적 움직임을 본격적으로 보이고 있다. 지난 해 12월1일 국가정략연구원 초청 강연에서 『미래지향적 자유주의 민주화 세력이 한국 사회를 주도해야 한다』는 「민주화 주도세력 교체론」을 제기한 데 이어 같은 달 13일 한나라당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는 『현재 한나라당의 성격과 구성으로는 다음 大選(대선)에서 집권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연초에는 崔圭夏(최규하), 全斗煥(전두환), 盧泰愚(노태우), 金泳三(김영삼), 金大中(김대중) 前 대통령 등 사회 원로들을 잇달아 예방했다. 최근에는 신문·방송 등의 언론 노출 빈도수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이런 행보가 아니더라도 언론들이 꼽는 차기 大權 후보군에서 孫지사의 이름이 빠진 적이 없다.
 
  지하철 안에서 기자는 孫지사와 관련된 자료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한 시간 내내 물건을 파는 상인들의 외침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면도기를 파는 상인, 바늘집을 파는 상인, 만화 천자문을 파는 상인, 장갑을 파는 상인, 소형 라디오를 파는 상인 등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는 기자는 그 광경을 보며 근래에 들어 지하철 行商들이 피부로 느껴질 만큼 부쩍 늘었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孫지사가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으로 놓은 금년 道政 목표는 그런 점에서 시대를 잘 읽은 것 같았다. 아직 「사투를 벌여야 할」 본격적인 大權레이스가 시작되기까지에는 2년 이상의 시간이 남았기 때문이다.
    
  양립하기 어려운 경력을 쌓아온 男子
 
  경기도청에서 만난 孫鶴圭 지사 일행과 경기도 의왕시 소재 「성 라자로 마을」로 향했다. 이른바 「문둥병」으로 불리는 「한센병」 환자들을 수용하는 시설이었다. 孫지사를 수행하는 인원은 단출했다. 경기도가 발행하는 주간신문 「주간 경기」와 경기道政 홍보 인터넷 방송인 「끼 TV」의 취재진 외에 다른 매체의 취재진은 없었다. 孫지사의 목소리만큼이나 아주 조용한 사회복지시설 위문이었다.
 
  신부·수녀를 비롯해 「성 라자로 마을」종사자들 대부분은 孫지사와 구면인 듯싶었다. 한 수녀는 孫지사의 부인 李潤英(이윤영·59) 여사의 안부를 묻기도 했다. 그 수녀는 『孫지사가 「성 라자로 마을」을 찾은 지 10년이 넘었으며 부인과 함께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원장 김화태 신부와 잠시 담소를 나눈 후 孫지사는 환자들이 수용돼 있는 시설로 향했다.
 
  감회색 상의와 밝은 밤색계통의 바지, 카디건 속에 받쳐 입은 연분홍빛 셔츠는 孫지사 연배의 사람들이 소화하기 어려운 복장이었지만 그에게는 썩 잘 어울렸다. 孫지사의 맑은 얼굴 피부와 그런 복장의 만남은 孫지사가 어려움을 모르고 자란 사람이라는 선입견을 줄지 모른다.
 
  그의 화려한 학력과 경력만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경기中·高, 서울大, 옥스퍼드大 박사, 대학교수, 국회의원, 장관 그리고 지금의 道伯(도백). 이런 학력과 경력들 사이로 孫지사가 어린 나이에 옥수수를 팔아야 했을 정도로 가난한 집안에서 자랐으며, 학생운동을 했고 졸업 후에는 철공소, 탄광 등에서 노동운동과 빈민운동을 하다가 감옥살이를 했다는 사실이 비집고 들어갈 여지는 별로 없어보인다.
 
  거꾸로 학생운동, 노동운동, 빈민운동을 하며 고문당하고 구속당했던 孫지사의 이력 사이로 그가 중학교 시절에는 밴드부에서 트럼펫을 불었고 고교 시절과 대학 시절에는 연극반 활동을 했다는 경력도 비집고 들어갈 여지는 없어 보인다.
 
  이 양립하기 어려운 극과 극을 오가는 이력들을 소유한 孫지사는 1947년 경기도 시흥에서 아버지 손병화씨와 어머니 양현자씨의 5남5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이셨던 아버지 손병화씨는 孫지사가 세 살 때 차량전복사고로 돌아가셨다. 家長을 잃은 가정에 남은 것은 가난뿐이었다.
 
  서울大 문리대 재학 시절 그는 경기高 동기인 故조영래 변호사(법대), 金槿泰(김근태) 現 복지부 장관(상대)과 함께 「운동권 3총사」로 불리기도 했다.
 
