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스크 왼쪽에 자유의 여신상 새긴 헨슬리(상), 한국 대표팀 골리 맷 달튼(오른쪽 사진)의 마스크에 이순신 장군 그림이 지워져 있다(좌측 아래). 3일 열린 카자흐스탄과의 평가전에서 이순신 장군 그림이 그려진 마스크를 착용한 맷 달튼 모습(우측 아래).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각국 아이스하키 골리(골키퍼) 헬멧 규정에 서로 다른 잣대를 적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미국 언론에 따르면, IOC는 미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골리 니콜 헨슬리와 알렉스 릭스비가 마스크(헬멧)에 새긴 ‘자유의 여신상’을 지우지 않고 뛰도록 허용했다고 한다.
실제로 두 선수는 전날 5-0으로 이긴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과의 경기에 자유의 여신상이 새겨진 마스크를 쓰고 출전했었다. 헨슬리는 마스크 왼쪽에, 릭스비는 마스크 턱 쪽에 자유의 여신상 이미지를 그렸다.
그러나 우리나라 아이스하키 대표팀 남녀 주전 골리에게 적용한 규정은 미국 선수들과는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IOC가 한국의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골리(골키퍼) 맷 달튼(32)에게 마스크에 새긴 이순신 장군 형상을 가리라고 한 것이다.
달튼은 나라를 구한 이순신 장군처럼 골문을 든든히 지키겠다는 취지에서 그의 형상을 마스크에 새겼다고 한다. 그러나 IOC의 지시로 올림픽에선 이를 가리고 뛸 수밖에 없게 됐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골리 신소정 선수도 돌아가신 아버지를 헬멧에 새겼는데, IOC는 그 역시 가려야 한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IOC는 정치와 스포츠의 선을 엄격하게 긋고자 정치적인 목적의 이미지나 문구 사용을 불허하고 있다.
마크 애덤스 IOC 대변인과 킷 맥도널 IOC 스포츠국장은 14일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와의 공동 일일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처음 듣는 얘기"라면서도 "유니폼 등 기술적인 규정은 국가올림픽위원회(NOC)와 선수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자유의 여신상' 논란에 대해 아담스 대변인은 "언론보도가 잘못 나갔던 것 같다. 우리는 자유의 여신상 문양을 원래부터 금지시킨 적이 없다. 오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IOC의 판단은 과거에도 있었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당시 IOC가 미국 아이스하키 대표팀 골리 라이언 밀러에게 마스크 뒤에 그린 '매트 맨'(Matt Man)' 이라는 단어를 지울 것을 지시했었다.
밀러는 18세 어린 나이에 암으로 사망한 사촌 동생 매트를 기리고자 이 단어를 새겼지만, IOC는 특정 국가나 개인을 알리는 단어의 사용을 금지한다는 원칙을 들어 이를 불허했다. 그러자 밀러는 규정에 거세게 반발했고, 결국 IOC는 밀러가 매트 맨이라는 단어를 지우지 않고 뛰도록 허용했다.
밀러가 IIHF는 물론 IOC에도 큰 영향을 끼치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소속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게 당시의 시각이었다. 올림픽 흥행을 좌우하는 NHL 선수의 요구를 IOC가 거부하긴 어려웠으리라는 분석이다.
글=월간조선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