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조기숙 교수 페이스북 캡처
16일 중국 관변매체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중국 경호원들의 국내 사진기자 폭행 사건과 관련 “자국 정부를 연루시키지 말라”고 주장하면서 전날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의 이른바 ‘정당방위’ 온라인상 발언도 소개했다.
이 매체는 사평(社評)을 통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일부 한국 언론 협회와 매체들이 강경한 어조로 중국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펴고 있다”면서 “기자가 폭행당한 것은 안타깝지만, 중국 정부를 끌어들이려 해선 안 된다. 피해 기자에게 사과할지 말지 결정해야 하는 것은 (경호원을 동원한 행사) 주최 측”이라고 떠넘겼다.
나아가 “중국당국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부상한 기자에게 위로를 표할 수는 있지만, 절대 사과를 할 수는 없다”면서 “중국 국민은 중국 정부의 잘못이 없는 상황에서 외국인에게 사과하는 것을 절대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매체는 별도 기사를 통해 폭행당한 기자들을 비판한 일부 한국 누리꾼들의 댓글을 인용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기자단 해체 청원’이 올라온 사례도 보도했다.
특히 15일 조기숙 교수가 트위터 및 페이스북에 쓴 ‘중국 경호원의 정당방위’ 가능성을 언급한 게시글도 소개했다. 당시 조 교수는 “경호원이 기자 폭행한 것도 중국문화에 따라 과잉이었는지 몰라도 VIP 경호하려다 벌어진 일이지 않느냐” “경호원이 기자를 가장한 테러리스트인지 기자인지 어떻게 구분을 하겠나. 폭력을 써서라도 일단 막고 보는 게 경호원의 정당방위 아니겠는가”라는 식의 온라인상 발언으로 네티즌들의 비판을 받았다.
매체는 이 같은 국내 일각의 주장들을 인용해 “한국 네티즌들의 태도는 (취재) 규칙을 준수하지 않은 기자를 꾸짖고 있다”고 보도하기까지 했다.
고개 숙였지만 언론 견제는 계속
해당 발언으로 파문이 커지자 결국 조기숙 교수는 그날 저녁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올렸다. 조 교수는 해당 게시물에서 “SNS로 소식을 접하다 보니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발언해 물의를 일으켜 사과드린다”며 “피해 기자분들께도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고 몸을 숙였다.
그럼에도 조 교수는 국내 언론계에 다시 쓴소리를 남겼다. 16일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제는 언론이 성찰할 때입니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렸다. 해당 게시물에서 조 교수는 “(전날 발언으로) 어떻게 전직 홍보수석이 팩트 체크도 하지 않았냐는 질책을 많이 받았다”며 “제 실수지만 이유가 있다. 홍보수석을 하면서 기존 언론에 얼마나 허위와 왜곡이 많은지를 직접 경험했기에 신뢰를 잃었다”고 밝혔다.
이어 조 교수는 ‘언론은 한입으로 두말하지 말아야’ ‘언론은 내로남불하지 말아야’ ‘언론의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등의 제목으로, 문재인 대통령 방중외교를 보도한 국내 언론들에 비판을 가하는 게시물을 연달아 올렸다.
조 교수는 게시물 말미에 “저는 이번의 실수를 교훈 삼아 이번 일이 정리되면 정치발언을 삼가고 장기간 자숙하겠다”면서도 “언론도 오보나 왜곡보도를 하면 사과와 함께 합당한 책임을 지는 모습을 자주 보고 싶다”고 촉구했다.
작년 최순실 사태 당시 시국선언 합류 및 개헌 논쟁 지적
한편 작년 최순실 사태 파문으로 이른바 ‘이화여대 정유라 학사 비리 의혹’이 드러날 당시 조기숙 교수는 240명의 이대 교수들이 동참한 시국선언에 합류했다. 2016년 11월 11일 이대 교수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 국정 농단 관련자 엄벌, 대학 교육 정책 전면 혁신 등을 요구했다.
조기숙 교수를 포함한 이대 240명 교수들의 당시 시국선언문에 따르면 “교육부는 신자유주의적인 경쟁이데올로기에 대학을 몰아가는 차원을 넘어서, 전근대적인 대학 구조조정방안을 강압적으로 실시한다”며 “이런 정책이 국정농단 세력이 대학 행정까지 농단할 수 있는 구조적 조건이 되고 있다”고 교육부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나아가 이화여대의 입시 및 학사 비리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고, 교육부 자체도 이와 관련된 의혹이 남지 않도록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조기숙 교수는 한 방송에 나가 당시 개헌 논쟁과 관련 시스템을 넘어 ‘사람의 문제’를 지적하며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했다. 2016년 12월 27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한 조 교수는 “사람에 따라 이유는 다르지만 개헌을 바라는 목소리가 크다. 왜 하필 지금이냐 생각해 봐야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문제는 사람이지 제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지금 국민은 굉장히 피곤하고 절박하다. 혹시 대통령 탄핵안이 기각될까 봐서다”라며 “그런데도 낡은 정치인들은 다른 목적에서 개헌에 사력을 다해 매달리고 있다. 이게 과연 촛불 민심을 받드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