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룩스 사령관 “(북한이) 어떤 허튼 짓 한다면 패배의 맛 보게 될 것” : 월간조선

빈센트 브룩스(Vincent K. Brooks) 한미연합사령관이 4일 서울 강북구 서울사이버대학교 차이콥스키홀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초청으로 특별강연을 했다. 북한의 계속된 핵·미사일 도발 이후 새해 들어 남북 간 대화 분위기가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한미동맹의 심장인 한미연합군의 책임자가 대통령 직속 헌법기관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위원들을 대상으로 강연한 것이다.

강의가 끝나고 한 참석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국민에게 너무나 감사한 말을 해줬다. 군인으로서 강력한 한반도 방위태세를 강조했고 뛰어난 외교관처럼 한반도 상황을 분석, 해법을 제시해줬다. 듣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했다. 그의 역할에 고마움을 알게 됐다.”

한국 이름 박유종, 애국가도 부를 줄 알아

브룩스 사령관은 1시간가량 진행된 강연 중간 중간에 한국말로 한국과 한국민에 대한 애정을 표시했다. 그는 강연 말미에 “진심으로 가슴속에서 우러나오는 말이 있다”며 한국어로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사랑합니다”로 특강을 마쳤다.

강연장을 메운 자문위원 500여 명이 일제히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그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유엔군사령관이자 한미연합군사령관, 그리고 주한미군사령관인 그가 군인으로서 우리를 방어해 주고 또 우리나라와 우리나라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는데 그 이상의 훌륭한 말이 또 어디 있겠느냐”고 했다.

브룩스 사령관은 미군 중 대표적 친한파다. 중령 시절 주한미군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그는 ‘박유종’이라는 한국 이름을 갖고 있고, 애국가를 한국어로 부를 줄 안다.

사관생도 여단 지휘관, 미 육군군단 생도대장 지내

미국 웨스트포인트 소재 육군사관학교 출신인 브룩스 사령관은 생도 시절 웨스트포인트 최고 군사지도자 지위인 ‘사관생도 여단 지휘관’ 및 ‘미 육군군단 생도대장’을 지냈다. 웨스트포인트 역사상 이런 지위에 선발된 첫 흑인 생도였다.

브룩스 사령관은 36년이라는 임관 기간 동안 미 본토, 냉전시기의 독일, 한국, 코소보, 중동 지역에서 지휘관과 참모 역할을 수행했다. 전투 경험도 적지 않다.

브룩스 사령관은 미 펜타곤에서 국가 수준의 업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미 육군성에서 육군참모차장 부관, 육군공보실장 등 참모 역할을 했고, 합동참모본부에서 정치군사부 부정책참모부장과 대(對)테러부 부정책참모부장을 지냈다. 그 외 미 전투사령부 구성군본부에서 연합군 합동기동부대 참모, 미 전투사령부 작전장교 및 대변인을 역임했다.

2016년 유엔군사령관·한미연합군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으로 부임한 그는 직전까지 미 태평양사령부 예하 육군사령부 사령관으로 있으면서 인도-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전(全) 미 육군을 지휘했다.

그는 육군사관학교에서 이학사, 미 육군사령부 및 일반참모대학에서 군사학 석사학위, 보스턴 뉴잉글랜드대학교에서 명예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버드 케네디스쿨에서 국가안보회원으로서의 역할도 했다.

브룩스 사령관이 강연 말미에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사랑합니다"고 하자 참석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화답했다.

"민주평통의 훌륭한 조언, 전 세계에도 긍정적 영향 줄 것"

브룩스 사령관은 이번 민주평통 특별강연에서 더욱 굳건한 한미동맹을 강조했다. 김정은이 신년사를 통해 유화책을 내놓고 있지만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강연의 주요 대목을 정리했다.

