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랜디 희수 그리핀. 사진=조선DB
역사적인 남북 단일팀 첫 골의 주인공은 랜디 희수 그리핀이었다. 공격수 랜디 희수는 2피리어드 9분31초, 박윤정의 어시스트를 골로 연결시켰다. 상대 수비수 1명을 앞에 둔 채 정확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1-2로 추격하는 만회골이었다.
랜디 희수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둘 다 치과의사인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하버드대 생물학과를 졸업한 고스펙의 소유자로 듀크대에서 생물학 석박사 통합 과정을 이수하던 2015년 대한아이스하키협회의 제안을 받았다. 대표팀 합류 의사를 물었다. 랜디 희수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 길로 한국에 왔다.
그는 "솔직히 올림픽을 향한 꿈이 컸기에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부모님께서도 한국행 이야기를 듣고 놀라셨지만 반가워 하셨다. 특히 어머니와 외할아버지께서 매우 기뻐하셨다"고 말했다.
랜디 희수의 외조부모 사랑은 각별하다. 그녀는 외할머니(김효숙), 외할아버지(강태두)를 부를 때는 꼭 한국말로 '할아버지' '할머니'라고 말한다.
외조부모에 대한 사랑은 한국 사랑으로 이어졌다. 그녀의 등번호 37번은 1937년 외할머니가 태어난 해다. 몸이 편찮은 외할머니가 빙판 위에서 뛰는 손녀의 등번호를 잘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한편 남북 단일팀에는 랜디 희수 그리핀 외에도 컬럼비아대 의학대학원에 재학 중인 캐롤라인 박(29·한국명 박은정), 예일대에 진학 예정인 이진규(18·영어명 그레이스 리) 등 아이비리그 출신이 포함 돼 있다. 아이비리그는 미국 북동부 8개 명문대다.
캐나다에서 태어나 아이스하키 장학생으로 미국 아이비리그 명문인 프린스턴대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입학한 캐롤라인은 당시 의대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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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은정(캐롤라인 박) 인스타그램. |
사정을 전해들은 협회는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대학을 나와 의대 대학원 진학 준비로 한창 바쁠 텐데, 안정된 삶을 뒤로하고 한국에 올까 싶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협회는 캐롤라인에게 이메일을 보냈고, 불과 10분 만에 답장이 왔다. 한국에 갈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캐롤라인은 2013년 7월 말 스틱 한 자루를 들고 홀로 한국을 찾았다.
그녀는 키 163cm로 아이스하키 선수로는 작은 체구지만 스피드가 뛰어나고 퍽 핸들링과 슈팅이 좋아 2013년 귀국한 직후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던 한일 친선 교류전에서 차원이 다른 실력으로 대표팀의 3전 전승을 이끌었다.
이진규는 1∼2차전에서 혼자서 유효 슈팅 7개를 기록하는 등 고분분투했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