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정보 이용해 가상화폐 거래한 금감원 직원, '뚜렷한 처벌 규정 없어' : 월간조선

국무조정실에 파견돼 근무하던 금융감독원 직원 A씨가 가상화폐에 투자해 시세차익을 거둔 것과 관련해 뚜렷한 처벌 규정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A씨는 정부의 가상화폐 대책 발표 이틀 전 가지고 있던 가상화폐의 절반 이상을 매도해 시세차익을 거뒀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7월 3일 가상화폐에 1300만 원가량을 투자했다. A씨는 약 5개월간 가상화폐를 보유한 후 12월 11일 보유한 가상화폐의 절반을 매도해 700여만 원의 차익을 남겼다. A씨는 지난해 2월 세종시에 있는 국무조정실 경제조정실 산하 재정금융기후정책관실에 파견돼 현재까지 근무 중이다.

A씨의 사례는 자본시장법이 금지하고 있는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와 유사하다. 증권거래의 경우 자본시장법에서 미공개 정보 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 시장질서 교란 행위 등에 관한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가상화폐의 경우, 주식이라고 볼 법적 근거가 현재로선 없어 내부 정보를 이용해 가상화폐 거래를 해도 그에 따른 처벌 규정은 사실상 없다. A씨가 금감원에서 국무조정실에 파견됐다 하더라도, 공무원 신분은 아니기 때문에 국가공무원법상 징계를 적용받지도 않는다.

따라서 직무 관련성 등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금감원 내부 규정에 따른 징계나 인사상 불이익을 조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참고로 ‘금융감독원 임직원 행동 강령’ 제12조는 직무 관련 정보를 이용하여 금융투자상품, 부동산 등 재산상 거래 또는 투자를 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1일 가상화폐 소비자 피해 방지 등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가동했다. TF팀은 9월 29일 가상화폐 공개 금지를 뼈대로 한 대책을 발표했고 12월 4일 주관부처가 법무부로 변경됐다. 법무부는 거래 규제에 적극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었고 9일 뒤인 12월 13일 미성년자·외국인 거래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긴급 대책을 내놨다.

A씨는 대책 발표 이틀 전 가상화폐를 매도한 것이다. 국무조정실에서 가상화폐 관련 대책을 담당했던 부서는 A씨가 속한 경제조정실 산하 재정금융기후정책관실의 금융정책과였다.

사실을 파악한 국무조정실은 A씨의 가상화폐 거래 사실을 지난 4일 금감원에 넘겨줬지만, 금감원은 2주가 지난 18일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금감원 직원은 공무원이 아니고 가상화폐 거래를 처벌할 규정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며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임직원 행동강령 위반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