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현장에서 비대면 진료는 더 이상 낯선 개념이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에서 원격진료가 급속히 확산됐고, 우리나라에서도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그러면서 찬반 논쟁이 일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최근 「프랑스 사례로 본 비대면 진료, 중요한 것은 안전한 비대면 진료를 위한 필수조건의 디테일」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프랑스의 비대면 진료 경험을 통해 우리 사회가 참고할 교훈을 제시하는 보고서다. 보고서는 프랑스의 비대면 진료 경험을 통해 다섯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프랑스는 2018년 국가건강보험에서 비대면 진료를 공식 도입했다. 의사-환자 간 첫 대면 진료 원칙을 세웠다. 의사의 필요 판단하에 비대면 진료를 시행했다. 코로나19 이후 대면 요건을 완화했지만 점차 원칙을 복원했다. 비대면 진료는 주로 ‘지역 주치의’를 통해 시행됐다. 의료 접근성이 낮은 지역은 공공 프로젝트로 보완했다. 프랑스는 의료 체계 안에서 질 관리에 초점을 맞췄다. 의사가 주체가 돼 필요성을 판단했다. 환자 안전을 최우선에 뒀다. 국민은 비대면 진료를 편의 서비스가 아닌 의료의 한 방식으로 인식했다.

한국에서는 비대면 진료 논의가 허용 여부로 단순화되는 경향이 강했다. 세부 운영 방안 논의는 부족했다. 첫 진료 대면 여부, 허용 질환, 플랫폼 의무, 의사-환자 관계 설정 같은 논의가 필요했다. 디테일의 부재는 환자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

보고서는 비대면 진료 정착을 위한 필수조건을 제시했다.

1. 의사의 전문성 중심 설계

2. 환자 안전 중심 규제

3. 대면-비대면 연계 관리

4. 강력한 데이터 관리와 보안

5. 의료 공백 지역 맞춤 설계

 플랫폼 중심 경쟁에서 의료 중심 관리로 전환이 필요하다. 의료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사회적 안전망도 마련해야 한다. 대중의 ‘편리성’ 인식을 ‘의료의 일부’라는 공적 인식으로 전환할 홍보·교육도 필요하다. 의료계-정부 간 신뢰 구축도 필수 과제로 꼽힌다. 

프랑스는 지역 주치의, 공공 프로젝트로 의료 불균형을 해소했다. 한국이 참고할 모델이다.

비대면 진료 성패는 허용 여부가 아닌 설계와 관리에서 갈린다. 공공성, 안전성, 연속성을 보장하는 정교한 설계가 중요하다. 환자 안전 없는 편리성은 오히려 위험이다.

보고서는 비대면 진료 논쟁에 기준을 던졌다. 혁신의 속도가 아닌, 혁신의 방향과 설계가 중요하다. 한국 비대면 진료 논의에서 필요한 것은 디테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