  孫鶴圭 지사는 어떻게 해서 그의 삶 속에서 양립하기 힘든 경력과 이력을 동시에 지니게 된 것일까. 孫지사는 사석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나는 운동을 할 때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나라 민주화에 기여한다는 행복감을 갖고 했다. 사람에 대한 분노나 증오는 없었다. 대학 시절 운동을 할 때도 포효하고 투쟁을 하는 얼굴이 아니라 그냥 투박하고 온순한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분노나 증오 때문에 운동을 한 것은 아니다』
    
  『나에게는 자유에 대한 끝없는 갈구가 있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는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자유로운 삶, 자유에 대한 끝없는 갈구라고 할까, 그런 게 내 본성에 있는 것 같아요』
 
  孫지사의 그런 말을 들으며 기자는 대조적인 성격의 말이지만 붙여놓으면 조화를 이루는 말을 떠올렸다. 「부드러운 권력의지」. 사회복지 시설 방문과 그 후에 있었던 인터뷰를 통해 떠오른 孫지사의 이미지는 「부드러운 권력의지」였다.
 
  환자들이 수용돼 있는 시설에 도착했을 때 孫鶴圭 지사는 문드러지고 이그러진 그들의 손을 자연스럽게 잡았다. 그냥 의례적으로 잡는 게 아니라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그는 환자들의 손을 놓지 않았다. 정치인의 가식으로 생각하기에는 너무 진지했고 진실해 보였다.
 
  80여 명의 환자가 수용돼 있는 방을 돌아다니며 반복되는 孫지사의 행동을 보며 기자는 경기도청 車明進(차명진) 공보관에게 속내를 말하고 말았다.
 
  『나는 진짜로 대통령을 시켜 준다고 해도 저 정도로 할 자신이 없어요』
 
  車공보관이 조용하게 대꾸했다.
 
  『사실 나도 이런 데는 처음이에요』
 
  우리는 서로 겸연쩍게 웃고 말았다.
 
  방문을 마치고 孫지사 일행은 다음 행선지인 경기도 광명시 소재 「사랑의 집」으로 향했다. 孫지사는 출입구에 다다르자 차를 세우고 내렸다. 정문 경비에게 다가가더니 『안녕히 계세요』라며 악수를 했다. 조금 전 원장 신부와 작별의 악수를 나누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그 시간에 정문을 지키던 경비원은 한센병 환자였다.
 
  장애인 시설인 「사랑의 집」에서도 孫지사의 표정이나 행동은 「성 라자로 마을」에서 보여준 모습 그대로였다. 기자는 孫지사의 사회복지시설 방문 일정이 더 남아 있었지만 孫지사와의 동행을 그곳에서 접었다. 더 이상의 동행은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경기도지사실, 규율의 서울시장실
 
  사흘 후인 2월11일 오후 경기도청 도지사 집무실에서 孫鶴圭 지사를 다시 만났다. 孫지사와의 인터뷰를 기다리는 동안 도지사 비서실의 분위기를 살폈다. 자유롭고 편했다. 어쩌면 기강 없이 너무 느슨한 것은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서울시장 비서실에서 느꼈던 절도와 규율의 분위기와는 전혀 달랐다.
 
  그런 분위기를 한 꺼풀 벗기고 보면 서울시장 비서실의 절도와 규율 속을 흐르고 있는 것이 「활력」이었다면 경기도지사실의 자유로움과 편함의 근저에 흐르는 것은 「생기」였다. 전체는 아니지만 차기 大權주자로서 자주 비교되는 孫지사와 李明博(이명박) 시장의 리더십 차이 가운데 한 부분이 이런 비서실의 분위기에 녹아있는 것은 아닐까.
 
  孫지사는 『먼저는 잘 들어가셨어요』라는 말로 기자를 맞았다. 孫지사의 사회복지시설 위문을 따라갔을 때를 두고 한 말이다. 孫지사와 악수를 나누는 기자의 머릿속으로 「성 라자로 마을」 위문을 마치고 정문을 나서던 때의 일이 떠올랐다. 그 장면과 함께 떠오른 단어가 「겸손」이었다.
 
  ―어제(2월10일) 우리 月刊朝鮮 사무실에 인상연구로 경희大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朱宣姬(주선희)씨가 인터뷰 때문에 왔었는데 지사님의 관상이 좋다면서 눈이 봉황의 눈이랍니다. 목소리가 약한 게 단점인데 대변인으로 보완을 하면 된답니다.
 
  『(웃음) 주선회 헌재재판관은 알아도 … (배석한 車明進 공보관을 가리키며) 저기 우리 대변인이 있잖아, 목소리가 아주 커요(웃음)』
 
  ―다음 경기도지사 선거에 나오실 일은 없으시겠죠?
 
