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가 원전 부활을 선언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벨기에 연방의회는 15일(현지시간) 신규 원자로 건설 허용을 포함한 정부의 원자력 산업 재활성화 계획을 찬성 102표, 반대 8표, 기권 31표로 통과시켰다.

이번 결정은 지난 2003년 벨기에가 탈원전 방침을 공식화한 이후 22년 만의 정책 전환이다. 당시 벨기에는 원자력 발전소의 운영 기간을 40년으로 제한하고, 올해까지 모든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환경 보호와 노후 원전의 안전 문제가 주요한 이유였다.

하지만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전역이 심각한 에너지 위기를 겪으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에너지 공급의 불안정성과 가격 급등이 이어지자, 벨기에는 기존의 탈원전 로드맵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2023년 1월, 가장 최근에 건설된 원전 두기의 운영 기간을 기존 계획보다 10년 더 연장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같은 해 2월에는 가장 오래된 원전의 폐쇄 시점을 2025년에서 2027년으로 늦추겠다고 발표했다.

비단 벨기에뿐만이 아니다. ‘탈원전 유턴’ 흐름은 유럽 각국에서 이어지고 있다. 세계 최초로 탈원전을 선언했던 이탈리아는 올해 3월 원자력 기술의 재사용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재생 에너지를 강조하던 스페인 역시 최근 대규모 정전 사태를 겪은 이후 향후 10년간 원자력 발전소 7곳을 폐쇄하겠다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덴마크에서도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라르스 오고르 에너지·기후 장관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차세대 원자력 기술이 가진 잠재력을 분석하겠다”고 했다. 정책 기조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덴마크는 1985년부터 원자력 발전 금지 정책을 도입하고 재생 에너지 중심의 전력 체계를 유지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