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남산의 숭의초등학교.
작년 4월 서울 숭의초에서 벌어진 재벌 회장 손자와 연예인 아들 관련 학교폭력 사건의 결론이 나왔다. 피해자와 서울시교육청은 “숭의초가 재벌 손자 보호를 위해 학교폭력을 은폐, 축소했다”고 고발했으나 결론은 ‘관련 혐의 없음’이다.
당시 숭의초 3학년생들의 경기도 가평에서 가진 캠프에서 재벌 손자와 연예인 아들 등 수 명이 관련, 피해학생을 이불로 덮쳐 깔아뭉갰으며 야구방망이로 이불을 내리치는 등 학교폭력이 있었다. 가해학생이 피해학생에게 바나나우유 모양의 물비누를 억지로 먹였다는 내용도 있었다.
피해학생 부모의 신고로 학교폭력방지위원회(학폭위)는 열렸지만 학교 측이 “아이들의 장난이었다”고 결론 내고 피해자 보호조치나 가해자 징계를 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이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재벌과 연예인 봐주기’라는 비난여론이 빗발쳤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학교폭력 은폐, 축소 혐의로 숭의초 교장과 교감, 생활지도부장, 담임교사 등 4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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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7월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숭의초 학교폭력 감사결과 발표에서 제시된 증거물. |
그러나 서울 중부경찰서는 고발당한 숭의초 교장과 교감, 생활지도부장, 담임교사 등 4명에 대해 학교폭력 은폐 및 축소 혐의는 불기소(혐의 없음)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해당 학교폭력의 피해자 측과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측이 재벌 손자 및 연예인 자녀 등이 포함된 가해자들을 감싸기 위해 학교폭력을 은폐, 축소했다”고 주장했으나 경찰은 학교 측이 고의로 학교폭력을 은폐하거나 축소하지는 않았다고 본 것이다.
경찰 “재벌 손자 학교폭력 확인 안 돼”
경찰은 교장 등 4명의 휴대전화, 컴퓨터 등을 압수한 후 통화내역 분석과 거짓말탐지기 수사 등을 한 결과 이들이 학교폭력을 은폐·축소한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숭의초 학교폭력 담당 경찰관과 교육청 장학사, 학부모 등을 조사하고 학생 진술서와 교육청 조사기록을 검토한 결과 가해자로 지목된 재벌 손자의 학교폭력 가담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 회의록을 공개대상이 아닌 학부형에게 제공한 혐의(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위반)에 대해서는 교장과 교감, 생활지도부장 등 3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은 학폭위 회의록을 관련 없는 학부형에게 제공하고, 정보공개 청구 절차에 따라 회의록을 제공하면서 관련자 개인정보를 지우지 않고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주요 인터넷 카페에서 네티즌은 “역시 재벌 봐주기”라며 경찰의 조사결과를 비난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숭의초는 처음부터 끝까지 ‘재벌 손자는 가해자가 아니다’라는 점만 주장하고 있다”며 “평범한 사람은 절대로 보내지 못할 학교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자녀가 숭의초를 졸업했다는 한 네티즌은 “학교 안에서 사과와 화해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교장과 교감이 재벌 손자 감싸느라 일을 키웠다고 들었다”며 “사건이 너무 커져서 아이들이 학교에서 뭘 배울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여러 가해학생 중 한 명으로 지목됐던 학생의 어머니인 탤런트 윤손하씨는 사건 이후 심한 악플에 시달리다 못해 이민을 선택, 해외로 이주한 상태다. 그러나 재벌 손자는 여전히 숭의초에 재학 중이다.
해당 교장과 교감은 각각 교장, 교감직에서 물러나 올해 3월부터는 담임교사로 근무하게 된다는 점도 시민들에게 충격을 줬다. 자녀를 사립초등학교에 보내고 있다는 한 주부는 “원칙과 평등을 가르치지 않는 교육자가 아이들을 직접 맡는다는 점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