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났다. 두 사람의 만남은 7개월만으로,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 모두 재판과 검찰조사 등 사법 리스크에 직면한 상태여서 만남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대표는 박찬대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함께 이날 오후 문 전 대통령을 만나 40여분간 회동했다. 두 사람은 문 전 대통령 일가 수사, 검찰개혁, 윤석열 대통령 비판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가 "문 전 대통령의 가족에 대한 현 정부의 태도는 정치적으로도 또 법리적으로도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정치 탄압이고 한 줌의 지지세력을 결집하기 위한 수단 아니냐"고 했다고 전했다.

이에 문 전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나나 가족이 감당할 일이나 당에게 고맙게 생각하고 당당하게 강하게 임하겠다"고 답했다.

두 사람은 또 검찰개혁, 민주당의 재집권 전략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은 "검찰개혁이 미완에 그쳤고, 검찰권, 검찰 수사가 흉기가 되고 정치보복 수단으로 되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민주당이 재집권을 위해 지지층을 넓히는 작업을 해야 한다" 등의 대화를 가졌다.

또 윤 대통령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두 사람은 "준비 안 된 대통령이 집권해 나라가 혼란스럽고 국민 불안과 걱정을 키우고 있다"며 민주당이 대안 세력이 돼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이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에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후 권양숙 여사를 만나 오찬을 함께했다. 권 여사는 오찬 자리에서 "일련의 상황이 걱정된다. 당에서 지금처럼 중심을 잡고 잘 대처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고 했다. 권 여사가 말한 '일련의 상황'은 문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의 회동에 대해 "사법 리스크로 위기를 자초한 두 사람의 '방탄 동맹'"이라고 비판했다.

박준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에서 "오늘 만남은 야권의 정치세력화로 검찰 수사와 재판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노골적 의도가 담긴 '꼼수회동'"이라고 밝혔다.

박 원내대변인은 지난 총선 공천에서 친문계가 배제됐던 이른바 '친명횡재, 비명횡사'를 언급하며 "서로 다른 정치적 입장을 가졌던 이들이 한 배에 오른 모습은 '오월동주' 고사를 떠올리게 하지만, 그 모습은 애처로워 보이기까지 한다"고 비판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