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경훈 LG AI연구원장. 사진=LG
LG AI연구원이 18일 글로벌 추론 AI 모델들과 경쟁할 ‘엑사원 딥(EXAONE Deep)’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이번 발표는 한국 기업이 자체 개발한 추론 AI가 글로벌 AI 시장에서 본격적인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LG AI연구원은 현지시간 17일부터 21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열리는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GTC)에 참가해 ‘엑사원 딥’을 소개할 예정이다.
자체 추론 AI 개발…스스로 가설 세우고 검증하는 ‘에이전틱 AI’ 시대 개막
LG AI연구원은 ‘엑사원 딥’ 공개를 통해 AI가 스스로 가설을 세우고 논리적으로 검증하는 ‘에이전틱(Agentic) AI’ 시대의 도래를 알렸다.
에이전틱 AI는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동적 AI로,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서는 ‘추론 AI’ 개발이 필수적이다.
현재 추론 AI를 자체 개발하는 기업은 미국의 오픈AI와 구글, 중국의 딥시크와 알리바바 등 파운데이션 모델(Foundation Model)을 보유한 소수 기업에 불과하다. ‘엑사원 딥’은 이들과 경쟁할 수 있는 국내 첫 추론 AI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320억 개 매개변수로도 글로벌 최고 수준 성능 달성
‘엑사원 딥-32B(320억 개 매개변수)’는 중국 딥시크 R1(6,710억 개 매개변수)의 5% 수준의 크기만으로도 미국과 중국의 AI 모델들과 비교해 우수한 성능을 입증했다.
LG AI연구원은 글로벌 오픈소스 AI 플랫폼인 허깅 페이스(Hugging Face)에 매개변수가 다른 3가지 ‘엑사원 딥’의 성능 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그 결과 ‘엑사원 딥-32B’는 수학과 과학 문제 해결에서 높은 성능을 기록했다.
특히 2025학년도 수능 수학 영역에서 94.5점으로 최고점을 기록했고, 선택과목(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에서도 모두 1등급을 달성했다. 수학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MATH-500’ 지표에서는 95.7점을 기록하며 강점을 보였다.
과학 문제 해결 능력에서도 박사 수준의 추론이 가능함을 입증했다. 과학 평가 지표 ‘GPQA 다이아몬드 테스트’에서 66.1점을 기록했으며, 코딩 능력을 평가하는 ‘라이브코드벤치(LiveCodeBench)’에서도 59.5점을 기록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다.
LG AI연구원은 ‘엑사원 딥’이 수학·과학·코딩 등 전문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는 만큼 향후 기업은 물론 연구·교육 현장에서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엑사원 딥-32B’는 오픈소스 공개와 동시에 미국 비영리 AI 연구기관인 ‘에포크(Epoch) AI’가 선정하는 ‘주목할 만한 AI 모델(Notable AI Models)’ 리스트에 등재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모델 크기는 줄이고 성능은 유지…LG의 AI 기술력
LG AI연구원은 ‘엑사원 딥-32B’ 외에도 경량 모델 ‘엑사원 딥-7.8B’와 온디바이스(On-Device) 모델 ‘엑사원 딥-2.4B’도 오픈소스로 함께 공개했다.
7.8B 모델은 32B 모델 대비 24%의 크기지만 성능을 95%까지 유지했으며, 2.4B 온디바이스 모델은 7.5% 수준의 크기로도 86%의 성능을 기록해 실용성을 높였다.
LG AI연구원 관계자는 “LG의 AI 기술 핵심은 모델 크기를 크게 줄이면서도 높은 성능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이번 엑사원 딥 공개는 이러한 기술력을 입증하는 사례”라고 밝혔다.
특히 온디바이스 모델은 기기 내에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어 보안성과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 강점을 지닌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 자동차, 로봇 등 다양한 산업에서 온디바이스 AI가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LG AI연구원은 향후 LG전자, LG유플러스 등 계열사들과 협업해 모델을 고도화하고 온디바이스 AI 시장을 선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한편, 구광모 ㈜LG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전에 없던 가치를 만든 많은 순간들이 쌓여 지금의 LG가 되었다”라며 “AI와 같은 첨단 기술을 일상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하여, 소중한 시간을 보다 즐겁고 의미 있는 일에 쓰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글=고기정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