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전 문 닫은 병원 영화사·CNN 대상 소송 : 월간조선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 신대리에 '곤지암 정신병원'으로 불리는 병원 건물이 있다. 정식 명칭은 '남양 신경정신병원'이다. 1983~1997년에 영업을 했지만, 21년 전에 병원 문을 닫았다.

이 병원이 세간의 관심을 끈 것은 지난 2012년이다. 미 방송사인 CNN은 '세계 7대 소름 돋는 곳'을 발표하면서 이 정신병원을 하나로 꼽았다. 방치되다시피 한 건물과 괴기스러운 분위기 탓이었다. CNN이 발표했을 때 이 병원은 건물 소유주가 누구인지, 왜 방치된 것인지 별로 알려진 것이 없었다. 당연히 소문만 무성했다.

영화 곤지암 포스터.

CNN의 발표가 있은 뒤 6년 만에, 이 정신병원을 배경 장소로 한 영화가 제작됐다. 정범식 감독은 1979년 한 병원에서 환자 42명이 사망하고 병원장이 실종된 내용을 담고 있는 미스터리 공포 영화 '곤지암'을 찍었다. 이 영화는 오는 3월에 개봉할 예정이다.

그런데 영화 개봉을 앞두고, 이 정신병원의 건물주라는 홍모(63)씨가 나타났다. 홍씨에 따르면, 이 정신병원을 세운 사람은 그의 부친이다. 이 병원은 1983년쯤 건물을 지어 개원헀다. 괴소문이 떠돌기 시작한 건 병원이 1997년 갑자기 문을 닫으면서다. 홍씨는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아들 형제가 병원을 물려받았지만 둘 다 미국에 머물고 있어 관리가 어려웠다"며 "당시 상수원 보호법 개정으로 병원을 계속하려면 정화조 설치 등 큰 공사가 필요해 아예 문을 닫은 것"이라고 했다.

소유주 홍모(63)씨는 영화로 인해 해당 건물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가 생겼고 병원 부지를 매각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고 했다. 그는 법원에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CNN에 대한 소송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씨는 "건물에 허가 없이 들어가 촬영했다"며 영화 제작사 등을 상대로 형사소송을 고려 중이다.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 측은 "건물에 무단 침입하지 않았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동영상을 보고 부산의 옛 해사고 터에 세트장을 만들었다"고 했다. 홍씨는 "제작사 해명이 사실이라면, 영화 제목을 '해사고'로 하지, 왜 '곤지암'이냐"고 했다.

영화 '곤지암'을 제작한 정범식 감독은 "'곤지암'은 CNN에서 선정된 7대 괴담 중 하나를 모티브로 해서 상상으로 만들어낸 영화"라며 "실제 그곳과 영화를 연결시켜서 혼동시키지 않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 감독은 "(병원과 지자체) 그쪽에 피해가 가게 되는 건 안 되는 것"이라며 "지자체 쪽과 제작사 쪽에서 협의하면서 윈윈하는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걸로 들었다"고 덧붙였다.

글=김성훈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