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하루종일 주요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실검) 1위를 육지담이라는 독특한 이름을 가진 여성 래퍼가 차지했다.  육지담이 과거에 사귀었다고 주장하는 상대가 최근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는 남성 아이돌 그룹 '워너원'의 센터(중심멤버)인 강다니엘이어서 팬들의 관심과 설전이 끊이지 않았다.

 

강다니엘은 2017년 음악전문방송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101 2>에서 101명 중 시청자 투표 1등을 차지해 2~11등을 차지한 10명과 함께 '워너원'이라는 그룹으로 데뷔했다. 육지담은 2015년부터 <쇼미더머니>와 <언프리티랩스타> 등 음악 프로그램을 통해 랩 실력과 화려한 외모로 주목받은 래퍼다.

 

 1. 육지담의 SNS

 

사건은 14일 새벽 육지담이 본인의 SNS에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육지담은 강다니엘의 팬이 블로그에 쓴 '강다니엘 빙의글'을 본인의 SNS에 올렸다.

'OOO 빙의글'이란 아이돌 등 연예인의 팬이 연예인을 주인공으로 쓰는 소설 같은 글로, 10~20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문화다. 보통 연예인의 가상연애담이 주 내용을 이룬다.

 

육지담은 강다니엘의 팬이 쓴 글을 본인의 SNS에 올리면서 "우리 얘기라서 봤다" "스토킹 아니냐"라는 글을 덧붙였다. 해석하자면 팬이 쓴 연애담이 본인과 강다니엘의 과거 이야기와 유사하다는 것. 스토킹 아니냐는 멘트는 필자가 본인 또는 강다니엘을 스토킹해 그들의 사생활에 대해 쓴 것 아니냐는 뜻이다.  즉 본인이 과거에 강다니엘과 사귀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를 본 강다니엘의 팬들은 "거짓말이다" "강다니엘이 인기가 많으니 관심을 끌기 위한 자작극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며 육지담을 비난했고, 육지담은 "나한테 확인하지 말고 강다니엘에게 물어봐라" "사귀었다는 증거는 수없이 많다"라는 등 네티즌과 온라인 설전을 벌였다.  

 

2. 캐스퍼의 SNS
 

14일 오전 육지담이 네티즌의 무수한 악플을 받자 육지담의 지인인 여성 래퍼 캐스퍼가 본인의 SNS에 글을 올렸다. 다음은 캐스퍼의 글 전문.

 

<< 한참 고민을 하다 사실이 아닌 말들이 너무나도 많이 오가는 것 같아서 워너원 팬 분들과 다니엘 팬 분들, 그리고 최근 지담이 인스타그램을 보며 걱정 또는 비판하신 분들에게 조금의 이해라도 돕고자 조심스럽게 몇 자 적어봅니다.

2년 전쯤, 전 당시 연습생이었던 다니엘과 태웅이를 제 지인들이 있는 파티에 초대했습니다(둘과는 어렸을 때부터 부산에서 같이 학원을 다녔습니다). 그 자리에 지담이도 있었고 그렇게 지담이랑 다니엘은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둘 나이가 비슷하기도 하고 다 친해지는 분위기여서 둘도 그날 이후로 몇 번 더 친구들과 함께 만났고, 그 후 지담이한테 서로 좋은 마음을 가지고 연락을 하고 있다는 말을 전해 들었습니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MMO 소속사 연습생들이 프로듀스를 준비하게 되면서 촬영 스케줄과 연습 일정 때문에 바빠졌고, 다니엘 또한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연습에 집중을 하기 위해 지담이와 이미 만나기도 어렵고 연락하기 힘든 상황인 사이를 서로 좋은 감정으로 정리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데뷔 이후 숍에서 마주치거나 했을 때도 형식적인 인사를 주고받고, 그 이상의 연락 또는 관계는 없었고 가능하지 않았던 걸로 압니다.

무슨 이유에서 지담이가 블로그 포스팅을 캡처해서 올린 건지, 그리고 무슨 이유에서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지담이의 글들 속에 오타가 난무하는지는 대화를 해보려 해도 이해가 안 갑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블로그 글이 둘의 관계를 반영해서 쓴 듯한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습니다. 당사자가 아니라 이 이상의 말과 상황을 설명하긴 어렵지만, 둘을 알게 한 입장에서 더 이상의 추측들로 생기는 피해가 조금이라도 덜 했으면 합니다.>>

 

캐스퍼의 글은 육지담과 강다니엘이 과거에 실제 교제를 했다는 듯한 뉘앙스를 담고 있어 논란은 더 커졌다. 또 "왜 당사자도 아닌 제3자가 해명을 하느냐" "육지담 친구라 육지담 입장만 대변하는 것 아니냐"는 네티즌의 비난이 이어지기도 했다. 

 

3. 강다니엘 소속사 입장

 

아이돌의 열애설은 인기에 치명적이다. 그러나 강다니엘의 팬들은 "과거 연습생 시절 여자친구가 있었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고 연습생 시절에 누굴 사귀었든 상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육지담이 이제 와서 과거를 폭로한 이유가 무엇인지 해명해야 한다는 팬들이 적지 않다.

강다니엘 소속사 YMC는 14일 오후 다음과 같은 입장을 표명했다.

<<본 소속사는 금일 이슈가 되고 있는 소속 아티스트의 팬 게시물 관련하여 아래와 같은 입장 전달드립니다.
과거 친분을 이유로 인터넷상에 퍼지고 있는 아티스트에 대한 루머와 허위 사실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대응할 것임을 말씀드립니다.>>

 

 4. 왜 하루종일 논란이 됐나

 

이날 각종 인터넷 포털 및 유명사이트들은 두 사람의 이야기로 뒤덮였다. "강다니엘에게 실망했다" "육지담이 콘서트를 앞두고 관심을 끌려고 한 것 아닌가"  "사귄건 맞느냐, 단순한 썸(호감) 아니냐" 등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급기야 육지담의 아버지까지 뉴스에 등장했다. 한 언론은 육지담의 아버지와 접촉, 둘의 관계가 "캐스퍼가 이야기한 내용과 거의 같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아이돌의 스캔들도, 병역회피도, 부정입학도 아닌 단순한 해프닝이다. 젊은 남녀가 좋은 감정을 가졌었다는 사실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이 하루종일 인터넷을 달군 것은 '강다니엘 현상'이라는 단어가 나올 정도로 인기 절정인 남성 아이돌이 '쎈 언니' 이미지의 여성 연예인과 과거 인연이 있었다는 점이 팬들에게 충격을 줬기 때문이다. 

강다니엘은 이른바 '멍뭉미'(강아지같이 순수하고 귀여운 외모와 성격)의 대명사로 인기를 끌고 있고, 어린 시절부터 춤 연습에만 집중해 온 '연습벌레' 이미지도 갖고 있어 강다니엘의 과거가 여성 팬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는 것이 연예계의 분석이다.  

 

현재 강다니엘은 예정돼 있던 행사 등 활동을 계속하고 있으며 육지담은 외부와 연락을 끊고 잠적한 상태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