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호 "북한의 코스프레(분장)에 속아 넘어가선 안 돼" : 월간조선

탈북 인권운동가 지성호(36)씨는 13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외교·안보 라인에서 '조건 없는 대북 대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북한이 미국에 '아임 쏘리(미안하다)' 하지 않는 한 절대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폐기하고 인권 탄압에 대해 반성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지씨는 지난 8일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평택 2함대 사령부 천안함 기념관을 방문했을 때 초청을 받아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앞서 지난달 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국정연설 자리에도 초청을 받은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씨의 탈북 사연을 소개하며 '희망의 상징'이라고 했다. 지씨는 목발을 머리 위로 치켜들어 호응했고 참석자들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그는 "인권 탄압과 억압을 숨길 수 없다는 것을 김정은 정권에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인터뷰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있는 지씨의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지씨는 지난 2010년 북한인권단체 '나우(NAUH·Now Action & Unity for Human Rights)'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나우는 대북(對北) 라디오 방송, 탈북 난민 구출 등 북한 인권 실상을 고발하는 활동을 하는 단체다. 매년 미 민주주의기금에서 7500만 원 정도 지원을 받고, 한국 정부의 보조금은 없다고 한다. 그는 "기회가 되면 청와대에 가서 우리 대통령과도 북한 인권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고 했다.

지씨는 최근 북한의 평화 공세는 속임수라며 비판을 가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을 가리켜 "교만하게 턱을 높이 쳐들고 다닐 처지냐"며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울) 불바다'를 거론했다면 적어도 미안한 마음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는 북한의 정상회담 제안과 관련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북한 민심이 흉흉하다 보니 돌파구가 필요했을 것"이라며 "정상국가인 양 가장해 제재를 피해 가려는 꼼수"라고 했다. 그는 "북한의 코스프레(분장)에 속아 넘어가면 안 된다"며 "꽃제비(먹을 것을 찾아 헤매는 북한 어린이)가 미관상 좋지 않다며 수용소에 가두는 나라"라고 했다.

함경북도 회령 출신인 지씨는 꽃제비였다. 그는 화물열차에서 석탄을 훔쳐 팔다가 14세 때 기차에 치여 왼쪽 팔과 다리를 잃었다. 이후 남동생과 함께 목발을 짚고 탈북해 중국, 라오스, 미얀마 등을 거치는 1만km의 여정 끝에 2006년 한국에 들어왔다. 그는 "우리 정부가 3만 탈북자를 대신해 북한의 사과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리=김성훈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