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미투' 사건 관련 이중 잣대 논란 : 월간조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법조계에서 일고 있는 성추행 고발 운동인 '미투'(me too·나도 당했다)를 둘러싸고 이중 잣대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2일 성균관대를 졸업한 동문 20여 명이 모교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1970~1980년대 학생운동에 참여했던 일명 '민주동문회' 회원들이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성대 동문들은 플래카드를 들고 모교에서 제기된 성추행 의혹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 달라고 주장했다.

집회를 연 이유는 남정숙 전 성균관대 교수가 과거 소속 대학원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주장 때문이다. 남정숙 전 교수가 피해를 입었을 당시 학교 측에 문제를 제기했으나 성대 측이 이를 은폐했다는 것이다. 특히 남 전 교수는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의 소개로 정현백 당시 성대 교수에게 도움을 청했으나 문제를 덮자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민교협 소속인 정현백 교수는 현재 여성가족부 장관이다. 동문회는 정 장관의 사과도 요구했다고 한다. 정 장관은 "그런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한 상황이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왼쪽)과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법조계에서도 같은 문제가 제기됐다. 민변 소속 한 변호사가 지난 2일 민변 인터넷 내부 게시판에 실명으로 글을 올렸다. 자신이 성희롱을 당했을 때 같은 법무법인의 선배 변호사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현명한 선택을 하라"고 종용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 말을 피해 사실을 문제 삼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그가 말한 선배는 최근 성희롱 피해 사실을 밝히며 미투 운동에 참여한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이 의원 역시 민변 소속이다.

후배 변호사는 게시판 글에서 '저분(이재정)이 저한테 하셨던 걸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 지금도 손이 떨린다'고 했다.

민변은 앞서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가 터졌을 때 전국 16개 시·도 검찰청 앞에서 '검찰 내 성폭력 사건'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한국 사회의 성폭력 피해자를 위해 용기를 내 발언한 서 검사에게 지지를 보낸다'는 입장문도 냈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인권을 강조하는 진보 성향 단체들이 이중 잣대를 적용해 자신들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14일 '조선일보'에 나온 '대학 동문회만도 못한 민변'이란 칼럼의 일부 대목을 옮긴다.
<성대 '민주 동문'들에게 시민운동가 출신 정 장관도 '내 편'일 수 있다. 그럼에도 학교 측에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정 장관의 사과를 요구했다. 대학가엔 그나마 염치가 남아 있는 모양이다. 민변의 제1 설립 목적은 '기본적 인권 옹호'다. 부끄러움을 알았으면 한다.>

글=김성훈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