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밤 구속 수감 중이던 김관진(68) 전 국방부 장관이 석방됐다.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51부(재판장 신광렬)는 20일 청구된 김 전 장관의 구속적부심사 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한 시간 정도 심문기일을 열어 검찰과 김 전 장관 측 입장을 들었고 밤 9시30분경 석방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지난 11일 구속된 김 전 장관은 11일 만에 다시 풀려나게 됐다.

이날 밤 10시40분경 김 전 장관은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수사가 계속되니 성실히 (조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의 위법한 지시 및 공모 여부에 대한 소명의 정도, 김 전 장관의 해명 내용에 비춰볼 때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어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석방 이유를 밝혔다.

또 "주거가 일정하고,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구속적부심사란 피의자가 구속의 적법성과 필요성이 있는지 법원에 다시 한 번 판단을 구하는 제도다. 실제로 중요 사건에서 이미 구속된 피의자가 구속적부심을 통해 석방되는 것은 매우 드문 사례로 알려져 있다.

구속적부심 신청 당시 김 전 장관 측 변호인은 청구서에서 "영장청구 범죄사실은 소명됐다고 볼 수 없고, 도망할 우려가 없으며 증거자료가 모두 확보돼 증거를 인멸할 염려도 없다"고 주장했다고 전해졌다.

현재 김 전 장관은 이명박 정권 당시 군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의 댓글공작을 지휘, 여론조작과 정치관여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댓글작업에 투입될 군무원을 친정부 성향으로 선발하도록 신원조사 기준을 강화하고, 특정 지역 출신을 제외하도록 조치하는 등 직권남용 혐의도 받는다.

이와 관련 김 전 장관은 검찰 조사 당시 "나는 (군 사이버사령부 활동이) 법적 평가를 받는 걸 원하지 않는다"며 "나는 죄인이다. 죄가 된다면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또 영장실질심사에서도 "이 건(件)이 죄가 된다면 장관이었던 내게 모든 책임이 있다"며 "부하들은 잘못이 없다. 부하들의 선처를 바란다"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김 전 장관 측 "증거 인멸하거나 도망갈 만큼 비겁하고 무모한 사람 아니다"

한편 김 전 장관 측에 따르면 사실 김 전 장관은 구속적부심사 신청을 원하지 않았으나 변호인들의 권유로 심사를 받게 됐다고 한다.

구속적부심에서 김 전 장관 측 변호인은 "사이버심리전을 지시했을 뿐, 정치관여에 해당하는 댓글 작성을 지시한 일이 없다"며 "군무원 선발 과정에서도 직권을 남용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사실도 없다"고 정치관여와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반박했다. 

나아가 변호인은 "(김 전 장관은) 형사처벌을 모면하기 위해 증거인멸을 하거나 중형이 선고될 것을 두려워해 도망갈 만큼 무모하거나 비겁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이날 김 전 장관 또한 "내가 호남(전북 전주) 출신이다. 그런 지시(특정 지역 출신 배제)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납득 어렵다" 당혹한 檢, MB 향한 수사에도 차질 있을 듯

법원의 김 전 장관 석방 결정에 검찰은 당혹스런 모양새다. 이와 관련 검찰은 "혐의 소명이 충분한데도 김 전 장관을 석방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구속적부심에서 검찰은 "범행의 전모를 명확하게 규명하기 위해 청와대 관계자들의 가담 여부, 이들과 김 전 장관·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의 공모 여부 등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며 "김 전 장관을 구속해 말 맞추기 등을 차단해야 한다"고 구속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당초 검찰은 김 전 장관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사이버사 활동을 보고하고 지시받은 일이 있는지 수사 중이었다.

그러나 법원의 김 전 장관 석방 조치에 검찰의 '윗선' 수사,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계획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