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바레인에서 강연을 마치고 침묵 속 귀국한 가운데, 현 정권의 적폐청산 검찰수사에 대해 그의 측근들이 강력 반발에 나서고 있다.

이날 이 전 대통령은 인천국제공항 귀국길에서 기자들로부터 국가정보원, 군 사이버사령부 등에 대한 검찰수사 관련 질문을 받았으나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지난 12일 출국길에서 명확한 입장을 밝힌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 본인은 물론 측근들을 통한 간접 메시지를 미뤄볼 때 현 정권 적폐청산 기류에 강경 대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날씨가 추운데 (수고가 많다)"라고 했을 뿐 귀국길에서는 말을 아꼈지만 바레인에 체류한 기간 동안 “외국은 한국이 짧은 시간에 이룩한 민주화와 산업화를 배우려고 애를 쓰는데, 국내에서는 소모적인 갈등만 빚어져 안타깝다”는 투로 씁쓸해했다고 전해진다.

한편 측근들은 대놓고 작심 발언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 전 대통령의 '복심'이라 불리는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기자들에게 “(적폐청산은) 정치보복”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채널A 보도에 따르면 이 전 수석은 "(수사도) 법과 제도가 허용한 절차 내에서 하는 거지, 이게 지금 무슨 문화혁명 하는 중이냐"며 "완장 차면 아무 데서나 와서 무슨 짓이든 해도 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가) 지지율에 취해서 제발 오버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지지율은 거품이고 신기루다. 내려가면 언제 그랬나 싶을 정도"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곧 (반격의) 기회가 있을 것이다. 다시 보자”고 여운을 남겼다.

이날 조해진 전 의원도 가톨릭평화방송(cpbc) 라디오에 출연해 지원사격에 나섰다. ‘친이(親李) 직계’로 알려진 조 전 의원은 “(적폐청산이라는) 무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런 식이면 어느 대통령이 일할 수 있겠나. 현 대통령은 퇴임 이후에 온전하겠나”라고 경고했다.

또한 그는 “지금 현 대통령도 수많은 정책사안에 대해서 참모들로부터 보고받고 지시하고 결정을 한다. 그런데 그중 하나가 추후 문제가 됐을 때 ‘(당시 대통령과) 협의했으니까 대통령도 다 공범이다’라고 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나아가 조 전 의원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소문만 무성하고 자꾸 수사 가능성을 흘리기만 할 뿐이지, (검찰이) 구체적으로 수사계획을 발표하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범죄행위가 될 만한 단서를 아직 못 잡은 것이 아닌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을 통해 나오는 이야기는 사이버사령부 인원을 더 늘리는 일을 이 전 대통령이 지시했다고 하는데, 이는 범죄가 아니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조 전 의원은 “(친박 지지자들과) 형태는 다르지만 이 전 대통령을 지지하고 좋아하는 분들도 그 못지않게 많이 있다”고 보탰다.

이 전 대통령 측 복수의 익명 관계자들도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반격의지를 다졌다. 한 측근은 "칼자루는 저쪽(문재인 정부)에서 쥐고 있고, 우리는 방어를 해야 하는 상황 아닌가. 현 단계에서 별도의 입장을 낼 계획은 없다"고 말을 아꼈지만 "현 정부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현재 이 전 대통령은 매주 삼성동 사무실에서 측근들과 회의를 하며 대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수사 속도가 빨라지면서 측근들이 속속 결집하기 시작했고 "결기 있게 대응해야 한다"는 중지를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해당 보도에 따르면 한 관계자는 "우리도 5년간 집권했는데 왜 자료가 없겠나"라며 "다만 그렇게 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바람직한지 고민을 하고 있다. 일단 중요한 것은 국민의 마음을 사는 것이라고 본다"고 경고했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