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스의 미국 내 소송비 대납 혐의를 받고 있는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의 요청으로 '다스'의 미국 소송비용을 대납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다스는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17일 검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부회장은 지난 15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2009년 청와대 요청으로 다스 소송비 대납이 이뤄졌고, 이건희 회장의 승인도 있었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제출했다.
자수서에는 김백준 당시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대납을 요청했고 이 내용을 이 회장에게 보고해 승인을 받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부회장은 다스가 미국 대형 로펌 '에이킨검프'(Akin Gump)에 지불해야 할 소송비용 약 370만 달러(한화 약 45억 원 상당)를 삼성전자가 대신 지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스는 2000년대 초반부터 김경준 BBK투자자문 전 대표를 상대로 BBK 투자금 140억 원을 반환해 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미국에서 수차례 진행했으나 별다른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이후 다스는 2009년 삼성전자를 주요 고객으로 둔 로펌 에이킨검프를 새로 선임했고, 재판에서 승소해 2011년 김씨로부터 140억 원을 돌려받았다.
청와대와 소송비 대납 논의 과정에서 이건희 회장의 특별사면과 관련한 언급이 있었고, 삼성 측도 사면을 기대했다는 취지의 진술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청와대 요청에 따라 소송비를 대납한 행위가 뇌물수수 및 공여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삼성이 이 회장 사면에 관한 묵시적 청탁을 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이 전 부회장의 진술과 자수서를 토대로 삼성의 소송비 대납 과정에 이 전 대통령이 지시·관여했는지 여부도 밝힐 방침이다. 또 2009년 말 이뤄진 이 회장의 특별사면 과정도 조사할 예정이다. 당시 이건희 회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을 명분으로 특별사면됐다.
글=월간조선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