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명의 사망자를 낸 밀양 세종병원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피해가 컸다는 지적이 거세다.
밀양 가곡동에는 세종병원과 세종요양병원이 붙어 있지만 일반 병원인 세종병원은 스프링클러 의무설치 대상이 아니며 세종요양병원은 스프링클러 의무설치 대상이다. 왜 스프링클러가 요양병원에는 필수지만 중소 규모의 일반 병원에는 필수가 아닌 것일까.
정부가 요양병원에 스프링클러를 반드시 설치하도록 한 것은 2015년이다. 2014년 노인 21명이 사망한 전남 장성 요양병원 사건 때문이다. 당시 21명 중 20명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어서 피해가 컸다.
실제 법 개정 이후 2015년 나주 요양병원에선 새벽에 불이 났어도 스프링클러가 작동해 사망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현재 시행령에 따르면 새로 짓는 요양병원은 바닥 면적이 600㎡ 이상이면 스프링클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했다. 그러나 법 개정 전 건립이 완료된 요양병원은 2018년 6월 30일까지 설치를 완료하도록 유예기간을 뒀다. 세종요양병원은 곧 스프링클러 설치공사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반면 대형병원이 아닌 중소병원은 스프링클러 의무설치 대상이 아니다. 세종병원은 건축법상 1종 근린생활시설로 연면적이 1489㎡다.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근린생활시설은 연면적 5000㎡ 이상이거나 수용인원이 500명 이상일 경우 반드시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 세종병원의 수용인원은 496명으로 기준에 못 미친다.
병원 입장에서는 스프링클러를 설치할 법적 의무가 없었던 것이다. 손경철 세종병원 이사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세종병원은) 건축면적상 설치 면적이 안 돼 (스프링클러 설치를) 안 했다”고 애초부터 설치할 의지가 없었음을 인정했다.
전문가들은 관련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병원은 환자가 많아 대피가 힘든 특성상 다른 시설과 기준 면적을 똑같이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거동이 힘든 환자들이 많은 병원은 화재가 발생하면 피해가 크게 날 수 있는 곳”이라며 “설치 면적 기준을 줄여서라도 스프링클러 등 소방설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