  『(웃음) 그런 얘기는 언론에다 할 얘기는 아니고…』
 
  ―유력한 차기 야당 大權 후보 경쟁자이기 때문에 나오는 이야기일 텐데, 경기도에 지역구를 둔 모 국회의원이 孫지사님과 李明博 서울 시장을 비교하면서 이런 말을 하던데요. 「나도 지역구가 경기도지만, 李시장의 경우는 청계천이다, 서울 광장 조성이다, 눈에 보이는 업적을 쌓아가는데 孫지사는 눈에 드러나게 보여주는 게 없다. 파주 LCD 지방산업단지 유치 등의 업적이 있지만 전국적 차원으로 보여줄 수 있는데는 한계가 있다」 혹시 드러내길 싫어하는 게 지사님의 품성이십니까.
    
  『뻥튀기하지 말라고 합니다』
 
  孫지사의 긴 대답이 나왔다.
 
  『이거, 金기자는 비교를 많이 해서(웃음). 경기도의 외국 첨단기업 유치 같은 것은 그런대로 알려져 있지만 교육투자 같은 것은 잘 안 알려져 있는 것은 사실이죠. 나는 공무원들에게 뻥튀기하지 말라는 소리를 항상 합니다. 일례로 외국기업을 유치했을 때도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200명이면 200명이라고 하고 2차 업체에서 250명이면 250명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분명하게 해야지 이걸 500명이다, 1000명이다, 이렇게 불리는 건 안 된다는 거죠. 어차피 다 드러나게 되는 일이니까요. 제가 지금까지 10여 년 정치를 해보니까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에게 신뢰를 심어 주는 것입니다. 신뢰는 길게 갑니다』
 
  ―孫지사님과 서울시 李明博 시장을 비교하는 기사가 심심치 않게 보도됩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두 분이 「당신이 하면 나도 한다」식의 따라하기도 불사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무슨 일을 할 때 두 분이 서로를 의식하는 겁니까, 아니면 실무자들이 서로를 의식하고 따라하는 겁니까.
 
  『나는 「당신이 하면 나도 한다」가 아니라 서울시와 경기도는 경쟁관계가 아니라 脣齒(순치)관계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서울시에서 대중교통체계를 개편했을 때 우리 道의 간부에게 「저 일은 해야 하는 일이니까 무조건 도와줘라」고 했어요. 실무자들이 「경기도가 손해 보는 일」이라고 했을 때도 「손해를 보더라도 도와줘라. 해야 되는 일이고 서울과 경기도는 하나다」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우리 경기도가 서울을 알 품듯이 품고 있잖아요. 어차피 모든 교통망이 서울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게 돼 있는데 서울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孫鶴圭 대 李明博
 
  ―서울시는 지난 해 12월17일 전남과 「서울-전남 간 우호교류 협정」을 체결했고 경기도는 1월27일 「지역상생발전 협약」을 맺었습니다. 따라하기가 아닌가요?
 
  『경기도·충청남도의 상생협약과 서울·전남의 우호교류 협정은 질과 성격이 달라요. 서울과 전남은 농산물 직거래 장터 같은 것들을 한다고 해요. 이건 농협의 하나로 마트를 통해서 해도 됩니다. 경기도와 충남은 달라요. 한 예로 경기도의 평택과 충남의 당진이 한 곳에 붙어 있는 항구인데 경계 분쟁이 생겼잖아요. 헌법재판소에서 경계분쟁 판결이 나오기도 했지만 잘못하면 평택, 당진 다 죽어요. 그러니까 이걸 하나로 묶어서 서로 같이 사는 경제터를 만들자는 것이죠.
 
  그리고 상생협약은 발표하기 전까지 석 달 가량 작업이 있었던 겁니다. 경기도의 「영어마을」 같은 건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벤치마킹 대상이잖아요』
 
  ―충남과 상생협약을 맺은 후 『행정수도 후속 代案과 관련해 여야가 전향적인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말씀하신 후 孫지사님이 기존의 수도이전 반대 입장에서 선회하신 것은 아닌가, 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우선 金기자부터 말을 틀리게 하고 있어요. 수도이전 반대라고 하셨죠? 수도이전 문제는 헌법재판소 판결로 끝난 일입니다. 문제는 그 후속 代案인데 그 후속조치에 대해서는 결정이 존중돼야 하고 더 이상 이 문제를 가지고 공론이 분열되면 안 되니까 빨리 매듭을 지어야 해요. 또 충청도 지역주민들의 피해나 상처를 보듬어주는 일도 해야 합니다. 나는 이 세 가지 원칙을 가지고 있어요. 이제는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데 과거의 입장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전향적으로 나가야 할 것 아니냐, 하는 원칙론적인 입장을 얘기한 겁니다. 이전에 대응하는 자세하고 후속 대책에 대응하는 자세는 달라져야 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닙니까. 사회통합을 위해서 좀더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가자는 얘기입니다』
 
  ―수도이전 문제가 첨예한 문제로 떠올랐을 때 李明博 시장이나 孫지사님 공히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언론은 더 크게 반대의 각을 세운 李시장 쪽에 초점이 맞춰졌는데, 당시 孫지사님이 李시장보다 더 강하게 반대했다면 지사님이 더 큰 주목을 받지 않았을까요?
 