“한미동맹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공유하고, 앞으로 어떤 기회가 있는지 얘기하고 싶다. 민주평통은 한반도의 민주적, 평화적 통일을 달성하기 위해 고민하는 기관이다. 성공하길 기원한다. 이유는 민주평통의 훌륭한 조언이 전 세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저는 여러분과 그 여정을 함께할 것이지만, 직책상 제게 요구되는 것은 여러분과 다르다. 제가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철통 같은 한미동맹을 더욱 날카롭고 더욱 강하게 연마하는 것이다. 저는 군생활을 하면서 전장(戰場) 경험을 갖고 있다. 전쟁의 아픔, 수반되는 비용, 형언할 수 없는 어려움 등을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한미동맹을 공고히 하면서 전 세계의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한미연합사령부는 한미동맹의 심장"

저를 한미연합사령관으로 소개했지만 저는 유엔군사령관과 주한미군사령관 직책도 맡고 있다. 유엔군사령부는 6·25전쟁 때 전투수행사령부로서 대한민국을 방어했다. 지금은 정전협정을 감독하는 역할을 하면서 국제사회와의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전쟁에 돌입되면 한미동맹의 틀 외에 다른 나라들과 대화, 지원을 이끌어 내는 역할을 한다. 또 한미동맹을 잘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도 한다.

한미연합사령부는 한미동맹의 핵심이다. 제가 ‘연합’을 강조하는 것은 연합성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저는 한미동맹의 심장부로서 한미연합사령부가 실전 전투태세를 갖추고 어떤 도전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최상의 능력을 갖추도록 하겠다. 북한은 기존처럼 모험적 행동을 하기 전에, 또 추가 도발하기 전에 한미연합군이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만약 어떤 허튼 짓을 하게 된다면 한미연합사령부에 의해 패배의 맛을 보게 될 것이다. 한미연합사령부는 한미동맹의 심장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아울러 주한미군사령부는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만들어졌다. 미국의 한반도 방어 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

2018년 올해는 아주 중요한 해이다. 각 사령부가 기지 이전 등 환경 변화에 처해 있다. 주한미군, 유엔사령부는 평택 기지로 이전 중에 있다. 앞서 미8군사령부는 이전을 완료했다. 연합사령부 본부는 서울에 남는다. 한미연합의 능력을 집중시키기 위해서다. 기지 이전에도 불구하고 한미동맹에는 일말의 변화가 없다. 한미동맹은 더욱 강력히 유지돼 나갈 것이다.

"북, 유화 제스처 보이며 한국, 미국, 일본, 중국 사이 마찰 유도"

북한에 대해 얘기 좀 하고 싶다. 우리는 북한이 지난 27년간 핵실험, 미사일 도발 등을 지켜봤다. 북한은 이렇듯 자국이 핵을 보유함으로써 다른 강대국과 동등한 위치에 있으려 한다. 또 국제무대 협상테이블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 한다. 이전까지의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한반도 내에 한정됐다. 이제는 한반도를 넘어 다른 지역에도 위협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7개 동맹국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저는 북한이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우리의 동맹국들을 이간시키려는 전략을 사용할 것으로 본다. 저는 북한의 의도·속셈을 ‘손가락 5개’에 비유한다. 북한을 손바닥이라고 친다면 대한민국, 중국, 러시아, 일본, 그리고 미국 등은 손가락에 해당할 것이다. 북한은 손가락들이 서로 붙지 않고 떨어져 있기를 원한다. 손가락이 모여 손바닥을 압박할 수 없도록 말이다. 지난해 북한은 이들 5개 국가 안에 온갖 마찰이 발생하도록 수도 없이 도발했다.

우리는 이런 북한의 의도를 간파해 손가락에 해당하는 국가들은 조화롭게, 끈끈하게, 또 긴밀하게 연합해 손바닥에 있는 북한을 변화의 장으로 이끌어 내야 한다.

북한 김정은은 신년사 발표 이후 유화적 제스처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너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유화적 제스처를 김정은의 실제 생각이라고 받아들이는 데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 북한이 어떤 의도를 갖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또 이면에 뭐가 있는지 알 수 없다. 북은 유화 제스처를 하면서 한국, 미국, 일본, 중국 사이에 마찰이 생기도록 유도하려는 의도를 분명 갖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사랑합니다”

물론 북한이 유화적 제스처를 취한다고 해서 저의 임무가 변화하는 것이 아니다. 저는 군의 준비태세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고,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 때 즉각 군을 운용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다.

우리는 매일같이 전진해 나갈 것이며, 한미동맹이 세계 최고의 동맹이 되도록 할 것이다. 우리를 분열시키려는 야욕은 절대 성공하지 못할 것이며, 한미동맹은 평화를 추구하는 최고의 동맹임을 보여주도록 노력하겠다. 우리 같이 갑시다. 감사합니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사랑합니다.”

글=백승구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