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말해 “북한 김정은의 대화 의도는 한국을 향해 만든 덫”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핵버튼’을 운운한 김정은을 향해서는 “까불지 마”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북한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 대표단 파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동시에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각) 뼈 있는 농담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로켓맨이 처음으로 남한과 이야기하기를 원하고 있는데 아마 좋은 뉴스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며 “김정은이 책상 위에 핵 버튼이 있다고 했는데 누군가가 나도 핵 버튼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김정은에게)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발 더 나아가 “내 핵 버튼은 훨씬 크고 더 강력하며 작동도 잘 한다”며 김정은의 ‘핵 단추’ 발언을 일축했다.
       
미국은 남북 대화에 적극적인 한국 정부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기분이 별로 안 좋다’는 속내를 곳곳에서 읽을 수 있다. 백악관과 국무부 측은 “남북 대화를 지지하느냐”는 미국 기자들의 질문에 “미국의 대북 정책 최우선 순위는 한반도의 비핵화이며 자세한 것은 한국 정부에 물어보라”고 했다.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김정은 신년사를 듣고 안심한 사람이 있다면 그건 분명 연휴 동안 샴페인을 너무 마셔서 그럴 것”이라며 “김정은 신년사는 한국과 미국을 멀어지게 하려는 단순한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헤더 나워트 미(美) 국무부 대변인은 “김정은의 대화 진정성과 신뢰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자신들의 SNS 계정에 올린 글들을 보면 미국의 입장이 뭔지를 더 확실히 알 수 있다. <조선일보> ‘강인선의 워싱턴 Live’ 4일 자 기사에 등장하는 미국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북한 도발이 있을 때마다 자신의 견해를 트위터를 통해 밝혀왔다.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는 “김정은이 노리는 것은 한미 이간질이다”고 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내민 올리브 가지(평화 공세)에 너무 흥분하지 마라”고 경고했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비확산센터 연구원은 “그건 올리브 가지도 아니고 이간질하려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했다.
        
또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대화 제의는) 북한이 한국을 향해 만든 덫”이라고 했고 프랭크 엄 미국평화연구소 연구원은 “북한이 놓은 덫에 대한 공포로 외교가 마비돼선 안 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요컨대 북한의 이간질 의도가 너무 뻔히 보인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다. 이런 얘기들이 문재인 대통령 귀에 들릴까 싶다.

 
글=백승구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