  『아니죠. 내가 아무리 강하게 이야기를 하더라도 수도이전 문제는 어디까지나 주인이 서울입니다. 내가 강도를 아무리 높게 얘기해도 수도이전 문제에 관한 한 주인공은 서울시이고 서울시장입니다』
    
  자로 잰 듯한 言辭, 진지함
 
  孫鶴圭 지사의 한 측근은 孫지사에 대해 이렇게 평가한다.
 
  『孫지사가 정치 입문할 때 당시 민자당 사무총장은 崔炯佑(최형우) 前 의원이었다. 그 인연으로 崔 前 의원이 자신을 민자당에 영입한 게 아닌데도 지금까지 명절 때면 그분을 챙긴다. 최근에는 YS와 崔의원을 함께 초청해 식사했다. 불화 관계인 두 분을 화해시키기 위해서였다. 孫지사에게는 그런 恒常心(항상심), 즉 변하지 않는 마음이 있다. 의리를 지킨다는 것이다』
 
  孫지사의 단점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다.
 
  『지나치게 학구적이다. 言辭(언사)에 있어서 자로 잰 듯이 정확하다. 실언을 안 하고 말을 귀하게 여기는 것은 좋지만, 대중적이지 못하다는 게 문제다. 지식인들이 듣기에는 좋을 것이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도 孫지사의 입에서는 「순치」, 「치환」, 「작동」 등 대중들이 즐겨 사용하지 않는 언어들이 자주 나왔다. 이해하는 사람들에게는 말로 전하고자 하는 의미가 정확하게 전달되겠지만, 분명 대중의 언어는 아니었다.
 
  한 공무원은 孫지사의 장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지난 해 초 6, 7급 공무원들과 지사의 대화 시간이 있었다. 나는 형식적인 행사인 것으로 지레짐작했는데 孫지사는 세 시간 동안 이야기를 듣고 토론하고 잘못한 것은 인정하고 메모했다.
 
  생긴 것과 달리 우직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분은 군림한다기보다는 섬기는 자세로 道政을 이끄는 것 같다. 자신보다 나이 많은 공무원들에게 반말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이 공무원은 孫지사의 단점으로 「카리스마 부족」을 꼽았다.
 
  『그분에게는 대한민국 국민이 지도자의 이미지로 떠올리는 카리스마가 없다. 푸근하고 동지 같은 느낌을 준다. 「내가 손학규를 위해서 몸을 던지는 것은 그 이후 손학규가 나를 보호해 줄 것이라고 믿어서가 아니라 내가 손학규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카리스마가 없다』
 
  또 다른 한 측근은 「大權 주자 孫鶴圭」로서의 단점으로 「도덕성」을 들었다.
 
  『大權에 도전하는 사람으로서 그의 단점은 도덕적이라는 데 있다. 일반인이라면 칭찬받을 일이지만, 솔직히 큰게임(대통령 선거)이 시작되면 걱정이 많아질 것 같다. 돈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大選 싸움은 돈싸움도 한 부분인데 그걸 어떻게 할지가 걱정이다』
    
  오피니언 리더 대상 조사서 대통령감 1위
 
  그 측근은 기자에게 이런 말도 했다.
 
  『2002년 大選 때 보니까 선거 6개월을 앞두고 모든 상황이 바뀌더라. 金大業(김대업)이 李會昌(이회창)씨 아들의 병역 문제를 2년 동안이나 떠들어도 관심을 안 갖던 국민들이 불과 6개월을 앞두고 갑자기 관심을 갖더라. 앞으로 승부의 기간은 2002년 大選 때보다 더 짧아질 것이다』
 
  이 측근은 왜 기자에게 그런 말을 했을까. 孫지사의 지지율 때문이다. 孫지사는 야권의 유력한 차기 大權주자로 거론되면서도 지지율은 높게 나오지 않고 있다. 국민일보가 지난 해 12월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孫지사의 지지율은 1.2%였다. 이 조사의 1위는 高建(고건) 前 총리로 29.8%, 다음으로는 朴槿惠(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鄭東泳(정동영) 통일부 장관, 李海瓚(이해찬) 총리, 李會昌 前 한나라당 총재, 金槿泰 복지부 장관 순이었고, 孫지사가 金장관의 뒤를 이었다.
 
