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전 부회장, '막판 뒤집기' 시도하나? : 월간조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법정 구속되자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구속된 다음날인 지난 14일, 그의 친형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신 회장의 사임·해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자신이 운영하는 '롯데 경영권 정상화를 요구하는 모임(ロッテの經營正常化を求める会)' 홈페이지에 '신동빈씨에 대한 유죄 판결과 징역형의 집행에 대해'라는 제목의 자료를 냈다. "한·일 롯데그룹 대표자 지위에 있는 사람이 횡령·배임·뇌물 등 범죄 행위로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되는 것은 롯데그룹 70년 역사상 전대미문의 일"이라며 신동빈 회장의 즉시 사임과 해임을 주장했다.

최근 신동빈 회장은 광윤사 관련 소송에서도 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광윤사는 롯데의 경영권 분쟁이 한창이던 2015년 10월 14일 임시 주총과 이사회를 열어 신동빈 회장을 등기이사에서 해임하고, 신동주 전 부회장을 신격호 총괄회장을 대신할 새 대표로 선임했었다. 신 총괄회장의 광윤사 지분 1주를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넘기는 거래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신 전 부회장은 광윤사 지분 50%+1주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이에 대해 신동빈 회장은 "당시 주총 결의는 서면으로 제출된 신 총괄회장 의사에 따른 것이지만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어 효력이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신 회장 측은 이 소송에서 무난히 승소할 것으로 보았지만, 패소한 것이다.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구조. 사진=조선DB

광윤사는 한·일 롯데 지배구조의 정점(頂點)에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28.1%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요 주주는 광윤사 외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20.1%), 임원지주회(6%) 등으로 신동빈 회장의 지분율은 1.4%에 불과하다. 그동안 신동빈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진과 투자자의 협조를 통해 한일 롯데를 통합 경영하고 있었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광윤사 등기이사로 부인 조은주씨를 선임하기도 했다.

한국보다 경영진의 비리에 엄격한 일본은 회사 경영진이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으면 이사직에서 사임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따라서 일본 롯데홀딩스가 조만간 이사회나 주주총회 등을 소집해 신동빈 회장의 대표이사직 해임을 결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경영권 분쟁 초반에는 일본 주주들이 신동빈 회장 손을 들어줬지만 일본 기업 문화 특성상 구속까지 된 신 회장을 계속 ‘인내’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신동빈 회장이 해임되면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의 ‘복귀’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 인사는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총은 6월이지만 그전에 임시주총을 요청할지 검토 중"이라고 한 매체에 밝혔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지속적으로 주총을 열고 종업원·임원지주회·관계사 등 주요 주주를 설득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신동빈 회장을 지지하는 이들은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 54.1%를 갖고 있다.

롯데그룹 측은 “아직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나온 게 아니지 않으냐”며 신중한 태도라고 한다.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과 고바야시 마사모토(小林正元) 일본 롯데홀딩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이 신 회장과 가까운 만큼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신동빈 회장 거취에 대한 판단을 유보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