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언론이 본 노벨문학상 작가 라슬로 크러스너호르커이의 肖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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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사진=AFP 연합뉴스

고독의 문장가, 절망의 미학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Krasznahorkai László·71)는 헝가리 남동부 소도시 귤라(Gyula)에서 1954년 태어났다. 

 

평생 헝가리 문학계 안팎을 넘나들며, 절망과 붕괴의 감각을 길게 늘인 문장으로 세계 문단의 중심에 우뚝 섰다. 영국 가디언과 독일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 디 차이트등은 그를 문장의 끝으로 몰아가는 작가, 헝가리 언론은 그를 자국의 양심으로 다루며, 다층의 인간상과 사회 비판을 부각시켜 조명한다.

 

앞서 2002년에는 홀로코스트 생존자로 ‘개인의 자유와 인간 존엄의 의미’를 탐구한 헝가리 작가 임레 케르테스(Imre Kertesz, 1929~2016년)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법학도에서 사유의 탐색자로

 

크러스너호르커이는 본래 법학을 공부했지만, 곧 문학과 사유로 길을 돌렸다. 헝가리 내 여러 출판사와 잡지사에서 편집자로 경험을 쌓았고 이를 바탕으로 비평과 산문, 소설을 이어갔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문장으로 세계를 재조형하겠다는 태도를 품고 있었다.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종종 구두점조차 거의 없는 긴 문장을 사용하는 이유로, “속도를 늦추지 않으면 세계의 실체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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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조선DB

 

대표작과 해외 체류, 국제적 인식

 

그의 문학은 1985장편 《사탄통고(Sátántangó)로 본격적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저항의 멜랑콜리(The Melancholy of Resistance), 전쟁과 전쟁(War and War), 세계은 계속된다(The World Goes On),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Báró Wenckheim hazatér)》 등 여러 작품을 통해 점점 더 밀도 높은 서사를 구축해 나갔다.

 

그의 작품은 언어의 경계를 허물며 긴 문장과 끊이지 않는 흐름을 택한다. 영국 언론은 이를 용암처럼 흘러내리는 문장이라 칭하며, 독자로 하여금 문맥에 흡입되는 경험을 선사한다고 평가한다. 특히 가디언은 그가 문단 내에서 시간의 밀도를 조작하는 작가라고 평했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1987DAAD 장학을 통해 베를린에 머문 뒤, 독일과 헝가리를 오가며 문단 네트워크를 확장했다. 독일 언론들은 그의 인터뷰나 프로필 기사에서, 그가 침묵과 고독 속에서 사유를 준비하는 작가로 묘사한다. 예를 들어 FAZ는 한 인물 소개 기사에서 고요하지만 위험한 문장가라는 수사를 동원하며 그의 문학적 긴장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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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국내 번역된 소설 《사탄탱고》.

 

헝가리 내 반응과 비판의 목소리

 

헝가리 언론은 크러스너호르커이를 단순히 문학계 인물이 아니라, 사회적 발언을 내는 공적 지성으로도 다룬다. 그는 특히 최근 인터뷰에서 자국의 정치·사회 현실에 대해 날선 언어로 비판을 던졌다. 20252월 스톡홀름에서의 인터뷰에서 그는 오늘날 헝가리엔 더 이상 희망이 없다(Magyarországnak annyi)”고 단언하며, “교육받지 못한 대중이 많고, 권력은 트라우마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트리아논 조약(Treaty of Trianon)과 국수주의 담론이 오늘날까지 활용되는 방식을 경계하며, 이는 단지 현재 정권에 대한 비판만이 아니라 사회 구조 전체를 향한 질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의 문학 세계에 대한 헝가리 내 평가도 다층적이다. 일부 비평가는 그의 작품이 너무 난해하고 실존적 부담이 크다고 지적하는 반면, 다수는 헝가리와 동유럽 정서의 고독을 가장 정교하게 드러낸 작가로 본다. 문학 웹사이트 Litera.hu는 그의 작품을 해설하면서, 그의 언어적 실험성과 정교한 사유 궤적을 역대 문학 흐름 안에 배치해 조망한다.

 

그는 또한 비판자들을 향해 나는 타락한 예언자가 아닌, 질문을 던지는 존재라는 입장을 밝힌 적도 있다.

 

국제적 위상과 노벨 수상

 

2015년 그는 국제 문단에서 큰 획을 그은 맨부커 인터내셔널상(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 을 수상하며 세계적 명성을 공고히 했다. 이후 영어 및 다수 언어로 번역된 작품들이 비평적으로 재평가되며, 그의 명성은 더욱 확대되었다.

 

그리고 2025, 스웨덴 아카데미는 그를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위원회는 파괴적 공포(apocalyptic terror)의 한가운데서도 예술의 힘을 재확인케 하는 비전적인 전작이라고 평가했다.

 

크러스너호르커이 본인도 언론을 통해 노벨문학상 수상을 앞두고 문학은 세계를 구하지 않는다. 다만 세계가 무너질 때 마지막까지 남는 것은 문학일 것이다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문장으로 세우는 붕괴와 재생

 

크러스너호르커이 문학의 핵심은 절망과 붕괴의 감각을 문장으로 옮기되, 그 안에서 사유와 언어의 잔존성을 세우는 것이다. 절박한 서술 리듬과 정교한 언어 구성은 독자를 압도하면서도, 동시에 독자가 철학적 사유로 나아가게 만든다. 영국 언론은 이를 긴 문장들이 마치 리코더의 숨결처럼 흘러간다, 그 흐름 속에서 독자가 읽기 그 자체로 존재를 느끼게 한다고 분석한다.

 

헝가리 언론들이 강조하는 것은, 그의 비판이 단지 정치 체제에 대한 항의가 아니라 사회·문화 구조 전반의 붕괴감을 겨냥한다는 점이다. 그는 종종 자국의 문화적 피폐와 대중의 무지, 과거 트라우마의 세습성을 언급하며, 그 목소리는 문학이 현실을 뚫고 나오는 지점으로 작동한다.

 

그의 문학은 어둠 속에서도 미약하게 빛나는 언어의 잔불을 놓지 않는다. 인간 실존의 허무와 갈망을 동시에 응시하면서도, 문학이 할 수 있는 최후의 사유적 공간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2025년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그는 단순한 헝가리 작가를 넘어, 세계 문학의 절망과 언어의 얼굴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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