  다른 여론조사기관이나 언론들의 조사에서도 孫지사의 지지도는 큰 차이가 없게 나타났다. 지난 1월 말에 있었던 조선일보의 차기 大選주자 지지도 조사에서도 孫지사는 高建, 朴槿惠, 李明博, 李會昌, 鄭東泳, 康錦實(강금실) 前 법무장관에 이어 7위를 차지했다.
 
  孫지사에게 위안이 되는 것은 오피니언 리더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다. 시사 주간지 「뉴스메이커」가 2004년 11월 정치 분야 오피니언 리더 209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야권의 차기 大權주자 가운데 23.4%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李明博 시장이 18.2%, 朴槿惠 대표가 16.7%를 얻어 그 뒤를 이었다.
 
  지식인층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높은 지지를 받으면서도 대중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가 약하게 나오는 데 대해 孫지사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나는 소비 정치에는 약하고 생산 정치에 강하다. 지지율이 안 오르는 것에 대해 조급해 하지 마라. 우선 교육·경제·정치 등의 인프라 구축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오피니언 리더를 대상으로 하는 조사에서는 높게 나오는데 대중을 상대로 한 大選 주자 관련 여론조사에서 孫지사님의 지지율이 낮게 나오는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대중은 아무래도 감각적이고 정서적인 것을 보게 마련이죠.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능력과 자세를 가까이서 전문적인 입장에서 본 것 같고요. 대중의 정서라는 것은 그때 그때 상황이나 이벤트나 이런 것에 따라서 많이 바뀌게 되죠.
 
  현대정치에서 대중에게 정서적으로 어떻게 다가갈 것인지가 중요한 요소가 돼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쉽게 움직일 수 있는 가변적인 것이 대중적 정서이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뿌리라고 봅니다. 뿌리가 있고 바닥을 흐르는 저류가 든든하면 언제든지 물길을 올릴 수도 있고 바꿀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아직 초조하거나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제가 지금 대중적으로 어필할 수 있을만한 꺼리가 특별히 없잖습니까. 그런 것도 없으면서 내가 왜 대중적으로 어필하지 못하나, 왜 내가 대중적 인지도가 낮고 인기나 지지도가 낮을까, 하는 그런 것들을 염려한다면 그 자체가 잘못된 거죠』
    
  孫鶴圭 대 高建
 
  ―「高建 현상」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高총리의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데 그 이유를 생각해 보셨습니까.
 
  『나도 생각은 해 보려고 하는데 답이 안 나오데요(웃음). 반사적인 것은 있지 않나 싶어요. 지금 이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계속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불안하니까 좀 안정된 이미지를 찾는 게 있는 것 같습니다. 또 高建 총리가 물러나면서 盧武鉉 대통령한테 「NO(노)」 한 거… 국민들은 한두 가지 계기에 그냥 분위기가 생기면 관성적으로 가는 것 같아요』
 
  ―경기도 몇몇 공무원들에게 지사님의 스타일에 대해서 사전 취재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에게 들은 지사님의 업무추진 스타일이 高총리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토론과 합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합의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주는 스타일이 유사한 것 같더군요. 혹시 高총리가 경기高와 서울大 정치학과 직속 선배라 유사한 점이 많은 건가요.
 
  『나는 高建 총리와 품성이나 리더십에서 비슷하다고 생각 안 해봤어요. 기본적으로 그분은 행정에서 주욱 자라셨고, 내 젊은 시절은 역경과의 투쟁이라고 할 수 있어요. 나도 의사결정 과정에서 민주적인 과정을 중시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의사결정을 위한 것이지 그냥 단순한 프로세스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내가 결정한 것은 꼭 합니다』
 
  ―지사님에게는 카리스마가 없다는 이야기도 나오던데요.
 
  孫지사는 기자에게 『카리스마가 뭐예요』라고 묻고는 말을 이었다.
 
  『난 카리스마라고 하는 것이 권위주의 시대의 잔재라고 봅니다. 리더십에서 「카리스마틱 리더십」이라는 게 있는데 권위적인 리더십을 말합니다. 민주적 리더십을 얘기하면서 카리스마틱 리더십을 얘기하는 것은 모순이죠』
    
  통합과 융합의 리더십 추구
 
  孫鶴圭 지사는 말을 중간에 끊고 자리에서 일어나 지사집무실 벽면에 걸려 있는 액자를 가리켰다. 그 액자에는 중국 임제선사가 남긴 禪語(선어)로 「자리마다 주인공이 되라」는 뜻의 「隨處作主(수처작주)」라는 글이 씌어 있었다.
 
