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밤 벌어진 서울시청앞 교통사고는 인근 직장인들은 물론 이 사건을 보도하는 기자들에게도 큰 충격을 가져왔다. 중앙언론사 기자라면 사고 장소는 완전히 익숙한 공간이다. 저녁약속을 잡을때면 다른 지역에서 일하고 있다가도 이곳으로 정하는 일이 잦다. 해당 도로가 일방통행이라는 사실도 익숙하다.  

기자가 아니어도 서울 도심에서 직장생활을 한 사람이라면 이 지역 도로는 익숙할 수밖에 없다. 조선호텔과 프라자호텔은 서울의 풍수지리적 ‘명당’이다. 많은 행사가 이곳에서 열린다. 또 시청역은 지리적으로 서울의 중심이어서 수도권 어디에 사는 사람이건 불평없이 올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 

                         그래픽=조선DB

다만 강북 중심지는 운전하기엔 복잡하다. 강남은 뒤늦게 개발된 곳이라 바둑판모양의 길이 정비돼있고 직진과 좌회전 및 유턴이 쉽지만 강북 도심은 그렇지 않다. 물론 이 사실이 사고의 핑계가 될 수는 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도심에서는 길밀림과 운전불편 등 교통편의상 자차 아닌 지하철 또는 버스를 이용한다. 

제네시스가 역주행한 그 길 초입에는 진입금지 표지판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 눈을 뜨고 있는 사람이라면 못 볼 수 없다. 눈을 안 뜨고 운전했다면 할 말이 없다.  운전자는 버스기사였다고 한다. 내비게이션 없이 초행 또는 모르는 길이라 헷갈렸다는 변명도 어불성설이다. 50~60대 운전자는 내비를 켜지 않는 경우도 많지만, 그런 운전자 입장에서 내비 없이 모르는 길이라면 더욱 표지판을 유심히 보게 된다. 

섣부른 추측은 어렵지만 공개된 CCTV 화면을 보면 운전자에 대한 상황 분석도 가능할 수 있다. 제네시스 차량은 조선호텔 주차장에서 나온 후 정방향(우회전)으로 향했다가 해당 일방통행도로로 급히 방향을 바꾸고 질주를 한다.  운전자가 나올때는 정방향으로 나왔다가 밤시간 해당 도로에 차들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남향 최단거리로 향하기 위해 잠깐 급속도로 유턴 후 직진 혹은 P턴으로 거주지인 남쪽으로 향하려던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급발진 여부는 둘째치고 순간적으로 차가 말을 안들었다는 운전자의 주장은 백번 양보해 이해할 수도 있지만, 진입금지 도로에 진입했다는 사실 자체가 불법이다. 

희생자 일부는 기자와 연령대가 비슷한 직장인들이었다. 무려 9명이 사망했다. 한 대형은행에서는 4명의 본인상 부고가 떴다. 기자는 이날 광화문 인근에서 저녁을 먹고 9시 이후 귀가했다. 누구라도 당할 수 있는 일이었다.  수사당국이 신속하고 정확한 수사에 나서길 바라며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