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가장 권위 있는 상을 받았지만 바뀐 건 없다. 시상식 불참은 물론 그간 가족 얼굴 한 번 볼 수 없었다. 혈관, 척추 등에 문제가 생겨 하루빨리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치료 요청은 거부됐다.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옥중 수상한 이란의 인권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 얘기다.

모하마디는 2019년 반정부 시위의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2021년 열린 거리 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된 뒤 현재까지 수감 중이다. 그녀는 교도소에서도 사회적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다. 2022년 이란을 휩쓴 ‘히잡 시위’에 참여했다가 수감된 여성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단식 투쟁에 돌입하거나 이란 당국의 인권 탄압을 외부에 알려왔다. 

히잡 시위는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갔다가 의문사한 10대 소녀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을 계기로 촉발한 대규모 운동을 가리킨다. 

이 때문에 모하마디는 지난 6월 테헤란 혁명 법원에서 열린 궐석(闕席)재판에서 ‘국가에 대한 선전 활동 혐의’로 1년의 추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란 총선 보이콧을 촉구하는 편지, 스웨덴·노르웨이 의회와의 소통, 여성 수감자들에 대한 당국의 성범죄 및 인권 유린 등을 외부에 폭로했다는 점이 증거로 채택됐다.

수감자 상대로 폭행·성폭력

《월간조선》은 지난 1월호에서 모하마디 측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그녀와 옥중 편지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이후 기자는 꾸준히 모하마디 측과 접촉하며 그녀가 처한 상황을 전해 들었다. 

이 관계자는 “모하마디의 노벨평화상 수상 이후 이란 당국은 그녀에 대한 감시를 강화했다”며 “우리 역시 그녀와 접촉하기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럼에도 이 관계자가 어렵사리 입수해 알린 모하마디의 근황은 민주국가에선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모하마디는 현재 수감된 에빈 교도소 교도관들이 수감자들을 때리고 성폭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4월 모하마디는 교도소 외부로 보낸 음성 메시지를 통해 “한 시간 전 한 여성이 성폭력을 당하고서 온몸이 멍으로 뒤덮인 채 교도소 내 병동으로 끌려갔다”고 폭로했다. 이어 “수년 동안 우리는 전국 수많은 여성이 정부 요원들에 의해 성적 학대나 폭행당하는 걸 목격해왔다”며 “그러나 오늘날 이란 이슬람공화국은 여성을 상대로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모하마디는 노벨평화상 수상 직후인 지난해 11월 이후부터 외부 전화 통화와 이란에 남은 가족과 변호사 접견이 금지됐다. 모하마디의 변호사 닐리 모스타파는 모하마디와 함께 수감된 동료들의 증언을 인용, 모하마디 또한 교도관으로부터 폭행을 당해 온몸에 멍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악화하는 건강과 단식 투쟁

모하마디는 심혈관 질환과 위장 합병증, 척추 디스크 등이 악화해 적절한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심혈관은 즉시 수술이 필요한 상태라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이 상황을 안 모하마디의 변호사와 가족들은 이란 검찰청, 교도소 행정부, 교도소 의료진 등 여러 곳에 긴급 병원 이송을 요청해왔다. 

그러나 지난 7월 한 차례 병원으로 옮겨져 검사를 받는 데 그쳤을 뿐, 이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의사들 역시 모하마디의 혈관 상태에 대해 즉시 치료가 필요하다고 진단했지만, 교도소 측은 현재까지 이송을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건강 악화에도 모하마디의 정치적 발언과 교도소 내부 고발은 멈추지 않는다. 9월 8일 그녀는 여성 수감자 4명과 성명을 내고 검찰 소환과 법정 출두를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앞서 8월 6일 히잡 시위에 참여했다 붙잡힌 34세 남성 레자 라사에이가 사형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국제 앰네스티에 따르면, 그는 수사 과정에서 전기 고문, 성 고문, 구타 등을 당하며 당국에 거짓 자백을 했고, 이후 열린 ‘불공정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사형 집행 역시 레자 라사에이 본인과 가족, 변호사에게 사전 통보 없이 갑작스레 이뤄졌다고 한다. 