  『「수처작주, 처해 있는 곳에 따라서 가는 곳마다 주인이 되어라」
 
  저 말이 민주주의의 원리입니다. 지도자는 국민들을 가는 곳마다 주인이 되게 만들어야 합니다. 자기 일을 자기가 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그 사람들이 자발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내는 것이 민주적 리더십입니다. 모든 게 지도자의 머리에서 나와서 강압적으로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하면 전부 거기만 쳐다보고 있을 겁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것은 어떤 리더십이라고 보십니까.
 
  『통합과 융합의 리더십입니다. 냉전체제에서 살아온 안보세력이나 지금은 정권까지 잡은 1980년 이후 성장한 급진세력까지 다 같이 안고 가야 합니다. 盧武鉉 정부 들어와서 편가르기가 더욱 심해졌지만 그들조차도 안고 가야 한다는 게 통합과 융합의 리더십입니다』
 
  孫鶴圭 지사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 경기도가 벌이는 사업 중 대외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게 외국첨단기업 투자유치다. 지난 한 해에만 孫지사는 외국첨단기업 유치를 위해 6차례 해외출장을 했다. 취임 후 작년 말까지의 총유치액은 53개 업체 120여 억 달러다. 금년 연초에도 투자유치를 위해 유럽지역 5개국을 다녀왔다. 11박12일간의 출장을 통해 孫지사는 유럽 7개 업체와 2억1900만 달러의 투자협정을 체결했고, 9개 업체와 4억5000만 달러의 투자상담을 했다. 간접고용을 포함해 이로 인한 고용효과만 9000여 명이라는 게 경기도청 측의 설명이다. 지난 2월 초순에는 일본에 투자유치 출장을 다녀왔고 2월 말과 3월에는 각각 인도와 미국으로 투자유치 출장을 떠날 예정이라고 한다.
    
  外資유치 아닌, 첨단산업 유치
 
  ―외자유치란 말을 안 쓰시고 「외국 첨단기업유치」라는 말을 사용하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외자유치에 대한 오해 때문에 그렇습니다. 실제로 그동안 외자유치란 것이 달러가 부족하니까, 기업은 여기 있는데 외국 기업이 와서 돈으로 사가는 것을 얘기했거든요. IMF 외환위기 이후에 구조조정을 할 때는 일부에 필요했을지 모르지만 사실 과다했습니다. 경기도에서 지금 하고 있는 것은 거의 미래산업을 위한 첨단 산업 투자 계획입니다.
 
  기술을 수반한 외국기업을 끌어들인 돈 몇 천만 달러가 필요한 게 아닙니다. 1억 달러 해봤자 1000억원밖에 안 됩니다. 그런데 1억 달러 회사가 들어와서 거기서 200명을 고용한다, 300명을 고용한다 그러면 그 사람들이 기술을 습득하게 됩니다. 장비들도 들어오기 때문에 그 장비를 통해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도 합니다. 외국의 첨단기업 유치라고 하는 것은 「기술만이 살 길이다」 하는 슬로건의 다른 표현입니다』
 
  ―孫지사님의 유치활동을 보면 보통 이미 돼 있는 계약서에 사인만 하시는 게 아니라 대상 기업 설득에 직접 나서는 등 실무 역할까지 하는데 실무자들이 할 일을 뺏는 것은 아닙니까.
 
  『리더의 의지가 중요합니다. 그 사람들에게는 내가 단순한 경기도지사가 아닙니다. 한국의 정치적 지도자 중 한 사람으로서 얼마만큼 자신들의 기업에 대해서 확실하게 유치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지, 자신들이 한국에 가서 기업활동을 할 때 적극 도와줄 의지가 있는지를 봅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들은 우리나라를 잘 알아요. 우리나라가 실무자 위주보다는 최고 권력자 위주 사회이고 권위주의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 최고 책임자의 확고한 의지를 직접 듣고 싶어 하지요. 그런데 그것을 원고에 있는 것만 얘기하기보다는 내 것으로 소화해서 그쪽에서 질문할 때 바로 답변을 해주면 의지와 더불어서 신뢰를 갖게 되죠』
 
  주변에서는 孫지사가 외국기업 유치에 적극적이고 성공률이 높은 이유 중에 하나를 자신의 느낌이나 정서까지 표현할 수 있는 영어실력 때문이라고 하지만 외국에 투자유치하러 나갈 때 동행 취재했던 기자들은 부지런함에 더 많은 점수를 준다.
    
  투자유치 강행군
 
  ―孫지사님이 투자유치를 위해서 해외에 나갈 때 기자들이 함께 가기 싫어한다는 걸 아십니까?
 
