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1년 일본 지바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남북 단일팀 여자 복식에 출전해 호흡을 맞추던 현정화(오른쪽)와 북한의 리분희. 사진=조선일보 DB
남과 북이 '코리아(Korea)'란 이름의 단일팀으로 국제대회에 출전한 건 1991년 4월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처음이었다. 남북 여자 탁구 에이스인 현정화와 리분희가 이끈 코리아 여자팀은 단체전에서 덩야핑이 속한 세계 최강 중국을 3대2로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1991년 4월 29일 열린 중국과의 여자단체전 결승은 객관적 전력상 남북단일팀 '코리아'의 열세가 예상됐다. 북한의 유순복은 첫 단식서 당시 세계랭킹 1위이자 '마녀'로 불렸던 철옹성 덩야핑에 2-1승, 기적 같은 첫승을 선물했다. 이어 현정화가 2번 단식에서 랭킹 15위 가오쥔을 2-0으로 눌렀다.
3번 복식서 현정화-리분희 조가 덩야핑-가오쥔에 1-2 패한 데 이어 4단식서 현정화가 덩야핑에 무릎을 꿇었다.
게임 스코어 2대2에서 유순복은 가오쥔을 2-1로 격파, 남과 북 전체에 만세 소리가 울려 퍼지게 만들었다. 남북 선수들은 서로가 서로를 부둥켜안고 울었다.
그때의 영웅인 현정화와 리분희가 25년 만에 만날 것으로 보인다. 리분희 조선장애자체육협회 서기장이 평창 패럴림픽에 참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정화와 리분희가 마지막으로 얼굴을 본 건 1993년 예테보리세계선수권이다. 리분희는 그 대회를 끝으로 은퇴했다. 현정화는 다음해 라켓을 놓았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2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측에서 아직 패럴림픽 참석자 명단을 보내오지는 않았지만 북측 선수단 등에서 나온 얘기를 보면 (리분희 참석)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두 사람은 두 번의 만날 기회가 있었지만 계속 엇갈렸다. 현정화는 2005년 6·15 공동선언 5주년 기념 민족통일대축전에 한국대표단 일원으로 평양에 갔지만 리분희를 만날 수 없었다.
2014년 10월 18일 개막한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 때 만날 기회가 있었지만 무산됐다. 리분희가 평양에서 운전 중 교통사고를 당해 중상을 입었고, 공교롭게 비슷한 시기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 선수촌장직이었던 현정화가 음주운전 사고로 입건 돼 사임한 탓이다.
91년 금메달을 목에 걸고 웃으면서 헤어진 두 사람의 다시 만나자는 약속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