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 중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입에 한미 양국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FTA(자유무역협정)를 두고 연일 강공(强攻) 드라이브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무역 주권을 바로 세우기 위한 노력이라는 칭찬이 있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발언 수위에 대한 우려의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논란의 불씨는 '폐기 검토' 발언에서 비롯됐다. 1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특파원 오찬 간담회에 참석한 추 대표는 한미 FTA 개정 협상과 관련, "미국 측의 오해와 압박의 강도가 워낙 센데, 이곳에서 들어보니 (미국은) 국내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데 포인트가 있는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그런데) 그렇게 무리한 주장을 하면 우리도 국내 정치가 좋지 않다고 세게 얘기했다. 우리한테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면 폐기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이다. 해당 발언으로 국내 정치권에선 파문이 일었다.

이와 관련 최근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조선일보》와의 통화에서 "미국(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폐기를 원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개정 협상으로 방향을 돌려놨는데 추 대표가 왜 그렇게 얘기했는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의원 역시 "미국이 한미 FTA를 포기하면 얼마나 큰 손해를 보는지 설명해도 모자라는데, 여당 대표가 미국에 가서 폐기를 얘기한 것은 부적절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문제의 발언이 있던 그 다음날 추 대표는 수위를 약간 조절했다. 그럼에도 미국의 FTA 압력과 압도적 흑자를 지적하는 등 발언의 기본 기조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16일(현지시각) 미국 국회에서 지한파 의원 모임인 ‘코리아 코커스’ 회원들과의 조찬 간담회에 참석한 추 대표는 "미국의 FTA 압력 때문에 한국은 심리적으로 너무 힘들다. 이런 점을 잘 이해해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무역 거래 이외 분야에서 미국은 압도적 흑자를 보고 있다”며 “전체를 보지 않고 너무 세부적으로 압박을 하면, 한국은 지금 굉장히 어려운 사정에 처해 있기 때문에 그 타이밍이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이날 추 대표 측은 블로그를 통해 전날의 발언이 “추 대표의 생각이 아닌 문재인 정부의 FTA 협상 방향에 대한 언급”이라며 “정부의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준 것”이라고 밝혔다.

그 다음날인 17일(현지시각)에도 추 대표의 FTA 강공 드라이브는 계속됐다. 이날 뉴욕에서 '코리아 소사이어티' 주최로 열린 한미 금융·경제인 간담회에 참석한 추 대표는 FTA와 관련 “트럼프 정부와 말이 안 통해 굉장히 실망했다”고 말했다.

당시 추 대표는 “워싱턴에 오니 한국에서 미국에 수출하는 차 부품의 50%를 미국산을 쓰자는 룰을 만들려고 한다”면서 “그런 무리한 요구가 어디서 나왔나, 미국 노동자를 보호하자는 원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오로지 '윈'(win)에만 관심이 있다”며 “(트럼프 정부와) 말이 안 통해서 굉장히 실망했고, 룰이 불리하다”고 쏘아붙였다.

이처럼 연일 이어지는 추 대표의 FTA 관련 발언 수위에 국내 야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17일(국내시각)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방미 중인 추 대표를 향해 “‘좌충우돌 하이킥’이란 우려의 시각이 나오고 있다”며 “방미 중 언행에 신중을 기하면서 외교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처신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