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영하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추가 구속영장 발부에 대해 "재판 절차에 관여해야 할 어떤 당위성도 느끼지 못했고 피고인을 위한 어떠한 변론도 무의미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광장의 광기와 패권적인 정치권력의 압력으로 형식적인 법치주의가 부활하면 인권의 역사는 후퇴할 것이고 야만의 시대가 되살아날 것”이라며 재판부에 사임계를 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4일 유영하 변호사를 자신의 변호인으로 재(再)선임했다. 유 변호사는 탄핵심판 등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 초기부터 박 전 대통령을 변호했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변호인 전원이 사퇴했다.
박 전 대통령이 유 변호사를 선임하기에 앞서 당일 검찰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36억5000만 원 수수 혐의(뇌물수수 등)로 박 전 대통령을 추가 기소했다. 삼성에서 433억 원 뇌물을 받은 혐의 등 18개 혐의에 이날 추가 기소로 박 전 대통령의 혐의는 하나 더 늘었다.
지난해 10월 이후 재판에 출석하지 않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갑자기 변호사를 선임한 이유는 뭘까.
이와 관련해 종편 패널로 자주 등장하는 서정욱 변호사는 "이번 추가 기소 건은 기존 혐의와는 사안이 다르다"며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 기존 재판은 블랙리스트, 공무상 비밀누설, 정유라 지원, 재단 설립 등 개인적으로 직접 취득한 이익이 전혀 없기 때문에 '정치보복'으로 규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건은 개인적 뇌물수수이기에 적극 방어할 필요가 있다.
둘째, 뇌물수수와 국고손실이 인정될 경우 필수적 조치로 몰수 또는 환수 조치가 수반된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해 유죄가 되면 박 전 대통령 소유의 사저나 예금 등이 압류돼 재산 환수 조치가 있을 것이므로 이에 대한 적극적인 방어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셋째, 이번 추가 기소 건은 이른바 ‘문고리 3인방’과 남재준, 이병기, 이병호, 이원종, 최경환, 조윤선, 현기환 등 최측근들의 운명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뇌물수수는 1억만 넘어도 무기 내지 10년 이상이다. 국고손실도 횡령과 특별관계이므로 회계 관계 직원이 공범으로 가담하면 그 또한 가중 처벌받아 무기 내지 5년 이상의 형을 받을 수 있다. 결국 최측근들의 처벌을 막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이고 성실한 방어가 필요하다.
박 전 대통령이 향후 재판에 출석할지 여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유영하 변호사 등이 재판에 출석해 특수활동비 수사의 문제점을 강력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 변호사는 “예산 전용의 기존 관행을 강조하면서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었고 또 통치자금이라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 전망했다.
글=백승구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