  『스케줄이 좀 빡빡하니까…(웃음). 1월의 유럽 5개국 투자유치 여행은 거의 매일 국경을 넘나들어야 하는 강행군이었습니다. 어느 때는 버스를 7~8시간 타기도 했고 하루에 비행기를 두 번 타는 일도 있었습니다. 일정이 촉박했고 쉴 시간이 거의 없었습니다. 취재를 하는 기자들한테는 미안한 일이지만 우리 국민이 먹고 살길을 찾는 것이고 우리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주면 좋겠습니다』
 
  ―외국기업들이 한국에 투자하기 전 제일 궁금해 하는 게 어떤 겁니까. 안보문제입니까, 아니면 노사문제입니까.
 
  『사실 외국 기업들은 다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안보나 노사문제를 두려워하는 기업들은 아예 두들기지도 않고 다른 데로 가죠. 그래도 제일 관심이 큰 것이 안보와 노사관계인데 안보에 대해서는 「최근에 LG필립스에서 100억 달러 투자를 했다. 휴전선 바로 아래서 공장을 짓고 있다. 필립스가 保安문제가 걱정되면 투자를 했겠느냐」 하는 말로 불안을 불식시키기도 했습니다. 노사관계는 한국노총 경기지역본부 이화수 의장을 투자 유치단에 포함시켜 그분이 직접 「한국의 노조가 달라졌다」고 설명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돌파했습니다. 그게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주지는 않지만 「저렇게 열심히 노력하는구나」 하는 인상을 심어 줌으로써 신뢰를 하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우리 사회의 작동원리는 시장경제여야』
 
  孫鶴圭 지사와의 대화는 그가 속해 있는 한나라당 문제로 이어졌다.
 
  ―朴槿惠 대표가 한나라당 黨名(당명) 개정을 추진하다가 실패했는데 당명 개정에 대한 입장을 가지고 계십니까.
 
  『도지사로서 黨名 개정과 같은 문제는 얘기 안 하는 게 좋지 않겠어요?』
 
  ―「중도 보수냐, 뉴라이트냐」 등 한나라당이 지향해야 할 노선을 놓고 의견이 분분합니다. 孫지사는 뉴라이트 쪽과 가깝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나는 뉴라이트란 표현을 안 쓰고 있어요. 좌·우 이런 식으로 가르는 게 마땅치 않고 보수·진보로 가르는 것도 마땅치 않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실제 표방하는 이념적인 내용과 표방하는 용어에 괴리가 있어요. 그래서 나는 이 사회에 작동원리는 시장경제여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유주의 시장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보살펴야 할 것을 제대로 보살피고 또 우리 사회의 특수한 여건인 남북분단 상황을 개선해 나가는, 즉 미래지향적인 자유주의 세력이 우리 사회의 중심세력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방금 전의 말씀이 이른바 孫지사님이 최근 주장하고 있는 「주도세력 교체론」인 것 같은데 주도세력 교체론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지금은 힘을 당장 받을 수 없죠. 주도세력이 구체적으로 나타나서 움직이고 그럴 때 힘을 받겠죠. 우리 당의 좌표를 확인하자는 뜻에서, 그리고 이러한 문제의식을 우리 당원들이 같이 공유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한 얘기입니다. 반드시 그것은 유효하고 그뿐만 아니라 꼭 필요한 때가 올 겁니다』
 
  ―孫지사는 金大中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쪽으로 압니다. 햇볕정책이 한반도의 긴장완화에 어떤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동안 햇볕정책을 추진하다 보니 여러 가지 무리가 있었습니다. 金大中 대통령의 개인적인 욕심도 있었습니다. 노벨평화상이라든지…. 그것이 가져온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세계로 끌어내 문을 열게 하고 그것을 통해 개혁을 하게 하는 노력에 분명한 단초를 열었다고 생각합니다』
 
  ―햇볕정책의 결과가 남북간의 긴장완화가 아니라 남한만의 긴장이완을 가져온 것은 아닐까요.
 
  『아주 극히 부분적이기는 하지만 금강산을 왕래하고 지금 북한에 상주하는 대한민국 국민이 1000여 명은 된다고 하죠? 우리가 이완됐다고 걱정하지만, 우리가 이완이 돼서 공산주의 체제로 공산 혁명이 일어날 것은 아니잖아요? 나는 햇볕정책 시행과정에 있었던 모든 것을 다 잘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기본적인 방향, 북한과 접촉을 함으로써 북한사회를 변화시키자는 것이 계속 진전되고 발전되어야 한다, 이런 얘기죠. 그런 면에서 인도적인 차원의 지원이 경제적인 기반을 형성하는 것으로 발전하고 이렇게 對北정책의 기본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햇볕정책들이 북한 동포들의 인권개선에 영향을 주었다고 보십니까.
 
