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기업 텐센트(Tencent·騰訊)는 지난해 말 시가총액 기준 아시아 1위 기업이 됐다. 1998년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 창업한 지 19년 만에 세계 굴지의 IT 기업이 된 것이다.
아시아 기업 2위를 차지한 알리바바 그룹과의 격차는 526억 달러(약 57조 원)다. 전 세계 기업을 포함해도 애플·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에 이어 세계 5위다. 텐센트의 브랜드 가치는 지난해에만 83% 상승해 세계 30대 브랜드 중 상승폭 1위였다. 매출도 최근 10년 새 5배 넘게 늘었다.
텐센트는 한국의 카카오톡과 같은 위챗(微信·웨이신),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위챗페이, 인스턴트메시지 QQ, 온라인 게임 등을 주력으로 하는 IT 기업이다. 위챗은 서비스 시작 433일 만에 가입자 1억 명을 돌파하며 세계 최단기간 기록을 달성했다. 위챗페이, QQ 등 텐센트 계열 앱 사용자의 총 사용시간은 하루 평균 407.2분(약 6.7시간)으로 2위인 알리바바 계열의 2.8배, 바이두 계열의 6.5배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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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센트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모바일·인터넷 소비가 급팽창하는 14억 명의 중국에서 사업한다는 것이다. 텐센트는 모바일 게임과 영상·음악·문학·뉴스 서비스 모두 사용자 기준 중국 1위다. 중국에서 스마트폰 게임 이용자 및 동영상 시청자, 문학 작품 신규 구독자는 지난해에만 각각 5543만 명, 4870만 명, 3975만 명 늘었다.
텐센트의 상품은 대부분 '모방'으로 출발해서 '혁신'으로 경쟁력을 키웠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위챗에 음성 메시지 전달 기능을 넣어 스마트폰 조작이 서툰 기업 고위 임원들까지 이용토록 해 사용자를 크게 늘린 것이나, 개인이 좋아하는 캐릭터로 자신을 표시하는 기능 등을 QQ에 추가해 경쟁사들을 물리친 게 이를 보여준다.
중국 특색의 문화와 관습을 적용한 것도 주효했다. 지난해 전 세계 게임 가운데 최대 매출을 올린 모바일 게임 '영광의 왕'(王者榮耀)은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에 중국 역사·신화를 반영해 만들었다. 위챗페이는 세뱃돈을 건네는 훙바오(紅包) 문화를 모바일로 실제 구현함으로써 현재 길거리 좌판부터 식당·고급 쇼핑몰, 공유 자전거와 지하철 이용까지 중국인들의 '모바일 국민 결제 서비스'가 됐다.
공정 경쟁 문화를 조성하고 치열한 내부 경쟁을 유도한 것이 성장을 이끈 원동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텐센트에선 실패를 용인하고 오랜 시간 기다려 재도전의 기회를 주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해도 '사내 정치'를 하지 않는다."(본사 '게임 글로벌퍼블리싱센터' 양진호 디렉터) 일례로 지난해 대성공을 거둔 '영광의 왕' 게임은 수년 동안 실적이 없던 쓰촨성 청두(成都)의 게임 개발팀에서 만들었다. 과거 실적, 관시(關係·관계)나 서열보다 실력으로 승부를 보며 공정 경쟁을 중시하는 기업 문화가 배어 있는 것이다.
서비스나 제품을 출시하기에 앞서 여러 부서에 같은 일을 맡겨 놓고 경쟁을 시키는 것도 독특하다. 비효율적인 중복 투자로 보이지만 최고 효율을 낳는다는 믿음에서다. 빅데이터 분석으로 제품의 성공 여부를 과학적으로 검증하며 내부 경쟁에서 이긴 개인이나 팀엔 인센티브를 준다. 사내에선 내부경쟁에서 뒤지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
텐센트의 성공은 당국의 자국 IT 기업 육성과 강력한 인터넷 검열 장치 덕분이라는 분석도 있다. '인터넷 검열'은 구글·페이스북 등 경쟁 기업의 중국 시장 진입을 막고 있다. 텐센트에 대해 "중국 정부의 보호로 단기간에 성장한 '무균 상자 안에 사는 아이' 같다. 공산당의 '빅브러더 사회' 만들기의 공헌자"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글=월간조선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