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잠실의 롯데월드타워 전경. 사진=조선DB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1심 공판에서 2년 6개월의 실형을 받고 법정구속되면서 롯데는 창업 51년 만에 최초로 총수 구속이라는 상황을 맞이했다.
지난 3년여간 롯데는 안팎의 시련을 겪었다. 2015년 시작된 이른바 ‘형제의 난’으로 당시 신동빈 회장의 형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그룹 내 모든 직위에서 해임되며 롯데그룹 후계구도가 급변, 형제간의 갈등으로 이어졌다. 그해 7월 신동주 전 부회장은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을 앞세워 복귀를 노렸으나 도리어 신 총괄회장마저 사실상 퇴진당했다. 이후 신격호·신동주·신동빈 3부자 간 고소·고발 등 송사(訟事)가 일었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특허 재심사에서 탈락한 것도 이 무렵이다.
이듬해인 2016년 6월 검찰은 검사와 수사관 240여 명을 대거 투입해 롯데 총수 일가의 주거지와 사무실,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32곳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검찰은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실시하면서 “오랜 기간 내사를 진행해 왔다”고 했었다. 이 과정에서 이인원 부회장이 자살하는 일도 벌어졌다.
검찰은 9월 신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신격호·신동빈 등 롯데그룹 관련자 24명을 2791억 원에 달하는 배임·횡령·조세포탈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후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수사가 이어지며 신 회장은 법정을 오가야 했다. 2016년 3월, K스포츠재단 관계자가 롯데 측에 지원금을 요구해 와 신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한 뒤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을 후원했다. 신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것도 이 때문이다.
같은 해 9월 롯데는 사드 부지로 경북 성주군 초전면 성주골프장을 국방부에 제공했다. ‘국익 차원의 대승적 결정’이란 평가가 뒤따랐지만 롯데 차원에서는 경영에 타격을 입었다. 중국이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 대상으로 롯데를 지목한 것이다. 이후 중국 정부는 중국 내 87개 롯데마트를 영업정지 조치했다. 2017년 3월엔 중국인 관광객의 단체관광을 금지한 금한령(禁韓令)을 내려 롯데 등 면세점 업계는 고전을 겪었다. 롯데면세점은 수익성이 악화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철수를 결정하기도 했다.
면세점뿐 아니라 롯데마트의 경영 상태도 어려움을 겪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9월 중국 시장에서 전면 철수를 선언하고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매수 희망 기업들이 중국 정부의 눈치를 살피고 있어 협상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회장의 구속으로, 롯데그룹 지주사 전환의 마지막 단계인 호텔롯데 상장도 무기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는 기업 상장 요건 심사 때 회사의 ‘경영 투명성’도 주요 평가 항목으로 본다. 호텔롯데 상장이 무산될 경우, 롯데그룹은 지주회사 체제 구성은 물론 일본 롯데의 지배에서 벗어나는 것도 여의치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롯데그룹이 현재 해외에서 추진 중인 굵직한 사업 규모만 100억 달러(약 10조8000억 원)가 넘는데, 이 또한 제동이 걸릴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14일 ‘조선닷컴’은 재계의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번 신동빈 회장의 실형 판결은 이재용 부회장의 2심 판결과 상충되는 면이 있다”며 “정권의 의지를 기업이 거스르기 힘든 현실 속에서 권력자의 피할 수 없는 요구에 응하던 롯데가 총수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고 전했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