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훈련에 임하고 있는 육군 모 부대 장병들. 사진=조선일보
3군 사관학교 생도들의 이성교제 보고 의무를 폐지한다는 결론이 가운데 군 복무 중 동성(同性)이 합의 아래 성관계를 했다면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군형법(제92조 6조항)은 '군인 또는 준(準)군인에 대하여 동성간 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 따라 지난 70년 동안 군인의 동성 성관계는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처벌을 해왔다. 무죄 판결이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 양상윤 판사는 22일 다른 부대 남자 장교(22)와 동성 간 성행위를 한 중위 출신 A(27)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동성 간 성행위로 지난해 6월 군 검찰에 기소됐다. A씨는 같은 달 만기 전역하면서 민간법원으로 이첩됐다. 상대 장교는 군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재판부는 "군 형법에 근거해 상대방 군인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 동성 성행위 등을 금지하고 징역형으로 처벌하는 것은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헌법에 위배되는 결정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법익(법적으로 보호되는 이익)에 위해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고, 특히 은밀하게 행해지는 경우 군기나 전투력에 위해(危害)가 되지 않는다고 봤다. 남성뿐 아니라 여성 군인 간 합의하의 성관계도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지난 21일 국방부는 군 적폐청산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해 "관행적으로 시행 중인 제도 중에서 인권침해 우려가 있는 불합리한 제도를 폐지하거나 인권 친화적으로 개선한다"고 밝혔다. 그중 하나가 육·해·공군 사관학교 생도들의 이성교제 제한 규정 완화다.
국방부는 "그간 국회와 국가인권위원회, 인권 단체 등에서 지속해서 사생활 침해 문제를 제기한 각군 사관학교 생도 간 이성교제 제한과 관련해 생도 간 이성교제 보고의무를 원칙적으로 폐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예비역 해군 준장 A씨는 23일 《월간조선》과의 통화에서 “같이 먹고 자는 병영생활을 함에 있어 동성애는 전투력 저하로 이어진다. 절대 허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관학교는 전투 능력 배양뿐 아니라 절제와 인내를 가르치는 교육기관이다. 그래서 이성교제 보고 의무 규정을 뒀던 것”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한 규정이 사라지면 사관학교와 일반 대학의 차이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A씨는 “군(軍)의 문제를 인권일변도의 시각으로만 봐선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