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쓰레기가 예술이 되는 순간, 우리는 무엇을 보게 될까. 작가 김정아가 서울 중구 덕수궁 돌담길에 위치한 두손갤러리에서 개인전 《한걸음 다가서면 바꿀 수 있어요》를 연다. 전시는 6월 19일부터 7월 15일까지 한 달간 진행되며, 관객들에게 환경과 생명, 예술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김정아 작가는 서울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판화를 전공한 중견 작가다. 그는 2011년 해양 쓰레기로 인한 생태계 파괴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접한 이후, 직접 해변을 돌며 쓰레기를 수거하고 이를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을 이어왔다. 현재는 (사)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에서 예술감독으로 활동하며 바다를 위한 예술 실천을 지속하고 있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제목에서도 드러난다. 《한걸음 다가서면 바꿀 수 있어요》는 단지 상징적인 제목이 아니라, 실제 작품의 형식이기도 하다. 김 작가는 렌티큘러 기법을 활용해 관람자가 작품 앞에서 위치를 바꾸면 이미지가 변화하도록 구성했다. 멀리서 보면 쓰레기처럼 보이던 오브제가 가까이 다가서면 꽃으로, 다시 다른 위치에선 새롭게 재해석된 이미지로 전환된다.

 김정아는 이를 통해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의미는 달라진다. 예술 역시 시선의 변화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쓰레기’라는 일상적 오염물을 예술적 오브제로 전환해, 삶의 잉여물조차도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전시에는 렌티큘러 작품 외에도 회화, 오브제, 평면설치 등 다양한 매체의 작품들이 포함됐다. 특히 ‘꽃보다 아름답다’ 연작은 해변에서 수거한 폐플라스틱과 잡다한 생활 폐기물들을 소재로 해, 꽃의 형태로 재구성한 작업이다. 김 작가는 “우리는 너무 쉽게 쓸모를 판단하고 버린다. 하지만 진짜 아름다움은 존재의 흔적 속에 있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예술가로서의 역할을 “단지 보여주는 사람”이 아니라 “행동을 촉구하고, 연결을 만드는 사람”이라 정의한다. 이번 전시는 예술이 일상의 문제와 만날 수 있음을, 그리고 우리가 버린 것들 속에서도 새로운 시작을 발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자리다. 두손갤러리는 이번 전시와 연계해 관객과의 대화 프로그램, 어린이 환경 예술 워크숍 등을 함께 운영할 계획이다.  

글=하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