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출마 선언한 노승일의 이력서 : 월간조선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은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을 폭로한 내부 고발자 중 한 사람이다. 선의(善意)의 고발자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반대로 사익(私益)을 노린 '기획 폭로자'라는 평도 나온다.

고영태가 노씨를 포함한 자신의 측근들과 함께 K스포츠재단 등을 장악하고 정부 예산을 빼돌리는 방안을 모의했다는 의심을 낳는 이른바 '고영태 녹음 파일'이 존재하는 탓이다.

그럼에도 노씨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노씨는 작년(2017년) 8월 24일 설립허가를 받고 ‘사단법인 대한청소년체육회’란 단체를 만든 뒤 이사장직을 맡았다. 이 단체는 10월 19일 경기도 의정부시의회 건물 지하 1층에서 출범식을 가졌다.

노씨에 따르면 대한청소년체육회는 노 전 부장이 열악한 체육인들에게 체계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설립한 공익 단체다.

그는 12월 19일 보도된 ‘SBS’와의 인터뷰에서 국회의원 출마의사를 밝혔다. 노씨는 이날 "저는 대학교 총학생회장 출신이다. 1997년 총학생회장이 되면서 사회와 경제를 알았고, 정치를 알게 됐다. 정치도 사회에 봉사하고, 국민에게 봉사하는 것이다. 현실 정치에 대한 결심이 선 것이다. 국회의원이 되는 게 첫 번째 목표다. 무소속으로 출마할 예정"이라고 했다.

앞서 《월간조선》은 '고영태 친구 노승일이 사단법인 만들고 활동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노씨의 국회의원 출마를 예상한 바 있다.

공직선거법 제16조 2항을 보면 국회의원의 경우 선거일을 기준으로 25세가 되면 출마 자격이 생긴다. 노씨도 총선에 출마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다만 노씨가 어느 지역에 출마할지는 모르겠지만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노씨의 국회의원 출마선언을 보도한 기사의 댓글을 보니, 부정적인 내용이 다수였다.

기자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취재하면서 검찰 진술조서, 주변인의 증언 등을 통해 노씨가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 꽤나 자세히 파악할 수 있었다. 노씨가 언제 출마할지는 모르겠으나 유권자들의 선택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 위해 그간 취재 수첩에 적어 놓았던 내용을 공개한다.

검찰 진술조서에 기록된 노씨의 학력과 경력은 다음과 같다.

< ▲ 초등학교 4학년 때 배드민턴 시작
   ▲ 1995년 2월 서울체육고등학교 졸업
   ▲ 1995년 한국체육대학 입학. 전국체전 서울 대표선수로 참가하여 단체전에서 금메달 수상. 1999년 2월 한체대 졸업
   ▲ 1999년 8월부터 그해 12월까지 경기도 가평에 있는 설악중학에서 체육담당 기간제 교사로 근무
   ▲ 2002년 2월부터 2013년 3월까지 11년간 메리츠증권 서울 종로지점 등에서 근무. 고객에게 계좌 개설 권유 및 고객의 자산관리 담당
   ▲ 2013년 4월부터 2015년 7월까지 서울 노원구, 은평구 및 경기도 의정부시와 양주시 등에서 배드민턴 코치생활
   ▲ 2016년 1월 11일, 고영태 소개로 K스포츠재단 입사 >

노씨는 총 7차례 검찰에 나가 진술했다[2016년 10월 25일(1차), 10월 27일(2차), 10월 28일(3차), 10월 30일(4차), 11월 7일(5차), 11월 8일(6차), 11월 10일(7차)]. 7차례 진술조서를 모두 입수해 분석한 결과 노씨는 그가 기존에 주장했던 내용을 번복했다.

K스포츠 입사 경위를 번복했고, 최순실 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말을 바꿨다. 2015년 8월 독일행에 대해서도 진술이 오락가락하다.

또 노씨는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본인의 감'에 따른 증언을 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한 예로 노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이사장으로 오기로 했다고 주장하면서, 객관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누구한테 들은 이야기인지, 본인의 판단인지를 묻는 질의에 "제가 그 부분은 조금씩 감지를 했습니다"라고 답했다.

노씨는 K스포츠 부장으로 일하면서 6100만 원(부장 1호봉 세전)의 연봉을 받았다. 초임 검사,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임용된 5급 사무관의 초임 연봉보다 높은 액수였다.

노씨는 고영태와 함께 정동춘 K스포츠 이사장을 따돌렸다. 2017년 2월 정동춘 전 K스포츠 이사장과 나눈 대화 내용이다.

-(고씨 노씨 등에게) 어떤 식으로 따돌림을 받았나요?

"2016년 6월 25일 워크숍에 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당일 갑자기 김필승 이사, 노승일 부장 등 4명이 못 간다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취소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고씨가 저만 빼놓고 워크숍에 갔더라고요. 이후 2016년 8월 남양주와 컨소시엄을 맺어 문체부와 대한체육회가 시행하는 거점 K스포츠클럽에 응모하기 위한 제출서류를 제출일 직전까지 내 결재를 받지 않고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사례는 또 없습니까.
"2016년 12월 4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최소 인원만 남기고 구조조정을 하라는 공문이 내려왔습니다. 재단 노조위원장이기도 한 노승일 부장과 논의를 했는데 다짜고짜 저보고 사퇴하라고 소리를 치더라고요."

-사퇴하라는 이유가 뭐였습니까.
"최순실 추천인사라 나가야 한다고 하던데요. 그런데 재단 임직원 전원이 최씨, 고씨와 관련된 인물들입니다."

노씨는 정 전 이사장을 몰아내면서 최순실씨 추천인사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본인도 최씨와 관련된 인물이다. 최씨의 추천인사라는 이야기다. 노씨는 최순실을 알게 된 과정에 대해 검찰 조사에서 다음과 같이 진술했다.

"배드민턴 강사로 지내던 2014년 초순경, 고영태로부터 '체육 관련 사단법인체를 만들려고 하는데 같이하자'는 제의를 받고, 고영태 소개로 최순실 회장을 만났습니다. 고영태는 최순실 회장이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이라는 것을 처음에는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고영태가 최순실 회장 앞에서 쩔쩔매는 것을 보고 '도대체 최순실 회장이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더니, 고영태가 다른 말은 안 하고 '최태민을 아느냐'고 말해 주기에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최순실이 최태민의 딸이며 박근혜 대통령과도 친분이 두텁다는 것을 알게 되어 비로소 고영태가 쩔쩔매는 이유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2015년 12월 말경 고영태가 '앞으로 체육재단이 하나 만들어질 것인데 최순실 회장에게 말해 놓았으니 이력서를 준비하라'고 하여, 고영태를 통해 최순실 회장에게 이력서를 제출하고 재단 설립 후 인재양성본부 부장으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