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내세웠던 문재인의 화려한 '방중 성과'... 시진핑 대신 중공 서열 7위가 평창 온다? : 월간조선

중국이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한정(한정)을 필두로 하는 대표단을 평창 동계올림픽에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한정 상무위원이 방한하는 방향으로 중국 측과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라는 시진핑은 묵묵부답... 중공 서열 7위가 방한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과 통화하면서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 참석을 요청했지만, 시진핑은 답하지 않았다. 사진=뉴시스

2003~12년 상하이 시장을 지낸 한정은 2012년부터 상하이시 당 서기를 맡다 지난해 10월 제19차 중국공산당 대회 때 정치국 상무위원이 됐다. 한정은 중국공산당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이긴 하지만, 정치적 위상은 그중 가장 낮다. 한정의 중국공산당 내 권력 서열은 ▲시진핑 ▲리커창 ▲리잔수 ▲왕양 ▲왕후닝 ▲자오러지에 이은 ‘7위’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중국공산당 권력 서열 7위인 한정이 대표단을 이끌고 방한한다는 건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의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불참’을 의미한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과의 통화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 참석을 요청했지만, 시진핑은 참석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논란 많았던 문재인의 국빈 중국 방문... 10끼 중 8끼 '혼밥'

지난해 12월 중국 국빈 방문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 고위 인사와 식사한 건 총 10끼 중 2끼에 불과하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12월 13~16일, 중국을 국빈 방문했던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은 한국과 중국이 지난 25년 동안 관계를 바탕으로 향후 이를 더 발전시켜 나가자는 데 합의했는데도, 중국의 ‘한국 대접’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지난해 12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은 많은 논란을 낳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방중 기간 10끼 중 국빈 만찬을 포함한 2끼만 중국 측 인사들과 했다. 이른바 ‘혼밥 논란’이다. 문 대통령은 시진핑과 리커창 외에 중국공산당 19차 당 대회에서 상무위원으로 진입한 5인을 별도로 만나지도 못했다. 시진핑과의 만찬 당시 내용은 별로 알려진 게 없고, 리커창은 문 대통령과의 식사 대신 면담만 가졌다. 문 대통령과 동행한 국내 취재진이 중국 경비원들에게 집단구타를 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지만, 현재까지 중국 당국의 후속 조치는 ‘중국 경비원 1명 구속 수사’에 불과하다.

문재인 대통령 방중 당시 동행한 국내 취재진이 중국 경비원에게 구타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21세기판 중화질서인 '중국몽'에 "작은 나라, 한국 함께할 것"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과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은 소위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4대 원칙'에 합의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방중 기간 우리나라를 ‘작은 나라’라고 칭했다. 그는 작년 12월 15일, 중국 베이징대 연설에서 “중국몽이 중국만의 꿈이 아니라 아시아 모두, 나아가서는 전 인류와 함께 꾸는 꿈이 되길 바란다”며 “한국은 작은 나라지만 그 꿈에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몽’은 중화질서를 재건하겠다는 시진핑의 집권 구호다. 이를 위해 우리가 함께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일본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어 ‘30-50클럽(국민 1인당 소득 3만 달러·인구 5000만 명 이상 국가)’ 진입을 눈앞에 둔 대한민국을 ‘작은 나라’로 낮췄다. 과도한 중국 치켜세우기와 자기 비하 등의 ‘저자세 외교’로 국민적 자존심에 상처를 안겼다는 비판을 받는 대목이다.

문재인과 시진핑이 합의한 '한반도 평화·안정 위한 4대 원칙'의 이면

이런 과정을 거쳐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이 합의한 내용은 소위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4대 원칙’에 대해선 북핵 압박 대책은 없고, 기존 중국 입장만을 복창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상기 ‘4대 원칙’이란,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한반도의 비핵화 원칙을 확고하게 견지한다” “북한의 비핵화를 포함한 모든 문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한다” “남북한 간의 관계 개선은 궁극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등이다.

