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수시모집 논술시험 도중 한 고사장에서 시험지가 일찍 배부돼 문제가 유출됐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연세대 측은 13일 공식입장을 내고 “논술시험의 공정성을 훼손시킬 만한 행위는 파악되지 않았다”면서도 “위원회를 구성해 입시의 공정성을 해치는 일이 있었는지 조사하고 필요하면 경찰 등 사법당국에 조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논술 시험지가 유출됐다면 1885년 연세대 개교 이후 초유의 사태가 된다.

연세대 측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12일 연세대에선 2025학년도 수시모집 논술전형이 진행됐다. 이날 오전 9시부터는 인문·사회 계열 논술시험이, 오후 2시부터는 자연계열 논술시험이 치러졌다.

문제는 자연계열 논술시험을 치르기 전 발생했다. 한 고사장에서 감독관이 논술시험 시간을 오후 1시부터로 착각한 것. 이 감독관은 낮 12시 55분경 논술 시험지를 고사장에 있던 수험생 31명에게 배부했다. 이후 실수를 깨달은 감독관은 오후 1시 20분쯤 시험지를 다시 걷었는데, 그 사이 단답형 1번 문제가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수리논술 갤러리에 올라왔다.

이에 연세대 측은 입장문을 통해 “시험 시작 전 문제가 유출됐다고 하면서 올라온 사진은 시험 종료 후 문제지를 불법 촬영한 파일이 공유된 것”이라며 “시험 시작 전 공유된 것처럼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 유통되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이어 “문제지 배부부터 문제지 회수 시까지 모든 문제지는 연습지에 의해 가려진 상태여서 학생들은 문제를 볼 수 없었다”며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서 공개된 여러 정보가 서로 무관한데도 마치 하나의 사건에서 발생한 것으로 조합되고 확대하고 있다”고 추가 확산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연세대 측은 별도 위원회를 구성해 추가 조사를 하고, 필요하다면 경찰 등 사법당국에 조사를 의뢰하겠다고 말했다.

연세대 측은 시험지가 일찍 배부된 것에 대해서는 관리감독 소홀을 인정하고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휴대전화 소지 및 문제 유출 불가는 이미 수험생에게 공지된 사항인 만큼 이를 어겼거나 문제 유출로 이득을 본 사람이 있다면 0점 처리를 하겠다고 밝혔고, 입학 취소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다만 “현재로선 재시험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연세대 측이 입장문을 냈음에도 수험생과 학부모 사이에서는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시험지가 수험생에게 사전에 전달됐다는 것만으로도 큰 문제”라며 “어떤 문제인지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올라왔다면 명백한 문제 유출로 봐야 하며 재시험이 불가피하다. 아니라면 대학 측에서 납득할 만한 해명을 빠르게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연세대학교 자연계열 논술 4-2번 문제에서 발견된 오류 내용. 사진=연세대 입학처 누리집

논술 시험에서 겪은 몸살은 이뿐만이 아니다. 자연계열 논술시험 4-2문항에서 수학 기호 ‘b'가 ’a'로 잘못 표기된 것이 발견돼 시험 종료 시각이 오후 3시 50분으로 20분 늦어지는 소동이 일기도 했다. 연세대 입학처는 시험 종료 30분 전에 수정 사항을 공지하고 수험생 전원에게 일괄적으로 시험시간을 20분 연장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교육부는 일단 연세대의 향후 조치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논술시험은 기본적으로 학교 자율로 실시하는 사안”이라면서도 “학교 측의 사실관계·조치 등을 파악한 뒤 필요하면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글=고기정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