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韓-UAE 군사 MOU 체결” 주장, ‘중동 분쟁’ 파문(波紋) 일어나나 : 월간조선

3일 김종대 정의당 국회의원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특사 방문 의혹과 관련 “한국과 UAE 간 군사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는 것을 거의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원전 수주 당시 이면계약으로 체결된, 비공개 양해각서 형식의 ‘상호군수지원협정’(MLSA) 이행 여부를 놓고 임 실장이 이를 수습하기 위해 UAE 특사로 파견됐다는 것이다.

이날 오전 김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군사 양해각서는 우리가 들어줄 수준을 초월하는 무리한 약속이었다”며 “2009년 원전 수주 당시 UAE가 요구한 것은 상호방위조약이었다. 우리나라는 한미 간만 맺고 있기 때문에 들어줄 수 없어 조약이 아닌 협정 형식으로 다시 초안을 교환했다”고 말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 사진=조선DB

이날 김 의원은 해당 양해각서의 주요 항목을 1) 국군 파병 2) 병참물자 지원 3) UAE 군 현대화 교육 4) 방산기술 협력 및 군사기술 제공 등으로 분류했다.

김 의원은 “UAE의 주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란의 군사 위협이 점차 가중되고, 예멘 내전이라든지 아랍 주변 정세가 굉장히 불안정해짐에 따라 UAE는 군사력 현대화를 더욱 가속하기를 원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런데 이런 걸 때맞춰서 원전을 수주한 대가로 다 지원해야 될 한국에 요구사항들이 자꾸 쌓이기 시작한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 후반기로 갈수록 이 협정을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이행하기에는 무리가 따랐다”며 “그런데 우리는 이란하고도 관계가 있고, 아랍의 분쟁에 연루될 위험이 고조되다 보니까 우리가 이 협정을 다 이행하기에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또 “그러자 UAE 측에서 협정 이행을 촉구한 것 같다”며 “양국 간 어떤 신뢰에 문제가 생겼다는 경보가 이미 박근혜 정부 때 발생이 됐고, 그것을 현재 문재인 정부에서 수습하는 형국이라고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원전도 좋고 돈도 좋지만, 남의 나라 분쟁에 연루될 수도 있는 민감한 문제에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해줬다고 하면 우선 동맹국인 미국이 상당히 한국에 대해 관여하려고 들 거다”라고 우려했다.

적대관계 놓인 중동 국가들 간 ‘분쟁 촉발’ 문제점 대두

김 의원의 이 같은 주장은 우리나라와 중동 국가들과의 국제 관계에서 상당한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종교 갈등 등으로 서로 적대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중동지역 국가들이 각자 심기가 불편해져 반발에 나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각 나라마다 종교적·군사적으로 경계를 하는 중동지역의 대치국면 속에서, 특정 국가와 양해각서 수준을 통한 안보협력을 구축하려 했다는 사실이 대내외에 알려지는 것은 외교적으로도 조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17년 12월 10일 오후(현지시각)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중동지역 파견부대의 모범 사례로 손 꼽히는 아랍에미리트(UAE) 아크부대를 시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실제 김 의원의 발언처럼 “남의 나라 분쟁에 연루될 수도 있는 민감한 문제”인 UAE 군사 양해각서 체결 논란이 ‘한 국회의원의 주장 차원으로라도’ 국제사회에 알려지는 것은, 현 문재인 정부의 미래 외교를 위해서도 좋은 일은 아니다.

그의 말처럼 “동맹국인 미국이 상당히 한국에 대해 관여하려고” 들 수도 있는 만큼, 중동지역뿐 아니라 우리나라와 군사협력을 하고 있는 여러 나라와의 관계에서 잡음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김 의원은 앞서 1일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UAE의 주적이 이란인데 이란은 우리나라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며 “우리가 UAE에 군사적 지원을 했다는 게 공식화되면 중동 정책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현 정부 역시 이를 인정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스스로 분석하기도 했다.

화약고가 된 중동 정세

UAE와의 군사 양해각서 체결 논란 주장이 미칠 파장의 규모는 작년 한 해 격화된 중동 정세에서 가늠해 볼 수 있다. 근래부터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종교 분쟁은 물론 유전지대인 중동의 지역 패권을 놓고 견제 구도에 들어섰다. 군사 개입 역시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이란과 경쟁 중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 등과 수니파 연합군을 결성해 2015년 파병하면서 이란 세력의 확산을 저지하고자 노력 중이다. 2016년 1월 미국의 제재 해제로 이란의 성장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 작년 6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이집트 등 수니파 아랍권 4개국이 이란과의 우호 관계 및 테러조직 지원을 이유로 카타르와의 단교를 선언하기도 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승인하면서 중동 정세가 또 한 번 요동쳤다.

이와 관련 작년 12월 저술가 김민하씨는 한 언론에 기고한 칼럼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한국 정부가 UAE의 미사일 전력 강화에 도움을 줄 경우, 시아파의 맹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대립하고 있는 이란과 적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란은 과거로부터 이어진 미국과의 적대적 관계 때문에 러시아, 북한, 중국 등과 가까워져 있는 상태다. 북한은 그렇다 치더라도 러시아, 중국은 북핵문제 해결의 중요한 키를 쥔 국가들이다. 중동에서 벌어진 문제가 동아시아 정세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만일 UAE와 이런 방식의 군사협력을 진행하고 있다면 이 문제는 최대한 정치쟁점화되지 않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된다."

