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동향이 심상찮다. 북한에 대한 무력행사를 용납치 않겠다는 등 강경 자세로 나오고, 사드 합의 후에도 이른바 '3불(不)' 조건 이행을 한국에 종용하고 있다. 13일 방중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의 고심이 짙어질 전망이다.

10~11일 《조선일보》보도에 따르면 10일 중국 관영매체 《인민망》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북한에 대한 무력행사를 절대로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왕 부장은 전날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중국국제문제연구기금회 주최 ‘2017년 국제정세와 중국외교’ 연구토론회에 참석, 북한 정세에 관해 “악순환에 빠져 있어 낙관을 불허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평화의 희망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다”면서 “대화의 길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무력행사 선택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각 당사국이 핵·미사일 개발과 연합훈련을 동시에 중단하자는 중국의 제안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며 “최소한 한반도의 국면을 블랙홀에서 끌어내고 대화와 담판을 재개하기 위한 여건과 분위기라도 먼저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드 보복도 노골화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베트남에서 시진핑 주석과 가진 정상회담 직후 "12월 방중(訪中) 때는 사드 문제가 의제가 되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했지만, 중국은 일정 조정에서부터 경직된 태도를 보이는 등 '사드 뒤끝'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사드 합의 이후에도 한국의 MD(미사일 방어 체계) 불참, 사드 추가 배치 금지, 한·미·일 군사동맹 불가 등 이른바 '3불(不)'을 반복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사드 없는 회담보다는 사드가 최대한 적게 언급되는 수준으로 정상회담 목표를 하향 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조선일보》에 "시 주석이 지난달 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사드를) 거론했던 것보다 강도나 양이 줄어들거나 아예 관련 내용이 나오지 않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 측 태도의 '이상 신호'는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도 드러났다고 한다. 중국은 국빈 방문의 성격에 걸맞지 않게 최근까지 문 대통령의 일정에 대한 확답을 주지 않거나 일정을 변경하고, 오후 늦은 시간에 의전 일정을 잡는 등의 태도를 보였다고 외교 당국자들은 전했다.

이와 관련 외교 소식통은 "한편에선 '새로운 한·중 관계'로, 한편에선 '사드 뒤끝'으로 한국을 길들이려는 의도로 보일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의 또 하나의 관심은 문 대통령이 대북 원유 공급 중단 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러시아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나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을 요청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압박과 제재만으로는 안 된다"며 거절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중국 방문에서 시진핑 주석에게 더욱 강력한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중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대북 제재 수준을 넘는 제재와 압박에는 반대한다며 여전히 '대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조선일보》에 "시 주석에게 강한 제재를 요청하는 내용이 한·중 정상회담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지만, 그것이 원유 공급 중단 요청인지에 대해선 확답을 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추가 도발 중단과 한·미 연합 훈련 중단을 동시에 하자는 중국의 '쌍중단'이 한·중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청와대는 일단 부인하고 있다.

결국 이번 정상회담은 중국이 사드 문제를 다시 제기하느냐, 한국은 사드 보복에 대해 재발 방지를 요구할 수 있느냐, 문 대통령이 중국에 대북 원유 공급 중단 얘기를 꺼내고 쌍중단 요구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핵심 관심사로 떠오르게 됐다.

월간조선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