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3일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에 대한 국회의 탄핵 소추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의 인권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최근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 등에서 야권을 겨냥해 날 선 발언을 한 김용원 상임위원을 겨냥한 법안으로, 민주당은 이 법안에 대해 “김용원 탄핵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김 상임위원은 "국제적인 망신살을 자초하는 경솔한 처사"라고 반박했다.

현재 인권위법은 인권위원에 대해 '인권 문제에 관해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고 인권의 보장과 향상을 위한 업무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차관급인 인권위 상임위원은 법원에서 금고형 이상의 형을 선고받지 않는 한 임기 중 직에서 물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는 인권위원이 자격 요건에 현저히 위배되는 행위를 '지속·반복적으로' 했을 경우 국회가 탄핵소추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인권위는 위원장과 상임위원 3명을 포함한 위원 11명으로 구성되는데, 상임위원 3명 중 2명은 국회가 선출하고 1명은 대통령이 지명한다. 김 상임위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했다.

윤종군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김 상임위원은 인권위 직원에 대한 지속적인 막말, 갑질, 폭언을 저질렀다"며 "운영위 회의에서는 의원 질의 중간에 끼어들어 소란을 피우는 등의 행위로 회의를 파행시켰다"고 비판했다.

김 상임위원은 지난달 21일 운영위 전체회의 정회 시간에 회의장에 앉아 있는 송두환 인권위원장을 손으로 가리키며 공개 비난했고, 이에 야당 의원들은 김 상임위원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며 그를 강제 퇴장시켰다. 김 상임위원은 이달 1일 운영위 회의에서는 고(故)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과 관련한 야당 의원 질의에 "인권위는 인권 좌파들의 해방구가 된 실정"이라고 언급해 비판을 받았다.

반면 김 상임위원 측은 성명을 통해 이번 개정안이 "국가인권위 독립성을 근본적으로 해치는 법률안"이라고 맞섰다. 김 상임위원 측은 "23년 전 여야 합의로 제정된 국가인권위법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업무 수행의 독립성' 보장"이라며 "인권위원은 직무수행에 관해 국회의원 면책특권에 준하는 권한을 부여받는 한편, 신분보장에 있어서도 국회의 탄핵소추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김 상임위원이 직무집행이 헌법과 법률에 위배했다고 볼 사정이 전혀 없지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일부 의원들은 제 소신표명이 자신들에게 불만족스럽다는 이유로 언제든지 인권위원을 탄핵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을 졸속으로 제정하려고 한다"며 "한 마디로 국제적인 망신살을 자초하는 경솔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대한민국 국민의 인권 보호 및 향상이라는 인권위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인권위는 좌파와 우파가 균형을 잃지 않고 서로 상대를 인정하고 대화하고 타협해야 한다"며 "국가인권위법과 규칙을 충실하게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상임위원 측은 "김 상임위원이 지금까지 모욕이나 조롱, 허위사실 등에 대응해 다소 거친 언사를 구한 경우가 없다고 할 수 없으나, 비난받아야 할 정도의 폭언이나 막말을 한 적은 없다"며 "김 상임위원은 앞으로 더욱 자세를 낮추고 언행을 다듬겠다. 법과 원칙은 준수돼야 하고, 인권위의 불법적인 운영이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용인돼서는 안 된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김용원 탄핵법'을 곧바로 거두어 주시길 간청한다"고 밝혔다.

글=김세윤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