  『아직 북한동포의 인권개선에까지 가지 못했지만 북한 주민들에게 상당히 광범위한 인권의 개념을 주었다고 봅니다. 또 한국사회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하게 했고, 세계에 대한 인식을 심어 주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앞으로 북한의 개혁·개방에 중요한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차근차근 쌓아 나가는 신뢰
 
  孫鶴圭 지사는 지난해 12월 말 주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現 정권을 이렇게 비판했다.
 
  『지금 이 정부는 세계화 시대에 시장이 중심원리로 작동해야 한다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복지와 분배를 편협하게 인식하고 있다. 이 정부의 이런 인식은 대통령 스스로가 자신을 83학번이라고 했듯이 1980년대의 편협한 변혁 논리, 즉 종속이론, 민중민주주의적 사고 이데올로기적 선악 구분 등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경제가 좀 좋아진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盧武鉉 정부의 경제정책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좋아져야죠. 나는 盧武鉉 정부가 성공하기를 바랍니다. 나는 盧武鉉 정부 5년 동안 나라경제가 완전히 고꾸라지면 어쩌나 하고 우려하는 사람이지만 어쨌든 좋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비적인 시장경제가 나아질 기미가 보인다고 하니까 저는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밖에 나가서 보면 수출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살얼음 위를 걷는 심정이거든요. 그런데 그것을 국내 경기가 뒷받침해 주어야 하거든요. 그러려면 역시 필요한 것은 정치적·사회적인 안정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盧武鉉 대통령이 기업과 경제에 대해서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하는 것은 잘했다고 봐요』
 
  ―정치에 참여하게 된 동기가 金泳三 대통령의 개혁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金 前 대통령의 개혁과 盧武鉉 대통령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개혁에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金대통령의 개혁은 군부 권위주의를 벗어나기 위한 민간화 개혁인데 지금 盧武鉉 정부의 개혁은 지향하기는 사회체제의 개혁을 지향하는 것 같은데 내용은 잘 모르겠어요. 21세기 정보화, 세계화 시대에 필요한 개혁인지 아니면 아직도 1980년대에 살고 있으면서 1980년대의 급진적 학생운동이 표방했었던 변혁론을 개혁으로 잘못 생각하고 있는지 잘 모르지만 실제로 개혁을 주도할 많은 사람들이 그런 생각에서 개혁을 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강의 같은 인터뷰
 
  ―경기도 分道(분도) 문제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진정 경기도 북부지역 주민들의 경제와 생활 복지향상을 위한 것이라면 그리고 그것이 경기도민에게 도움이 된다면 분도가 아니라 열 개로 자른들 어떻겠습니까.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한다면 그런 것은 논의할 가치도 없겠죠』
 
  ─혹시 權魯甲(권노갑) 前 민주당 고문을 아십니까.
 
  『특별히 사적으로 안다고까지는 할 수 없죠』
 
  ─최근 동료 기자가 權고문을 만났는데 현재 거론되는 大權 후보 중 孫지사님을 최고로 꼽더랍니다.
 
  『고마운 말씀이죠. 동교동계 분들이 저에 대해 비교적 호의를 가지면서 느낌이 겹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웃음)』
 
  ―요즘도 트럼펫 부십니까.
 
  『간혹 일요일 오후에 집에 있으면 한 번씩 불어보는데, 소리는 나요. 간단한 악보도 볼 수 있고』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십니까.
 
  『밥 잘 먹는 게 첫째고, 둘째는 시간이 없어서 많이 못하지만 등산인데 가능한 한 1주일에 한 번 정도 하려고 노력을 해요』
 
  孫지사와의 인터뷰가 끝난 후 기자는 빼놓아서는 안 되는, 전공필수 과목의 강의를 들은 느낌을 받았다. 지루하다는 뜻이 아니라 孫지사의 진지함 때문이었다. 마구 떠드는 학생과 하나라도 더 가르치고 싶은 성실한 선생님의 관계라고 할까.
 
  그런데 그는 언젠가는 반드시, 교단을 주시하지 않고 마구 떠들던 학생들이 반드시 귀를 쫑긋 세우고 자신을 주시하게 되리라는 것을 믿고 있는 것 같았다. 孫鶴圭 지사의 大權 도전은 차근차근 신뢰를 쌓아나가는 그만의 방식이 될 것 같다.
 
  孫지사는 「현재의 지지도가 너무 낮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거듭된 질문에 이렇게 거듭 대답했다.
 
  『뿌리가 있고 바닥을 흐르는 지류가 든든하면 언제든지 물길을 올릴 수도 있고 바꿀 수도 있습니다』●  (월간조선 2005년 3월호)

입력 : 2007.06.19

조회 : 4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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