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이 한창이다. 이 두 전쟁에서 가장 두드러진 역할을 하는 무기 체계는 드론이다. 이러한 영향으로 세계 최대 규모 방산 전시회로 알려진 ‘미 육군협회(AUSA) 2024 방산전시회(현지 시각 10월 14~16일)’에도 상대 드론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대(對)드론 체계가 전시됐다.

전시회를 참관한 창끝전투학회(학회장 조상근)는 “북한의 드론 위협에 맞설 국가적 방책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밝힌 두 전쟁이 벌어지기 전만 해도 드론은 특정 시설을 테러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여겨졌다. 이에 대응하는 방식도 ‘특정 시설을 위협하는 드론’에 초점이 맞춰져 ‘안티드론(Anti-Drone)’으로 이름 붙였다. 그 결과 안티드론 체계는 특정 시설을 중심으로 드론의 위협을 식별, 탐지, 추적, 무력화하도록 고정된 형태로 설계됐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은 이런 드론의 위협이 한 단계 격상됐음을 알린다. 전선뿐만 아니라 상대국 종심(縱深) 깊숙한 곳에 있는 주요 도시와 국가중요시설을 정밀 타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드론이 단순 테러 수단에 그치지 않고 군사적으로 치명적인 주요 위협 수단으로 진화한 것이다. 이에 맞서 전쟁을 치르는 국가의 안티드론 체계도 전방위적 군사적 위협을 상쇄하기 위한 대드론 체계(counter-drone system)로 고도화됐다.

대드론 체계도 혁신 거듭

두 전·분쟁에서 볼 수 있듯 드론이 유발하는 위협은 변화무쌍하고 예측하기 어렵다. 장거리 자폭드론(이란제 샤헤드, Shahed-136)을 대량 생산해 제파(wave)식으로 운용하거나 여기에 단거리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을 배합 운용해 타격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드론 체계도 창과 방패가 경쟁하듯 지속적으로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대드론 체계는 탐지, 식별, 추적, 무력화 장비로 구성되는데 앞서 밝힌 안티드론 체계의 영향으로 대부분은 고정된 형태의 장비를 연상한다. 창끝전투학회 연구진은 이번 AUSA 2024에서 고정형, 기동형, 모듈형, 방폭형 등 다양한 대드론 장비의 형태와 목적을 다음과 같이 확인했다.

첫째, 고정형은 군사 기지, 국가중요시설, 도시 등에서 드론 접근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배치된다. 과거에는 탐지, 식별, 추적, 무력화 장비가 개별적으로 운용됐으나 최근 전쟁과 분쟁을 겪으며 ‘탐지-식별-추적-무력화’라는 네 가지 기능이 하나의 체계에 통합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고정형 장비는 우리나라의 국가중요시설에서 주로 운용되고 있다.

둘째, 기동형은 고정형 장비 사이에 배치하거나 드론 움직임에 신속 대응하기 위해 기동 플랫폼에 장착돼 운용한다. 이는 고정형 장비가 기동화된 것으로 실시간 급변하는 드론 위협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기동형은 주로 군에서 전장 상황에 따라 지속적인 이동이 필요한 지휘소, 집결지, 지속지원시설 등을 방호하기 위해 운용된다. 최근에는 인근에 있는 국가중요시설 여러 곳을 하나로 묶어 형성한 권역형 대드론 체계의 공백 지역을 메꾸는 용도로 활용되기도 한다.

셋째, 모듈형은 기존 무기 체계, 인원, 시설 등에 탈부착해 운용한다. 주로 군에서 운용하고 있으며 실시간 탈부착이 가능해야 하므로 소형화돼 있다. 최근 들어 모듈형 장비는 근접전투에서 정찰용, 폭탄 투하용, 자폭형(FPV형) 등의 소형드론이 ‘오버 매치(Over Match)’로 운용되고 있기에 소부대 전투를 위한 필수 장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넷째, 방폭형이다. 무기 체계와 시설 핵심 노드(critical node)를 방호하기 위해 부착식으로 운용된다. 이는 여러 층의 대드론 체계를 뚫고 들어온 드론을 무력화하는 최후의 방어수단이다. 최근에는 지면을 따라 접근해 순식간에 치솟아 급강하하는 소형드론의 공격을 막고자 군사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국가중요시설의 전원 장치를 보호하기 위해 방폭 패널이나 방폭 컨테이너 등이 활용된다.

다양한 대드론 장비 융복합해야

AUSA 2024 전시관에는 대드론 체계와 관련된 부스 30여 개가 설치돼 있었다. 창끝전투학회 연구진은 이곳에서 미국을 비롯한 이스라엘, 싱가포르 등의 대드론 체계 기술 선도 기업 전문가들을 만났다. 이들은 한결같이 “대드론보다 드론의 고도화 속도가 빠르다”며 “고정형, 기동형, 모듈형, 방폭형 등 다양한 대드론 장비를 융복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했다.

창끝전투학회 연구진은 “대드론 체계 개발진들과 교류하며 기존의 고정형 장비 중심 관점에서 벗어나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며 “지리적 특성에 따라 고정형, 기동형, 모듈형, 방폭형 장비를 융복합해 주요 도시나 국가중요시설의 방호력을 높이고 운용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법론을 구상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창끝전투학회는 AUSA 2024에서 다양한 대드론 장비를 체험했다. 학회 측은 이번 경험이 북한의 드론 위협에 대응하는 국가적 방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글=이경훈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