이 소식을 들은 모하마디와 여성 수감자들은 교도소 내에서 당국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였다. 결국 검찰은 추가 기소 검토를 위해 수감자들을 소환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모하마디는 당국의 이 같은 조치를 비판하며 소환을 거부했다.

지난 9월 16일 히잡 시위 2주년을 맞아 모하마디는 에빈 교도소 내 여성 정치범 34명과 단식 투쟁에 나섰다. 이날 모하마디의 X 계정에도 “‘여성·생명·자유’ 운동 2주년을 맞아 우리는 민주주의, 자유, 평등을 달성하고 독재를 타도하기 위한 의지를 재확인한다. 오늘 우리는 더 큰 목소리로 우리의 결의를 다진다”는 글이 게시됐다. 10월 6일에는 동료 수감자 22명과 성명을 내고 “수감자들에 대한 신체 수색 중 발생하는 성폭력을 즉각 중단하고 이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세계 지도자들이 나서달라”

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9차 유엔 총회는 이란의 인권 실태를 국제사회에 알릴 수 있는 기회였다. 총회엔 지난 7월 새로 취임한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참석했다. 9월 24일 모하마디의 남편 타기 라마니와 모하마디의 남자 형제 하미드레자 모하마디는 국제사회에 이란 정부를 압박해달라는 메시지를 냈다. 타기 라마니는 “이슬람 공화국은 현 상황에 책임을 져야 하며, 모든 정치범이 석방될 때까지 그들을 계속 심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미드레자 모하마디 역시 “우리는 침묵을 거부한다. 모든 정치범이 석방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나르게스 역시 이날 프랑스 일간 《르 몽드》를 통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한 각국 정상에게 옥중 편지를 보냈다. 그녀는 편지에서 “지금은 말이 아닌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행동이 필요한 때”라며 “이란 내 사형 집행 중단, 정치범·양심수 석방, 이란 여성과 시민사회단체 탄압 종식 등을 위해 세계 지도자들이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지난해에도 그녀는 구테흐스 사무총장에게 편지를 보낸 바 있다. 당시 모하마디는 성 차별을 규정하는 이란의 법 조항 19개를 거론하며 “성 차별은 인권에 대한 범죄 행위”라며 “이란 정권은 여성 통제를 폭정과 억압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히잡 시위 발발 이후 이란 당국은 사형 선고 및 집행 건수를 늘린 것으로 파악됐다. 비영리기구인 압도라만 보로만드 이란 인권 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2023년 이란에선 모두 853건의 사형이 집행됐다. 하루 2명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셈이다. 2024년에는 6월 30일까지 모두 274건의 사형이 집행됐다. 추후 통계에서 이 숫자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폭정 종식하는 승리 국가 듣게 될 것”

그러나 이란 정부는 자국 내 지속적으로 불거지는 인권 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해 프리덤 하우스가 평가한 세계 자유 지수에서 12점(100점 만점)을 받아 ‘부자유(억압)’ 수준인 이란에서 인권이란 단어를 입에 올리는 건 사회적 금기일 것이다. 그럼에도 시민의 기본 권리를 박탈하는 것에 대해, 고문이 동반된 수사와 일방적인 사형 집행에 대해,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하는 행위에 대해 이란 정부는 답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월간조선》은 모하마디 측이 그간 제기한 각종 인권 탄압 행위가 사실인지 묻기 위해 주한 이란 대사관 측을 통해 확인을 요청했으나 현재까지 답을 받지 못하고 있다.

끝으로 노벨평화상 수상 1주년이었던 지난 10월 6일 남편인 타기 라마니가 보내온 모하마디의 말을 전한다.

“저는 평화, 민주주의, 인권을 위해 그 어떤 고통과 박탈, 고난을 견뎌낼 것이며 그 고난은 저를 더 강하게 만들 것입니다. 머지않아 우리는 성 차별로부터 해방된 국가를 보게 될 것입니다. 폭정을 종식하는 이란 국민의 승리 국가(國歌)를 듣게 될 것입니다. 의심할 여지없이 그날이 올 것이며, 여러분은 우리의 승리 축하 자리에 함께할 것입니다.”

글=김세윤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