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대 군사혁신(RMA)을 선도하는 ‘창끝전투학회(학회장 조상근)’가 세계 최대 규모 방산 전시회로 알려진 ‘미 육군협회(AUSA) 2024 방산전시회(현지 시각 10월 14~16일)’에 참가했다. 

창끝전투학회 연구진은 방산전시회 첫날인 14일 워싱턴 컨벤션센터 A·B·C홀(국제관)과 D·E홀(국내관)을 둘러보며 다양한 세미나(▲미 육군의 싸우는 방법 ▲무기체계 및 조직·편성 등)와 전시를 체험했다. 조상근 학회장은 “AUSA 2024는 미 육군의 혁신을 위한 민·관·군·산·학·연의 집단지성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첫날 일정을 마친 뒤 의견을 교환했다. 세미나와 전시장에서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교훈을 설명하며 무인 체계의 중요성이 강조됐지만 정작 전시된 무인 체계는 실제 전장 환경과는 거리가 있었다고 밝혔다.

실제 전장에선 가성비 전투, 전시회는 값비싼 장비… 그 이유는?

연구진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는 경제성이 높은, 이른바 가성비 좋은 무인 전투 체계가 활용되고 있지만 정작 전시회에서는 대량 생산이 제한되는, 고가의 드론·로봇 등이 전시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창끝전투학회는 이러한 차이의 원인으로 두 가지를 지목했다

▲AUSA 2024에 참가한 주요 방산 기업들이 이미 고가의 고성능 무기체계 생산에 최적화된 생산 라인을 갖추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는 아직 저가의 소모성 무기체계 생산에 필요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생태계가 충분히 조성되지 않았다.

또한 연구진은 세계 무인 전투 체계 생산이 근접 전투를 위한 전술적 수준보다는 종심(縱深) 전투가 벌어지는 전략·작전적 수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을 관찰했다. 이는 전시된 제품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정찰드론과 자폭드론을 생산하는 ‘에어로바이런먼트(AeroVironment)’ 부스에는 특수작전부대의 적지 종심 작전용 드론 ▲P550 ▲Jump-20 ▲Switchblade 300(Block 20) ▲ Switchblade 600 등이 전시돼 있었다. 에어로바이런먼트가 생산한 무인기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창끝전투학회는 ‘제너럴 다이나믹스(General Dynamics)’가 미래 전투 체계(Land Systems) 중 하나로 전시한 ‘Tracked Robot 10-ton(TRX)’에 대해 평가했다. 이 로봇은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플랫폼으로 운용되는 전투용 로봇이지만, 생산 단가가 수십 억원에 달한다. 연구진은 “소부대 전투에서 활용하기에는 가격 대비 효과 측면에서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양한 임무 장비를 장착해 대(對) 테러용으로 설계된 ‘고스트로보틱스(GHOST ROBOTICS)’의 4족 로봇 ‘VISION 60’도 검토했다. 연구진은 이 로봇이 현재 우크라이나군에서 중국산(Unitree) 4족 로봇을 개조해 운용하는 ‘BAD ONE’에 비해 가격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소부대 전투에서 일회용(One Way) 또는 ‘사용 후 폐기’ 방식의 경제적인 전투 운용이 제한될 것으로 봤다.

창끝전투학회는 “근접 전투를 수행하는 전술적 수준의 무인 전투 체계 생산 라인이 전 세계적으로 구축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이러한 환경을 뒷받침하는 소부장 생태계도 아직 조성되지 않았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연구진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나타나는 근접 전투 양상은 가성비 높은 드론과 로봇으로 ‘무인체계 선도, 유인체계 후속’ 개념을 적용해 유·무인 복합전투를 수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시회는 (고가의 무기를 중심으로 구성돼) 최신 전장 흐름을 반영하고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K-방산 호황 지속하려면 미개척 분야 개척해야

창끝전투학회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의 여파로 K-방산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면서도 “이런 환경은 전쟁·분쟁의 종식과 함께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또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거치며 방위 산업 분야 중 개척되지 않은 영역이 새롭게 식별됐다”며 “K-방산 열풍을 지속하려면 저가형 소부대 무인 전투 체계와 이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을 국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바라보고 육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글=이경훈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