이 같은 배경에 따라 김 의원의 해당 문제에 대한 상세한 주장이 다소 신중치 못했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UAE 적대국 이란 진노할까

작년 12월 26일 자 《세계일보》 보도에 따르면 UAE는 2000년대 중반부터 미국제 F-16 전투기 100여 대를 순차적으로 도입하고, 프랑스와는 2008년 군사협력협정을 맺는 등 외국과 안보 협력을 강화해 나갔다.

적대국인 이란의 위협에 맞서 UAE가 원교근공(遠交近攻·먼 나라와 친하고 가까운 나라를 공격한다는 뜻) 전략을 추구했다는 뜻이다.

1968년부터 50년 가까이 UAE와 이란은 걸프만의 유조선들이 드나드는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아부 무사 등 3개 섬에 대한 영유권을 놓고 분쟁하고 있다.

모함마드 바게리(가운데 왼쪽) 이란군 합참의장이 2017년 10월 21일(현지시각)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알리 아유브 시리아군 합참의장(가운데 오른쪽)과 함께 양국군 간 협력과 교류를 강화하기 위한 공동양해각서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히 대표적 산유국인 사우디·UAE가 이란·이라크와 대결을 벌이면 가뜩이나 불안한 국제유가가 앞으로 더욱 요동칠 가능성이 커진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UAE가 한국과의 안보 협력을 중시하는 것도 적대국인 이란을 의식한 행보라는 게 군 안팎의 해석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UAE를 비롯한 중동국가들 간 대치상황 속에서 양국 간 군사 양해각서 체결 및 이행 논란에 관한 주장이 언론을 통해 세계에 알려지는 것이, 과연 우리나라의 외교 측면이나 국익 차원에서 도움이 되는 일인지에 대해 일각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UAE뿐만 아니라 여러 중동 시장은 한국 건설사들의 ‘수주 텃밭’이라고 한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2017년 1년 동안 해외시장에서 총 287억 달러를 수주했는데, 이 중 중동 수주가 143억 달러에 달한다. 그중에서도 이란으로부터의 수주액이 가장 크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시아파 국가인 이란은 수니파 국가인 UAE와 걸프 섬 3곳을 놓고 영유권 분쟁을 겪는 등 대립하고 있다.

2017년 12월 10일(현지시각)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아랍에미리트(UAE)를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방문했을 때 UAE 왕세제와 만나 악수하는 모습. 사진=청와대 제공

만약 군사 양해각서 체결이 실제 사실로 밝혀질 경우, UAE와 대립하고 있는 이란 등과 사업을 추진 중인 한국 기업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 2일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UAE와 양해각서 형식의 상호군수지원협정 체결 여부에 대해 “상대국과의 신의 원칙 때문에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협정 체결) 공개 명단에 모든 국가를 싣는 것은 아니다”라며 “해당 국가와의 입장을 존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당 “정치보복에만 혈안이 돼 군사협력 MOU조차 불법성 운운하나”

2일 자유한국당은 해당 사안에 대해 비판 공세를 펼쳤다.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정권은 UAE 원전사업 수주를 위해 국익 차원에서 했는데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 탈원전으로 문제제기가 이뤄져 한마디로 ‘폐족국가’를 만들고 있다”고 혹평했다.

이어 “문재인 정권이 나라를 거덜 내는 것도 모자라 국가의 신용과 이미지도 다 버리는 ‘망나니 같은 외교’ 끝에, 전 세계를 상대로 한국의 비즈니스가 큰 위기를 맞고 있다”고 일갈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치보복에만 혈안이 된 아마추어 정권이 UAE가 한국 정부와 맺은 군사협력 MOU조차 적폐로 간주하고 불법성을 운운하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초래한 것이 UAE 원전게이트의 진실”이라고 지적했다.

2017년 12월 19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UAE 방문과 관련, 증거 사진을 들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조선DB

또 “UAE 원전게이트에 대해 (청와대는) 물타기와 책임 떠넘기기도 모자라 노골적 공갈·협박까지 하고 있다”며 “‘사실을 말하면 한국당이 감당할 수 있겠냐’는 (청와대의) 이런 발언은 야당이 아니라 국민을 향한 협박이고 공갈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일침을 놓았다.

나아가 김 원내대표는 “이명박 정권 시절이던 2009년 21조 원 규모의 UAE 원전을 수주하고 향후 60년 원전운영권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며 “박근혜 정권 시절 순조롭게 진행되던 사업이 문재인 정부 들어 갑자기 문제가 생겼다는 이유가 뭔지 곰곰히 생각해 보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의 관련 발언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높은 수준의 보안이 요구되는 사실을 정의당 의원에게 유출시켰다는 사실을 한국당은 엄중하게 볼 수밖에 없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정의당 의원 한 사람이 국가기밀 보안사항을 어떻게 알게 된 것인지 문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소상히 진실을 이야기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3일 해당 라디오 방송에서 “제가 이걸(군사 양해각서 체결 문제) 들은 것은 2009년부터(였다), 언론사 기자라서 제일 (관련) 기사를 많이 쓴 게 저”라고 말했다. 과거 김 의원은 군사전문 <디펜스21>, 군사외교 전문지인 <디앤디포커스>에서 편집장을 맡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