표면적으로는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이 합의한 이 ‘4대 원칙’에 큰 문제는 없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사실상 중국의 대(對) 한반도 전략이 그래도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국경제'는 지난해 12월 16일 사설을 통해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4대 원칙 자체는 큰 문제가 없다. (중략) 중요한 것은 미국이 대북 최후 카드로 군사옵션을 거론하고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 논의까지 나오는 시점에 양국 정상이 ‘원칙’이란 제목을 내걸고 공식 합의했다는 점이다. (중략) 4대 원칙은 대북 군사 옵션까지 검토하는 미국의 압박정책과 배치된다는 점도 그렇다.

(중략)

중국이 한국을 통해 미국을 견제하려는 측면은 없는지도 살펴볼 일이다. 한반도 비핵화 역시 또 다른 족쇄가 될 수 있다. 여섯 차례에 걸친 북한의 핵실험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결국 남쪽만 비핵화되고만 꼴이다. 이런 마당에 한반도 비핵화 합의는 나중에 필요할 수도 있는 전술핵 배치 등 우리의 ‘핵 자위권’을 차단한 것과 마찬가지다.〉

청와대, "한·중 관계의 새 시대 열었다... 시진핑 평창올림픽 참석도 적극 추진"

2017년 12월 17일, 윤영찬 대통령 비서실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성과를 얘기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동영상

그런데도 청와대 측은 해당 회담 결과에 대해 “한·중 관계의 새로운 출발로 가는 좋은 신호”라며 “120% 만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12월 17일엔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성과’를 설명하면서 “한·중 양 정상 간에 돈독한 우의와 신뢰 구축을 바탕으로 한·중 관계의 새 시대를 열었다”라고 자평했다. 다음은 당시 윤영찬 대통령 비서실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의 발표 내용 중 일부다.

“12월 15일부터 17일까지 3박 4일간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 결과에 대해서 간략하게 종합적으로 브리핑을 드리겠습니다. 먼저 이번 방문을 통해서 한·중 양 정상 간에 돈독한 우의와 신뢰 구축을 바탕으로 한·중 관계의 새 시대를 열었습니다. 양 정상은 5시간에 걸쳐 공식 일정을 함께하면서 깊은 우의와 신뢰를 구축했습니다.

국민 우선의 정치철학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북핵문제, 한·중 관계 및 지역정세 등 관련, 심도 있고 허심탄회한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역지사지·관왕지래’의 정신하에 어려웠던 과거까지를 교훈으로 상호 입장을 헤아려가며, 지난 25년간 한‧중관계의 비약을 바탕으로 향후 이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자는 데 공감했습니다. 양 정상 간 수시 전화 통화 등을 활용한 소통의 핫라인을 구축하자는 데도 합의를 했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은 한‧중 간 교류협력 복원‧발전을 위한 본격적인 신호탄이 되었습니다. 양 정상은 양국 간 교류협력의 회복은 물론, 새로운 25년을 향한 한 단계 높은 차원의 미래 협력 방향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중략)

평창 올림픽을 북핵 문제 해결의 주요 기회로 활용하고 성공적 올림픽을 개최하기 위한 중국 측의 협조를 확보했습니다. 평창 올림픽까지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뿐만 아니라, 대화에 대한 기대감을 기초로 북핵 문제 해결의 중요한 기회로 삼기 위한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당부했습니다.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석을 위해 공동 노력기로 했고 시진핑 주석의 평창올림픽 참석을 적극적으로 추진키로 했습니다. 또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상호 방문의 해 지정을 적극적으로 검토키로 했습니다. 리커창 총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많은 중국민이 경기 관람이나 관광을 위해 한국을 찾을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청와대가 내세운 문재인의 화려한 '방중 성과'... 한 달 후 시진핑의 답은 평창 불참?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이 2017년 11월 1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베트남 다낭의 한 호텔에서 인사 후 서로를 지나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중 관계의 새 시대 ▲한‧중 간 교류협력 복원‧발전 위한 신호탄 ▲새로운 25년 향한 미래 협력 방향에 대한 공감대 형성 ▲올림픽 성공 개최 위한 중국 측의 협조 확보 ▲시진핑의 평창올림픽 참석 적극 추진 등 청와대가 치켜세웠던 ‘문재인 방중’의 성과물이 '시진핑의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불참'인가.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