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12월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북대청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의장대 사열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세 번째 정상회담이 열린 가운데, 문 대통령의 방중(訪中) 과정에서 보여준 중국의 외교적 결례가 지나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혼밥'과 '폭행'과 '툭툭'
이날 오전 문 대통령은 김정숙 여사와 함께 베이징의 한 식당에서 유탸오(油條·꽈배기 모양의 빵)와 더우장(豆醬·유탸오를 찍어 먹는 중국식 두유)을 주문해 식사했다. 이 자리에는 중국 측 배석자 없이 우리나라의 노영민 주중 대사만 있었다. 전날 저녁때도 문 대통령은 약속 없이 숙소에서 식사를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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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TV조선 캡처 |
이를 두고 국내 여론은 ‘혼밥’ 결례라며 비판을 가했다. 중국은 문화적으로 식사 자리를 중시하는데, 외국의 대통령이 몸소 방문했음에도 두 번 연속이나 따로 식사를 하도록 일정을 잡은 것은 우리 측 외교팀의 기획 외에 중국 측에서도 별다른 배려가 없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방중 전부터 리커창 총리와의 15일 만남이 오찬 형식이 아닌 늦은 오후의 면담 수준으로 결정됐기 때문에 당초부터 문 대통령의 방중 식사일정에 관한 논란의 불씨는 잠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와 관련 15일 청와대는 “14일 오전 아침식사는 우리가 기획한 일정”이라며 “(문 대통령이) 중국 국민에게 다가가는 인상을 남기는 것도 중요한 외교”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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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TV조선 캡처 |
그러나 일부 언론들은 문 대통령의 방중 기간 전체의 식사일정을 두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3박 4일의 방중 기간 동안 모두 10차례의 식사를 한다. 그 중 중국 지도부급 인사와 식사를 하는 경우는 14일 시진핑 주석과의 국빈 만찬과 16일 천민얼 충칭시 당서기와의 오찬뿐이다. 나머지 식사 일정은 중국 측 고위 인사와 함께 하는 경우는 아니다.
왕이 외교부장의 불손한 행동도 도마에 올랐다. 14일 오후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중국 고위 간부들과 인사를 나눌 때 문제가 일어났다. 문 대통령이 왕 부장의 팔을 두드리며 친근함을 표현하자 왕 부장 자신도 문 대통령의 팔을 툭툭 건드리며 답한 것이다. 이를 두고 장관급 인사가 한 나라의 원수(元首)의 팔을 친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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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TV조선 캡처 |
"왕이 부장이 손을 올린 것은 문 대통령이 먼저 친근함을 표시했으니 그렇게 했을 수 있다고 본다"며 "굳이 외교 결례라고 보기보다 저 정도로 친밀해졌다는 측면으로 봐주시는 것이 좋겠다"고 답했다.
심지어 같은 날 오전에는 문 대통령이 참석한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행사에서 중국 측 경호원들이 우리나라 청와대 출입 사진기자 2명을 폭행하기까지 했다. 문 대통령의 방중 일정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집단폭행을 당한 두 기자는 15일 오전 중국 공안당국으로부터 피해자 조사를 받은 뒤 가해자들의 엄벌을 촉구했다.
노골적인 시진핑의 사드 집착
여기에 14일 정상회담 당일 시 주석은 또 다시 사드 문제를 거론하며 압박 태세에 나섰다. 중국 측 발표에 따르면 시 주석은 비공개 회담에서 “사드 문제를 한국이 적절히 처리하기를 희망한다”고 언급했다.
당초 문 대통령은 11월 베트남에서 개최된 한·중 정상회담 후 “12월 정상회담 때는 사드가 의제가 되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 주석은 아랑곳없이 다시 사드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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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시 주석은 “한·중 관계와 한반도 정세는 관건적 시기에 처했다”며 다시 ‘관건적 시기’라는 표현을 썼다. 해당 표현에 대해 전문가들은 자신들이 압박한 소위 ‘3불(不)’ (MD-미사일 방어 체계 불참, 한·미·일 군사동맹 불가, 사드 추가 배치 금지) 조치를 잘 이행하는지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최근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역지사지(易地思之)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그간의 골을 메우고 더 큰 산을 쌓아 나가기 위한 나름대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답했다.
이번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한반도 전쟁 불가와 비핵화 원칙 등에 합의했다. 양국 정상이 합의한 4대 원칙은 ▲한반도 전쟁 불가 ▲한반도 비핵화 원칙의 확고한 견지 ▲모든 문제의 대화·협상 통한 평화적 해결 ▲남북 관계 개선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 도움 등이다. 양국 정상은 공동성명이나 공동 언론 발표문을 채택하지 않고 각자 언론 발표문을 발표했다.
2野 “성과는 없고 치욕만 남겼다”
이른바 ‘홀대’ 논란을 부른 문 대통령의 방중 외교에 야당은 강력 비판에 나섰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방중은 외교사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대한민국 국격만 훼손되고 폄하된 국빈외교”라며 “(정상회담 결론이) 지금까지 계속해오던 얘기에서 크게 진전되거나 변화된 내용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청와대 참모들은 무탈하게 일정을 소화하고, 주권국가의 정상외교 취재 사절단은 동네 개 취급당하듯 걷어차였다”며 “우리 측 경호진이 기자 폭행 현장에서 강력히 대처하지 못하고, 언론인이 속수무책 당한 것은 모든 국민이 통탄할 일”이라고 혹평했다.
이날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 또한 구두논평을 통해 “이미 핵보유 수준에 가 있는 북한을 두고 한반도 비핵화 원칙, 대화와 타협 운운하는 것은 결국 북한 핵보유에 면죄부를 주는 또 하나의 외교참사일 뿐”이라며 “나약하고 유약한 북핵 대응으로 초래된 대한민국의 안보위기에 대한 모든 책임은 문재인 정부가 져야 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 역시 1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중정상회담은 공항 도착에서부터 방중 일정 전체가 굴욕 수모의 연속이었다”며 “사드 봉인도, 대북제재 요구도, 경제 보복 재발 방지도 실패했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 “성과는 없고 치욕만 남긴 이번 순방과 정상회담은 한국 외교사에 치욕으로 남을 최악의 정상회담으로 한마디로 외교참사고, 국격도 주권국가의 자존심도 내팽개치고 정상회담 하나에만 집착한 굴욕외교”라고 강한 어조로 평가 절하했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