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2017년) 12월 5일 법인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과세표준(연 이익) 3000억 원 이상 기업에 적용되는 과세구간을 신설하고, 25%의 세율을 적용하도록 했다. 이로써 법인세 최고세율이 22%(과세표준 200억 원 초과)에서 25%로 상향 조정됐다.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가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한 지 9년 만에 원위치된 셈이다.
법인세 인상을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재원 확보 등 ‘혁신 성장 마중물’이 될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는 분석이다. 법인세 인상은 세계적 추세와는 거리가 있다. 지난 30년간 법인세율의 국제적 트렌드는 한마디로 ‘하향 평준화’였다. 미국이 올해(2018년)부터 법인세를 35%에서 21%로 대폭 낮춘 것이 대표적 사례다.
법인세 인상은 실제 고용 축소와 기업 해외 이전 등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기업 입장에서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에서 활동하는 것은 당연하다. 법인세를 대폭 낮춘 미국에 기업들의 투자가 몰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13일 트위터에 도요타와 마쓰다의 앨라배마 공장 투자 소식을 전하며 “감세와 규제 완화가 미국을 투자할 장소로 만든다. 기업들이 엄청나게 미국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적었다.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은 1월 17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한미 법인세율 역전과 기업 해외탈출 러시, 대안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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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조선DB |
윤 의원은 “지금은 기업이 국가를 선택하는 시대”라며 “기업이 노동비용 상승과 규제 장벽 때문에 생산기지를 줄줄이 해외로 옮기는 마당에 법인세까지 올렸으니 공장과 자본이 더 빠져나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기업 하기 나쁜 나라로 가서는 국가의 미래가 없다”고 했다.
발제자로 나선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대중은 법인세 인상을 부자증세로 인식,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법인세 인상의 부작용은 크다”면서 “글로벌 기업은 ‘발로 하는 투표(voting by feet)’를 통해 가장 유리한 곳에 둥지를 트는 법인데 법인세 높은 한국에서 누가 기업을 하겠나. 이 상황에서 한국을 택할 기업은 없다고 단정해도 좋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정근 한국금용ICT융합학회 회장은 “조세정책의 정상화 원칙은 ‘세원은 넓게 세율은 낮게’가 돼야 한다”며 “과도하게 젊은 면세비율을 축소하고 높은 집중도를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동운 단국대 명예교수는 “법인세 인상으로 인해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심화하여 일자리가 줄고, 소득 증가가 둔화하고, 소득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위연구위원은 “보편적 복지를 지향한 북유럽 국가들도 이제는 법인세를 재원 확보의 수단보다는 자본유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법인세율 인상으로 인해 문재인 정부가 기대하는 일자리 창출, 가계소득 증대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