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對北) 제재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에 이어 러시아도 북한에 몰래 석유 및 정유제품을 공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10~11월 러시아 선박이 최소 세 차례에 걸쳐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에 석유나 정유제품을 몰래 팔았다는 내용을 유럽 고위 안보 당국자 말을 인용해 2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적의 대형 선박 ‘비티아즈’가 지난 10월 15일 러시아 동부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슬라비얀카 항구에서 1600t의 석유를 싣고 출항했다고 한다. 이 선박은 러시아 당국에 제출한 서류에서 일본 쪽으로 간다고 했지만, 며칠간 무전기를 꺼버린 채 공해로 간 다음 북한 선박 ‘삼마2’와 만나 물품을 옮겼다. 현재 이 선박 소유주는 “북한 선박과 접촉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고 한다.
  
로이터는 지난 10월과 11월에 각각 슬라비얀카와 나홋카 항구를 떠난 두 러시아 선박도 비슷하게 움직였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유럽 정보 당국자는 "올해 몇몇 지역에서 러시아 선박이 북한 선박으로 석유화학 제품을 넘겨줬다"며 "선박들은 러시아 극동 지역 항구에서 러시아 연료를 밀반출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또 다른 정보 당국자도 “러시아 선박이 북한에 생명선(lifeline)을 공급하고 있다"며 러시아와 북한의 선박 간 석유 거래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이런 거래 과정에 "러시아 정부가 관여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덧붙였다.

      

유럽 정보당국이 각군 해군 정보와 러시아 극동 항구 일대에서 운항하는 선박을 포착한 위성 이미지를 인용해 이 같은 사실을 파악했다고 한다.
    
현재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2375호는 ‘선박 간 이전’을 금지하고 있다.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거부권을 갖고 있다. 만약 러시아 정부가 여기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안보리 제재를 위반한 것으로, 상황에 따라 국제적 문제로 비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29일 정부는 지난 10월 동중국해 공해상에서 중국 유조선이 북한 선박에 정유 제품 600톤을 건넨 뒤 전남 여수항에 입항한 홍콩 선적의 유조선을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위반 혐의로 조사, 억류 중이라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홍콩 선적의 선박 '라이트하우스 윈모어'호가 지난 10월 전남 여수항에서 정유 제품을 싣고 출항한 뒤 동중국해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 '삼정2호'에 정유제품 600톤을 옮긴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안보리의 향후 조사에서 북한에 정유 제품을 주도록 지시한 주체가 중국 기업·개인으로 드러날 경우, 미국이 우려해 온 '공해상의 북·중 유류(油類) 밀매'가 공식 확인되는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각) 트위터에 이런 북·중 간 밀거래 의혹과 관련, "(중국이) 현행범으로 딱 걸렸다(Caught RED HANDED)"며 "중국이 북한에 석유가 흘러들어 가도록 계속 허용하는 것에 매우 실망했다"고 했다. 그는 또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난다면 북한 문제에 대한 우호적 해결책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북·중 해상 유류 밀교역에 대해) 보도된 내용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중국은 시종 전면적으로 엄격하게 안보리 결의를 이행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 대변인은 국내 여수항에 억류된 윈모어호에 대해서는 "관련 상황을 잘 모른다"고 했다.

  

백승구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