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우리 외교부가 발표한 ‘위안부 합의 검증 태스크포스(TF)’ 보고서에 대해 전직 외교부 고위 관료가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이날 외교부 장관 직속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는 ‘검토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발표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에 ‘이면합의’가 있었다는 게 보고서의 핵심이다. 위안부 합의 당시 외교장관 공동 기자회견 발표 내용 이외에 비공개 부분이 있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부 전직 고위관료는 28일 《월간조선》과의 통화에서 "외교부 TF가 작성한 보고서를 읽어보니 위안부 합의 당시 이면합의로 불릴 만한 게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이다.
"어딜 봐서 이면합의가 있다는 건지 모르겠다. 1963년 김종필-오히라(大平) 메모 같은 게 있었다면 모를까 그렇게 볼 만한 내용이 없다. 사실 외교협상엔 이면합의라는 게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게 여과없이 나온다면 어느 나라가 우리와 시리어스(serious·심각한)한 이야길 하려고 하겠나. 확실히 밝혀진 건 아니지만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UAE 문제도 일종에 그런 거 아니겠나."
그는 "일본 입장에선 굉장히 좋을 것이다. 이면합의도 일종의 합의인데, 앞으로 일본은 이면합의든, 합의든 기존의 위안부 합의를 이행하라고 계속 요구할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보고서에는 국립외교원 현직 간부가 작성에 관여한 것으로 돼 있다. 이에 관련해 그는 "외교문서를 공개하는 데 따른 부담을 줄이고, 훗날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부분을 정당화하기 위해 (국립외교원 현직 간부들을) 포함시킨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차라리 순수 민간 차원에서 보고서를 작성했으면 우리 정부도 부담을 덜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말하는 '이면합의'는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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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교부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보고서 전문의 표지. |
그렇다면 우리 정부가 말하는 이면합의의 구체적인 내용은 뭘까? TF 보고서는 비공개 부분에 대해 “일본 측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등 피해자 관련 단체를 특정하면서 한국 정부에 설득을 요청했고, 이에 한국 측은 ‘관련 단체 설득 노력’을 하겠다며 일본 측의 희망을 사실상 수용했다”고 지적했다. 일본 측은 또 한국 측에 ‘성노예’(sexual slavery)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말 것을 원했고, 이에 한국 측은 정부가 사용하는 공식 명칭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라고 바꿔 사실상 일본의 요구를 들어줬다는 게 TF보고서의 설명이다.
이 밖에 일본 측이 “주한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을 어떻게 이전할 것인지, 구체적인 한국 정부의 계획을 묻고 싶다”고 하자 한국 측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고 답한 내용 또한 비공개 합의에 적시됐다고 한다. 일본 측은 해외에 소녀상과 기림비 등을 설치하는 것을 한국 정부가 지원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으려 했고, 한국 쪽은 ‘지원함이 없이’(지원하지 않는다)라는 표현을 (비공개 부분에) 넣는 것에 동의했다는 게 보고서의 내용이다.
이 밖에 일본 측이 “주한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을 어떻게 이전할 것인지, 구체적인 한국 정부의 계획을 묻고 싶다”고 하자 한국 측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고 답한 내용 또한 비공개 합의에 적시됐다고 한다. 일본 측은 해외에 소녀상과 기림비 등을 설치하는 것을 한국 정부가 지원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으려 했고, 한국 쪽은 ‘지원함이 없이’(지원하지 않는다)라는 표현을 (비공개 부분에) 넣는 것에 동의했다는 게 보고서의 내용이다.
보고서는 그간 논란이 됐던 ‘불가역적’(돌이킬 수 없는)이란 표현은 한국 측이 ‘사죄’의 불가역성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먼저 거론했으나, 합의에서는 당초 취지와 달리 ‘해결’의 불가역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맥락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정부로서는 이번 TF 검토 결과를 진지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면서 “한·일 관계에 미칠 영향도 감안하면서 위안부 합의에 대한 정부 입장을 신중히 수립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고노 외무상, "위안부 합의 변경하려 한다면 한일 관계 ‘관리 불능’ 될 수도"
반면, 일본 정부는 “(우리 정부의) 위안부 합의 변경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비쳤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27일 발표한 담화문에서 “위안부 합의는 외교 당국 국장급 협의를 포함해 모든 레벨에서 노력한 뒤 양국 외교장관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이라고 합의하고, 양국 정상도 전화 회담에서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고 전제했다. 고노 외무상은 “한국이 합의를 착실히 이행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합의를 변경하려 한다면 한·일 관계는 ‘관리 불능’ 상태가 된다”고도 경고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한국 정부의 위안부 검증 결과 발표 후 일본 정부가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한국의 검증 보고서에 양국의 비공개 합의 과정이 포함된 것은 유감”이라고 항의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국가 간의 합의를 변경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다”며 위안부 재협상 가능성을 부인했다고 한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