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올림픽 양궁 제패 신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갈 것인가 : 월간조선

지난달 29일 파리 올림픽 여자양궁 단체전에서 한국은 중국을 꺾고 10연패를 달성했다. 40년 동안 올림픽 최고의 자리를 한 번도 내놓지 않았다는 얘기다.

올림픽의 이상은 스포츠에 의한 인간의 완성과 경기를 통한 국제 평화의 증진에 있다. 그래서 올림픽의 표어도 “보다 빠르게(Citius), 보다 높게(Altius), 보다 강하게(Fortius)”라고 하였다. 그래서 달리고, 뛰고, 던지고, 들어 올리고, 쏘는 신체를 기본적으로 이용한 스포츠 경기가 올림픽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그중 올림픽 단체양궁은 70m의 사거리에서 지름 12.2cm의 10점 과녁을 향해 6발 1세트, 총 4세트 슛오프 승부 결정제로 쏘게 되는데 각 세트당 최소한 3~4발은 10점을 쏘아야만 메달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신기神技에 가까운 실력을 갖춰야 한다.

다른 운동과 달리 시위를 당기고 놓은 후 활대의 탄성으로부터 얻은 에너지로 화살을 70m까지 손바닥만 한 과녁에 실어 보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화살은 바람, 비, 습도 등 많은 변수와 만나 비행경로를 바꾸게 된다. 심지어 비행 중 작은 곤충과의 충돌까지도 있을 수 있는 변수이다. 궁사들은 바람과 비 등 순간순간의 기상 상태에 따라 적절히 과녁을 조준해야 한다.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최대한 양궁 시합장의 기상 여건을 재빨리 분석하여 시위를 당기고 놓는 순간에 적용해서 화살을 70m 거리에 있는 과녁을 향해 정확히 실어 보내는 작업이 활쏘기이다. 활쏘기에서 그 어렵고도 불확실한 상황을 장악하여 40년 올림픽 역사를 통하여 단 한 번도 금메달을 놓치지 않았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거의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우연히 얻어진 기적일까.

고대 중국에서는 중국의 동북방 우리 한반도를 포함한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동이족(東夷族)으로 불렀다. 동이족은 동쪽의 큰 활을 잘 다루는 민족이라는 뜻이다. 고구려의 시조, 주몽은 100보 거리에 둔 옥 가락지를 활로 꿰뚫었고 고구려 장수 양만춘은 당 태종 이세민의 눈을 활로 쏘아 맞혀 물리친 것으로 나온다. 태조 이성계, 이순신 장군 등이 역사에 나오는 탁월한 명궁名弓이다. 우리는 이러한 조상들의 DNA를 물려받았다.

젓가락을 사용하는 나라는 한국, 일본, 중국, 베트남 정도이고 중동, 동남아시아 문화권에서는 대부분은 손으로 음식을 집어 먹는다. 유럽도 중세까지 포크보다는 손으로 음식을 먹었다. 그에 비해 특히 우리나라는 지금도 야외에서 어쩌다 음식을 먹게 될 경우에 젓가락이 없으면 주변에 있는 나뭇가지를 툭툭 잘라서 즉석 젓가락을 만들어 음식을 먹는 것이 예사로 있는 일이고 누구나 한 번씩은 겪어본 일일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젓가락의 민족이다.

중국은 나무로 만들어진 다소 긴 젓가락을 사용하고 일본은 작은 그릇을 입 가까이 들고 음식을 먹기 위해 짧은 나무젓가락을 사용한다. 이에 비해 한국은 짧으면서도 가늘고 납작한 놋젓가락이나 스테인리스 젓가락을 사용한다. 이러한 매끄럽고 가는 금속젓가락으로 콩자반을 집어 먹고 깻잎무침을 낱장씩 정교하게 뜯어 먹는다. 미끄럽고 물컹한 도토리묵의 잘라놓은 물결무늬 칼집의 요철 부위에 가는 금속젓가락을 수평으로 들이대어 적절한 압력으로 집어 양념간장에 찍어 먹는 모습은 외국 사람이 보았을 때 거의 신기神技에 가깝다. 그러나 우리나라 보통 사람들은 다 이런 정도의 젓가락 기술은 다 능숙하게 한다. 이러한 젓가락질에는 27개의 뼈와 64개의 근육이 함께 움직이며 이러한 운동은 두뇌 발달과 치매 치료·예방에도 좋다고도 한다.

이러한 조상으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활 잘 쏘는 DNA와 정교한 손놀림이 적용되는 생활방식에서 기적 같은 양궁 40년 세계 제패의 신화가 탄생하였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신화와 전설도 영원할 수는 없다. 지금 우리 양궁의 신화적 성취를 보고 외국에서는 우리 한국산 활을 쓰고 의복, 여러 가지 양궁 부속 도구, 훈련방식, 사격 자세 등에 대해서 우리 한국 선수들을 배우려 하고 있다. 우리 양궁팀 선수 출신을 코치와 감독으로 스카우트해 가고 있으며 이번 파리 올림픽 출전 국가 중에 4개 국가가 우리나라 선수 출신을 감독·코치로 기용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의 인력수출이자 문화수출 한 방식이기도 하다.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양궁팀을 가진 각국은 우리의 훈련방식 등을 배우고 연구하여 끊임없이 우리에게 도전해 올 것이다.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다. 가르치고 이끌면서 경쟁자로서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올림픽 양궁과 같이 우리나라는 앞으로 21세기 문화 강국, 경제 강국, 군사 강국답게 다방면의 새로운 블루오션을 개척하면서 세계를 리드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70여 년 전 68달러의 최빈국에서 조선 강국, 철강 강국, 자동차 강국, 반도체 강국 등 수많은 기록을 만들어 왔다. 이와 같이 우리가 잘하는 부분의 성취를 위해 끊임없이 나아가야 할 것임을 이번 올림픽에서 다시 한번 확인한다. 우리는 우리를 기다리는 블루오션을 향해 억척같은 항해를 멈추지 않아야 할 것이다. 세계 5위권 내 강국이 될 날이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